2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독일의 녹색수도라고 부르는 프라이부르크다. 사진은 프라이부르크 시내를 다니는 트램. 이곳만 그런 것이 아니라 독일의 대부분 도시는 트램이나 지역간선열차에 저런 미술적인 내용들을 외부에 그림으로 장식을 해놓았다. 또 하나는 지역간선열차의 경우 여러가지 설명을 구체적으로 해놓았고, 심지어 기차표에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예를들면 자전거를 실을수 있고, 때에 따라 그 숫자를 제한할 수 있느니 참고할 것. 이 열차는 산악용자전거를 실을수 있다. 등등.
숙소로 향하는 중, 시내 랜드마크에서 한 컷.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는 흑림이라는 긴 숲 띠가 주 전체를 가로지른다. 빽빽한 산림 탓에 한낮에도 어두컴컴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흑림이다. 2차대전이 패전으로 끝나고 독일에게 남은 것은 전생상흔과 보상금문제였다. 연합군측이 제안한 것은 흑림의 벌목이었다. 바덴 전체는 종전을 깨고 게릴라전이라도 다시 할 기세였다. 그렇게 지켜낸 흑림의 시작지점이 프라이부르크라고 할 수 있다.
숙소도착. 호스텔이름도 흑림이다. ^^
숙소 내부의 깔끔한 식당모습. 그럴싸해보이지만 프라이부르크에서 가장 싼 축에 속하는 여행자들의 숙소다. 국경을 초월한 인간들이 바글거리고, 호기심이 많은 인간들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우린! 시간이 없다. 한 군데라도 더 봐야하는 가난한 배낭족이니까. 짐을 풀자마자 고고.
프라이부르크 시내 도로. 이 도로를 보며 고여사와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도로 지면에 나 있는 것은 트램이 지나는 길이다. 이 도로를 트램, 자동차, 자전거, 사람이 교차로 마구 다닌다. 자전거 행렬이 한번 다가오면 수십대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무엇인가 약속한 것처럼 이 도로에서는 정체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무단횡단하는 아줌마? 그렇지 않다. 여기서부터 300미터 정도까지 횡단보도가 없다. 그래서 사람도 마구 지난 다닌다. 멀리서 트램이 다가와도 사람들은 무신경하게 도로를 건넌다. 서행하는 것은 트램이다.
3번 트램을 타고 20여분 정도를 달려 종착역이자 우리의 목적지인 보봉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이 건물은 쇤넨쉬프. 복합건물인데 건물 지붕은 모두 태양광이다. 여기서부터 마을은 자동차를 타고 들어갈 수가 없다. 마을에 사는 주민들 역시 자동차를 타고 들어갈 수 없으며 자동차를 사용할 경우 주민자치기구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이 마을 주민의 60%이상이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마을 안으로 진입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은 트램, 이것 하나다.
보봉마을 안에 있는 집들. 모두 태양광으로 가정에서 쓰는 기본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있다. 일부 집들은 특수하게 생산한 단열재를 집 벽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 마을의 집들은 주민자치기구에 의해 에너지 사용량 제한받고 있다. 독일평균의 1/3이하 정도로 규정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하나 의문이 든다. 이왕이면 녹색수도 안에 녹색마을인데 집들을 예쁘게 짓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원래 이 마을은 패전 후 프랑스군이 주둔하던 군사지다. 독일이 통일되자 연합군측이 철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 마을의 용도를 둘러싸고 논쟁이 붙은 거다. 이때 프라이부르크의 일부 시민들이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자고 조직을 만들었고, 시의회에서 백기를 든 결과 만들어진 마을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또다른 발상을 한거다. 기존의 건물을 헐지 않고 고쳐쓰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그래서 원래 군인들의 막사이거나 군사물품 보관창고들을 그대로 리모델링한 거다.
보봉주민들에게 자전거는 일상화된 수단이다. 걸음마를 떼면 부모가 자전거부터 가르친다. 위 사진 엄마의 자전거 뒤에 붙은 것은 유모차다. 한국에서 저런 자전거에 애를 태우고 시내를 돌아다닌다면 아마 난리가 나지 않을까?
보봉마을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다. 마을 오른쪽 경계에 선 너머에 지어지고 있는 건물. 어느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짓고 있다. 마을 경계선 밖에 지어지고 있어 마땅한 방법도 없다. 물론 친환경 건물도 아니다. 20년간의 노력으로 사람들이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었더니 이제 그 인근에 자본이 날름 발을 걸치고 있다.
쇤넨쉬프 맞은편. 역시 마을입구이고 주민자치기구가 통제하는 구역을 벗어난 곳에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마트를 포함한 복합상업시설인 것으로 보였다. 어쩌겠는가 최소한 친환경적이고 에너지를 적게쓰는 건물이길 빌어보는 수밖에.
보봉마을 건너편이고 쇤네쉬프 뒤편에 위치한 이마을의 랜드마크를 찾아서 이동중 마주친 집들. 아까보다 더 집들이 창고처럼 생겼다. 하지만 이 집들은 100% 에너지로부터 독립한 곳들이다. 에너지를 쓰고 남아 전력회사에 돈을 받고 다시 팔 정도다. 덕분에 건물들이 창고처럼 생긴것은 감수한 것이다.
보봉마을의 랜드마크이자 에너지 자립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보여주는 건물을 찾아가는데 이런 길이 헷갈린다. 자전거를 탄 주민에게 물어보자, 팔로미 하면서 그 입구까지 데려다 준다. 위에서 본 창고같은 건물들에 대해 친절한 설명도 해주고. 물어보지 않았지만 녹색당쪽인 것은 확실할 것 같다. 이 동네는 시장과 시의회도 녹색당이 집권한 곳이니까.
헬리오트롭! 보봉의 상징이자, 녹색독일의 상징이기도 하다.
첫댓글 자전거를 타고 있는 주민 얼굴이 넘 편안하게 보이네요
여건이 되면 보봉마을 한번 가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