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멸의 땅, 타클라마칸 사막 종단 체험기
김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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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 초입까지 가는 데는 비행기로
우르무치까지 5시간, 우루무치에서 쿠얼러까지 버스로 10시간,
쿠얼러에서 룬타이까지 다시 차로 5시간이나 달려야 탑하교에서
자전거 기행을 시작 할 수 있다.
달포 전 등산 트래킹 오지 여행 전문 한진 티앤씨 여행사가 특이한
여행 이벤트를 마련하였다.‘타클라마칸 사막 자전거 종단 탐험대’를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채경석 사장이 워낙 오지여행의 달인이라
새로운 여행루트를 개척하기 위해서 거의 무료로 15명을 선발해
자전거로 팸 투어를 기획한 것이다.
“두드려라 문이 열릴 것이다” 자전거에 대한 열정으로 자전거
세계일주를 기획하고 있는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4월 19일 드디어 선발된 17명의 한가닥하는 건각(?)들이 서울을
떠난 지 이틀 만에 타클라마칸 공로에 일렬로 늘어설 수 있게 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타클라마칸 사막은 면적이 약 37만 평방km로
한반도의 1.5배의 크기이고 중국에서는
타커라마간[塔克拉瑪干]사막이라고 한다. 높이 100m 안팎의 크고
작은 사구가 이어지고, 사구가 바람에 밀려 이동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실크로드의 큰 장애가 된 유동사막이다. 자고 일어나면 지형이 바뀌며
지금도 일 년에 10cm씩 계속 남진을 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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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
버스로 이틀을 달려와 채 피로가 가지기전에 겨우 자전거를 추스르고
무거운 출발을 한다. 500여m도 못 갔는데 공안(경찰)이 우리 팀을 제지한다.
산업도로이기에 자전거로는 통행이 불가하다는 것.
한시간 동안 협상(?) 끝에 그들이 우리를 관할지역까지 에스코트하는
조건으로 가까스로 출발하게 된다. 우리는 타클라마칸이란
거대한 대양 속에 쪽배들 같이 허우적거리며 사막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타클라마칸을 ‘무덤 속과 같은 고요함의 고향’ 이라고 칭한 스웨덴사람
‘스벤 헤딘’이 백 년 전 처음 이 사막 횡단에 성공했다.
낙타대신 자전거로 570km를 종단 한다니 그 기분 참 말로는 뭘로 표현해야할까?
경이, 신비, 두려움, 갈증 ....
오후 늦게 출발한 우리는 사막에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 오후 9시 경까지
90km를 달려 하루의 여정을 접는다.
사막에서의 첫날 텐트 속으로 어린 시절의 아득한 안드로메다, 오리온,
카시오페아..별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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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1
텐트에서 깨 보니 연일 계속되는 긴장으로 온 몸이 굳어버렸다.
가까스로 자전거에 몸을 싣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사막의 파도 속으로 뛰어든다. 600km의 긴 여정의 길은 200여개의
언덕을 넘어야 완성 할 수가 있는데 어제부터
MTB국가대표 이창용선수와 최종식씨가 선두를 교대로 끌고 있다.
자전거로 장거리 여행을 해 본 사람들은 선두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안다. 선두는 바로 후위 보다
30%나 더 힘겹게 발질을 해야만 하는 것.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모르는 나와 오지 여행가 이희삼씨는 선두를
추월해 사진촬영을 하고 다시 후미에 붙기를 여섯 번 카메라 장비를
정리하느라 2분만 지체해도 1km는 족히 떨어진다.
사막에서의 바람은 제멋대로다.
특히 역풍 속에 1km를 쫓아가는 데는 각근 최대 출력으로
10여분 이상이 걸린다. 그런데 오늘은 행운이 겹치고 있다.
오후부터는 뒷바람이 나를 밀어주고, 몇 방울의 비가 더위를 식혀준다.
사막에서의 비는 상상할 수 없는 노릇인데
오늘 그 비가 내리고 있다. 우리는 행복한 여행자들이다.
아무래도 0.1t은 족히 나가는 세계자전거여행 운영자
최왕수씨가 힘에 겨운가 보다. 쉴 때마다 체면불구하고 노상에 몸을 던진다.
안타깝지만 뭘 해줄 도리가 없다. 점차로 선두와 후미 거리는
벌어져 30분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사막 언덕에서의 가시거리는 5km 정도인데 시야에
후미가 나타나길 기다린지 20분, 족히 10여km는 떨어져 있었다.
“이래선 안돼” 모두 입을 모으고 저속이라도 선두가 후위까지 끌며
160km를 달려 둘째 날 라이딩을 완성한다. 오늘밤도 별이 쏟아지고 있다.
술잔에 별을 부어 마시며 사막의 긴 노곤함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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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
타클라마칸사막 공로(公路)에는 대략 5km 마다 편의점(?)이 있다.
그러나 과자부스러기는 차치하더라도 그곳에는 마실 물조차 귀하다는 것...
수정방(水井房)이 그것이다. 이 공로는 탑중지역 원유 채취를 위해
중국 정부가 개설한 도로인데 2003년 수정방(水井房)우물을 파서
도로 인근을 녹화하여 사막의 침범을 견디고 있다.
이곳에는 부부가 주거하는 데 매달 월급은 1000위안(한화 12만원)정도,
그러나 그들의 모습에는 어떤 곤궁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무소유의 삶을 사는 이들이다.
먹먹한 세월의 흔적이 실뱀처럼 띠를 틀고, 바람에 잊혀진
기억들의 무덤들이 바로 사구(沙丘)들이다.
오늘 이 사구들을 넘어 150km를 달려야 한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채경석 사장은 이미 차에 몸을 실었다.
이번 탐험단의 여성 참가자 김현숙, 홍양미양의 눈매는 더 강렬하게 빛난다.
이곳에서도 한국 여성의 힘을 보여줄 기세로 발질이 단단하다.
사막의 변덕스런 기후는 오늘 내내 우리를 괴롭힌다.
아침부터 역풍이 불더니 기온도 30도를 넘어섰다.
땀은 나는 대로 증발해 버리고, 갈증을 달래기 위해
물을 몇 리터니 마셨는데도 소변 색을 보니 진노랑색이다.
드넓은 바다의 정지한 물결에 떠있는 범선 같이
열과 고독과 고통속의 몸짓에 시간마저 헐거워진 느낌이다.
이 고단함을 한국서 공수한 라면이 그 허기에 힘을 부어준다.
이곳 위그르족 들은 양고기가 주식인데 대원들
대부분은 토장국을 벌써부터 그리워하고 있었다.
사막에서의 라면의 맛은 뭘로 형언 할 수가 없다.
오후 들어 몇몇 대원이 힘에 겨워 차에 몸을 싣는다.
이번 탐험단의 최고령자 의사 이병달박사 만은 예외이다.
오늘까지 모래바람 속에 400km를 묵직한 속도로 달려오며
노익장을 과시하듯 엷은 미소를 여행 내내 잃지 않는다.
참 귀감이 되는 라이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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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
사막에서의 텐트생활은 그야말로 동물적이다. 씻지도 못하고
침낭에 들어가면 종일 흘린 땀이 다시 증발하듯 눅눅하고 밤의 한기는
코끝까지 싸하고 새벽에는 오들거리며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헌데 오늘 새벽에는 드디어 그 무서운 사막폭풍이 불기시작 한다.
새벽 두 시경부터는 시속 30km가 넘는 강풍에 텐트가 휘어져 날러가기
일보직전 양발로 폴대를 바쳐가며 버티기를 2시간.
바람 보다 무서운 것이 황사이다.
공해물질은 없지만 모래폭풍 속의 황사는 3시간 만에
텐트의 통풍구를 통해 거의 책두께만큼 쌓인다.
모래에 묻혀 버릴 지경이다.
버프(바람막이나 먼지막이로 쓰는 일종의 두건)를 차에 두고 와
삼각팬티로 코와 입을 막고 버텨보지만 어느새 입안에는 모래가 가득하다.
이 사막 폭풍은 그야 말로 제멋대로 분다.
며칠을 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바람그칠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 없는 노릇.
행여나하는 마음으로 모래에 밥을 비벼먹고,
몇 시간을 기다려 보지만 바람 잘 기색은 보이지 않고
점점 더 어두워진다. 한국에 돌아오기 위해
호탄에서 비행기로 우르무치까지 돌아와야 하는데
비행기 탑승 한계시간 까지 폭풍은 더 거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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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철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행인가 불행인가? 아마 여기까지 달려온 것만도 행운일 것이다.
아쉬운 마음을 고쳐 먹고 민펑에 도착하니 시관계자들이 나와
우리 대원들을 열렬히 환영을 해준다.
40여년전 쯤 우리의 모습을 하고 사는 이들이 경외로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다본다. 머쓱하다.
환영차 나온 위그르족 꼬마 고적대의 나팔 소리는
저 넓은 사막으로 스며들고,
내 머릿속엔 일렁이는 사멸의 땅을 아우르며
아무런 표시도 정해진 방향이 없는
돛배 여정의 추억이 아주 작은 모래알 마냥 반짝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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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첫댓글 김건수님! 고생하셨지만 훌륭한 경험,아름다운 추억이 되시겠습니다.후기를 읽으니 사막의 공포를 느낄만합니다.여정의 피로를 빨리 회복하시고 새로운 도전을 향하여! 힘차게 나아갑시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부럽습니다. 언제 장거리 라이딩 한판 하시죠?
너무 고생하셨습니다ㅣ. 아무나 갈 수 없는 사막을 잔차로 가신 것만 해도 축복이지요......힘....
정말 사서 고생하고 오셨습니다. 언젠가 함게 하고픈 생각이 없어지네요 누구나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오셨네요 부럽습니다.
사서 고생한다는건 아직 젊다는 얘기지요?? 꿈을 잃어버릴때 사람은 늙는다고 하니까 우리는 영원히 청춘으로 살아갈 듯... 언젠가... 저도 떠날 겁니다~~
부럽슴다 건강히 여행 마치셔서 다행이고 월례회에서 나머지 일화 전해듣죠 저두 언젠가 유사한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건수형 화이팅!
새로움에 도전은 언제나 멋진 추억의 성으로 남는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대단한 경험을 하셨습니다.끝이 없는 열정 앞으로도 더욱더 멋진경험이 기다려집니다 회복 잘하시고 월례회에서 찐짜 재민는 야기를 부탁드립니다.
건수형 증말 고생많았네요~ 타클라마칸 그사멸의땅에 껀수형님의 혼과 정열과 땀을 심고 오셨네요!! 축하드립니다.
껀수성~~ 이젠 달인반열에 오르셨네요. 늘 도전하는 청년, 정열이 부럽습니다. 조선일보의 기사도 반갑게 잘봤습니다.
이런 후기를 기대했습니다. 언젠가 형님 사시는 집에 한번 초대해 주셔서 커피 한잔 주시구요.. 집구경 한번 시켜주세요! 멋진후기.. 소름이 돋는 사진들입니다. 역시 멋진 건수형입니다.. 자판을 두들기는 손아귀에 땀이 잡힙니다. 다음에 꼭 함께 하는 꿈을 꾸어봅니다.
고생하셨고,부럽기도 하네요. 세계일주의 도전이 한발씩 착착 다가오고 있군요.
너무도 자랑스러운 모습입니다. 축하에 축하를 드립니다. 언제나 나한테도 이런 기회가 올지... 그렇지만 기대해보겠습니다.
건수성 축하합니다.나는 언제나 해외땅을 발바보나...일산클럽 화이팅!!!
건수씨 수고하셨네 모든 철인 아니 자전거로 운동을 하는 모든이는 다 이런꿈을 꾸겠지만 그러나 이를수있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정말 귀한 경헌 하셨고 부럽기만 하네 나에게도 언젠가는 이런 기회가 올려나 꿈같은 얘기겠지만 꿈은 잃지 말아야지 고생 하셨고 축하 하네 화이팅
꿈꾸던 여행하셨으니 얼마나 좋으셨을까요,, 글고 고생도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무척이나 부럽기도 합니다. 조금 남겨진 아쉬움은 다음을 위해 남겨두신거라고 생각하시죠, 건수 선배님 힘!!
부럽습니다. 늘 막연하게 꿈꾸는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것 같네요!~ 멋진 여행을 축하드립니다. 얼마전 다른 매체에서 기사를 읽었는데 내용만 대충 봤는데 그게 건수형님인줄 몰랐어요^^ 앞튼 부럽습니다. 저도 꼭 해볼겁니다.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