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76회 등산 계룡산 수정봉(659m) 2023-19
(충청남도 공주시) 2023년 7월 16일(일) 비
수정처럼 맑은 물을 품고 있는 용산구곡의 산!
며칠 동안 계속된 장맛비로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특히 충청북도와 충청남도 그리고 경상북도에서 피해가 심했다. 사생은 유명(有命) 이라고 하지만 갑자기 아무 준비도 없이 생을 마감한 분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 그동안 9일 연속 금주를 했는데 오늘은 그분들의 명복을 빌며, 영혼을 술로 달랜다.
삶은 구름 한 점 일어남이요. 죽음은 구름 한 점 흩어진 것이라고 하더니, 아! 생(生)과 사(死)가 참으로 가까이 있었구나! 내일을 알 수 없는 현실에서 지금, 이 시각 부앙무괴(俯仰無愧)의 삶을 살아야 한다.
널찍한 상신 주차장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한다(8:32). 유량이 엄청난 상신리 계곡을 왼쪽에 끼고 차도를 따라 나아간다. 상신리 계곡은 용산구곡으로 불린다. 예로부터 산수가 수려해 많은 선비와 묵객들이 이곳을 찾아 산수를 즐겼다. 조선 시대 권중면 선생(1856-1936)이 1907년 관직을 버린 후 이곳에 은거하며 상신리 계곡을 9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제1곡부터 제9곡까지 용이 태어나서부터 승천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펼치며 바위마다 글씨를 새겨 넣어 자연과 소통했다.
금방 용이 문을 찾는다는 1곡 심용문이 나타난다. 음식점과 카페와 버스 종점을 지나 계곡 위 다리를 건너(9:01)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진행한다. 계곡의 경관이 좋아 사진 찍은 일이 많아진다. 곧이어 용이 숨어서 은거한다는 2곡 은용담을 거쳐 상신탐방지원센터에 이른다. 징검다리 위로 물이 넘치는 계곡을 건너(9:05) 주 계곡을 왼쪽에 두고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산길은 완만하지만 작은 돌이 많아 조금은 성가시다. 힘찬 물소리를 들으며 나아간다. 용이 수련을 한다는 3곡 와룡강, 용이 수련을 하다가 쉬면서 노니는 4곡 유룡대, 용이 공부가 무르익어 여의주를 얻었다는 5곡 황룡암, 용이 공부가 일취월장하여 세상의 이치를 보는 능력을 얻었다는 6곡 현룡소를 지나자 남매탑 2.4Km, 금잔디고개 2.2Km라고 쓰인 푯말이 반긴다.
금방 징검다리 위로 물이 넘치고 밧줄이 달린 지계곡과 주 계곡을 건너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나아가 용이 구름을 만나 조화를 부리는 능력을 갖췄다는 7곡 운용택과 용이 날아오르는 능력을 얻어 승천하였다는 8곡 비용추에 이른다.
남매탑 1.7Km라고 쓰인 푯말을 지나자(9:27) 산길은 가팔라지지만,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거침없이 올라간다. 이윽고 용이 승천하여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9곡 신룡연에 닿는다(9:33). 신룡연은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낼 영재들이 많이 나와 나라와 민족이 강성해질 것을 갈구하는 기원의 메시지라고 한다.
신룡연을 뒤로하고 나아가는 산길은 급경사와 완경사가 조화를 이루는 좋은 등산코스이다. 조금 지나서 남매탑과 금잔디고개로 갈리는 삼거리에 이르니 금잔디고개 1.2Km, 남매탑 1.4Km, 상신탐방지원센터 1.8Km란 푯말이 서 있다(9:45). 금잔디고개를 향해 등산화를 적시며 주 계곡을 건너 급해진 산길로 산에 올라간다. 왼쪽의 지계곡 물소리도 요란하다. 산길에 물이 조금 흐르는 곳을 지나자 산길 전체가 물에 잠긴 너덜이 나타난다. 이 길을 걸은 지 10년이 넘었고 산길이 물에 잠겨 어디로 진행할지를 모르겠다.
산길 전체가 물에 잠긴 너덜길
똑바로 직진해 산에 오른다. 산길은 희미하고 물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10:05). 희미한 길마저 끊겨 왼쪽으로 보이는 산등성이를 겨냥해 길을 내가며 올라선다(10:14). 한데 산등성이에도 산길은 없었다. 길을 만들어가며 눈앞에 보이는 산마루를 향해 10분쯤 올라간다. 산마루에 닿으니 이제야 희미한 길이 나온다. 이어 잠시 내려서다가 하나의 봉우리를 올라가 금남정맥 능선에 닿아(10:31) 위치파악을 할 수 있었다.
계룡산을 공식기록으로 124번 등산한 사람이 길을 몰라 헤매다니 어이가 없다. 곧이어 금남정맥 능선을 타고 올라가 수정봉에 올라선다(10:37). 멋진 소나무에 둘러싸인 수정봉은 경관이 좋다. 셀카를 찍고 삼불봉을 조망한다.
금잔디 고개
수정봉을 뒤로하고(10:43) 금남정맥 능선을 타고 금잔디고개로 내려선다(10:46). 갑사 2.3Km, 관음봉 1.8Km, 남매탑 0.7Km, 상신탐방지원센터 3Km란 푯말이 서 있다. 삼불봉을 향해 길을 재촉한다. 조금 진행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비와 우산을 휴대했지만, 이 비가 큰비가 되면 계곡물을 몇 번이나 건너야 하는 하산 길이 곤란할 것 같아 더 이상의 진행을 멈추고 금잔디고개로 돌아와 산에서 내려가기 시작한다.
완만한 길로 조금 내려서니 계룡 11-02, 해발 616m라고 쓰인 푯말이 박혀있다(10:58). 계속하여 대체로 완만한 산길로 내려가니 상신탐방지원센터 2.2Km란 푯말이 서 있다(11:14). 조금 지나자 처음 올라올 때 산길이 물에 잠긴 곳이 나타난다. 그때 왼쪽으로 횡단하며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어떤 산행전문가라도 산길을 찾기에는 물로 인해 결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진행한 길을 역으로 남매탑과 금잔디고개로 갈리는 삼거리로 돌아온 다음(11:28) 비가 계속 내리므로 잰걸음으로 진행하여 상신탐방지원센터로 돌아온다(11:58). 이어 차도를 따라 잰걸음으로 12분을 진행해 상신리 주차장으로 돌아왔다(12:10). 산행하는 동안 단 1명의 산객도 만나지 않았는데 뉴스를 통해 장마로 인해 계룡산 입산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 산행거리: 8.59Km, 3시간 22분 소요(6분 휴식 포함) 평균속력: 2.52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