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회 詩하늘 시낭송회 - 유홍준 시인편 후기
* 유홍준 시인
낭송회가 있기 전 낭송될 낭송원고를 처음 읽었을 때 첫 느낌은 시가 참 생소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평소 그의 유명한 시, '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
'들깻잎을 묶으며', '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등 시는 편안하게 와 닿았는데
이번 낭송시들은 그런 면에서 낯설기만 하였다.
들리는 얘기로는 유홍준 시인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시인이라고, 그래서
시 낭송 원고도 모두 신작시들이라고 누군가가 내게 귓뜸해 주었다.
제일 처음 낭송하신 류석 님께서는 시를 낭송하시기 전에 이렇게 신작시들을 보내
주어 고맙다고 하시며 신작시 한 편과 유홍준 시인의 유명한 시 '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 시도 낭송하셨다.
그의 시는 읽고 읽을수록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을 느낀다.
시계 속의 벌레라든가 백합을 트럼펫으로, '썩은 곳을 도려내도 사과라고 불리는
사과처럼' 지구의 가을 등등이 새롭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내게 와 닿은 시는 뚜껑, 자물통, 아무도 열지 못하는 '그의 흉터'와
별로 바라본 '오이꽃'시였으며 낭송원고 10편의 시중 무엇보다도 내 마음에 와
닿은 시는 그 날 이승엽 님이 낭송하신 '우는 손'이었다.
우는 손 / 유홍준
오동나무 밑을 지나가는데 아이 하나가 다가온다
동그랗게 말아 쥔 아이의 손아귀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얘야 그 손
풀어
매미 놓아주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 평생 우는 손으로 살아야 한단다
나는 손에 무엇을 동그랗게 말아 쥐고는 평생 울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놓아버리면 그만일 텐데......
그 매미를 내내 생각하며 유홍준 시인은 무엇을 손에 쥐고 놓지 못하고 이 시를
쓴 것일까 하고 내내 생각해 보았다.
그 의 시집 『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를 소개한 기사글을 읽어보면
동아일보에 실린 정진규 시인은
이 시집의 ‘자루 이야기’ ‘노란 주전자’ ‘자전거 체인에
관한 기억’과 같은 시들은 삶의 치욕, 그 상처의 흔적들로 이어져 있지만 구성과
표현은 결코 굳어있지 않다.
'자루’라는 상징어를 따라가노라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입에서는 웃음이 나온다.
밝음과 어두움을 삶의 실체로 동시에 수용할 줄 아는 초월적 통합 의지가 보인다.
우리 현대시의 새로운 한 모습이다......이라 하였으며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가 쓴 기사글을 소개하면
삶과 죽음을 꼭꼭 씹은 시
문학평론가들이 주목하는 시인 유홍준... <상가에 모인 구두들>
한 문학평론가는 "유홍준의 작품이 있어 비평하기가 즐겁다"는 말을 할 정도다. 각종
문학 비평에 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으니 그 정도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유 시인은 노동자 생활을 하다 시에 입문했다. 여느 시인처럼 학교에서 시를 공부한
것도 아니다. 80년대 말 진주 상평공단의 한 기업체에 다니다 진주상공회의소가 마련한
'공단문학상'에 시를 낸 게 인연이 되었다. 이후부터 그는 시 창작이 본업이라 할 정도
로 시에 매달렸다.
그가 문단에 떳떳하게 이름을 내민 때는 1998년. 시 전문지 <시와 반시> 신인상을 받았다.
이때부터 그는 '천리길 진주'에 묻혀있는 시인이 아니었다. 문학 잡지며 평론가들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 시는
부음을 받고 문상을 간 시인이 발견한 죽음과 삶을 그린 시다. '죽음'을 위해 모인 사람
들의 풍경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죽음도 일상처럼 되어버린 현대인들의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죽음 앞에 조화를 보내고 조의금을 내밀지만, 모든 게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고를 하고 있다.
이 시에 대해 문학평론가 유성호씨는 "상가라는 배경을 통해 우리의 일상성이 비루한
욕망의 반복과 거기로부터의 승화에 대한 꿈을 동시에 갖고 있는 생의 형식임을 증거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성호씨는 '죽음의 흔적으로 바라본 생의 형식들'이란 해설에서 "유홍준 시인의 작품
세계는 조용히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면서 "일상성 속에 녹아든 '죽음'의 흔적(자국)
들을 통해 생의 어둑하고도 건조한 단층들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영철 시인은 "현실을 드러내는 유홍준의 방식은 오늘의 삶이 그러하듯이 때로 끔찍
하고 때 로 낭자하다"면서 "그가 휘두르는 칼날은 무척 민감해서 몸통 속에 잠재된 각
부위의 욕망들 을 감추지 않고 까발려놓는다"고 평가했다.
또 나희덕 시인도 시를 읽은 소감을 말했다. "삶과 죽음을 꼭꼭 씹어서 제 식솔로
만드는 것, 그 끈질긴 되새김질 때문인지 유홍준의 시는 간명하고 날렵해 보이지만
읽을수록 어떤 점성 같은 게 느껴진다"고.
유홍준 시인은 "독특한 발상과 상상력만으로는 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늘 하고 있다"
면서 "표현기법이 아무리 초현실적인 것으로 나타난다고 하여도 가장 분명한 것은 삶을
떠난 문학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하늘 주간이신 박곤걸 시인께서는
시가 무겁다, 낭송 중간중간 사유의 시간을 준다, 유홍준 시인은 지금이 가장 왕성한
활동시기, 원로, 중견작가들이 소중한 것을 배운다, 시가 종잡을 수 없다, 독자를 혼미,
방황하게 한다,
시공부 하기에 멋찐 시, 발상이 시인답다, 시인으로서의 재질을 타고 났으며 심층의식에
닿지 않고서는, 투시력이 없이는 시를 쓸 수 없다, 바탕에 두 개의 사물, 삼각관계의
배치, 배치의 미학이다, 무거운 시를 짧은 시간에 낭송했다.......
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날의 초대시인이 유홍준 시인이 긴 얘기를 해 주셨다.
원래 말 주변이 없으시다고 하시면서도 어느 초청 시인보다 긴 얘기를 해주었다.
시인은 어느 사람들보다 예민한 사람, 시는 시인이 완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완성하는 것, 그런 면에서 시하늘이 고맙고 바람직한 모임이다.
시낭송회에 오기 전에 이마와 눈주위를 다친 것은 스승이신 김언희 시인을 만나러
가는 날, 청개구리 소리때문이었다.
유리는 통과할 수 없는 것, 안이 다 보이는데 들어갈 수 없는, 시의 세계가 그러
것이 아닌가유리문에 부딪히고 얻은 것은 아름다운 시의 유리를 깨버려라는 것이었다.
왜 내 시가 낭송이 잘 안되는가를 생각해보았다, 나는 남들이 다 가는 쪽은 안
가려는, 안가는 쪽으로 가려했다. 상을 받고 난 후 자유스럽지 못했다.
그렇지만 막무가내로 언어를 붙잡고 되들어야겠다고 말하며 마지막으로
시의 뱀에 물려 온 몸에 독이 퍼졌으면 좋겠다 고 하였다.
그 날 참석하신 인원은 많지는 않지만 시하늘 회원들과 시와반시 회원 님들이 참석
하였다.
원무현 시인 더분에 멀리 진주에서 오신 시인 유홍준 시인뿐 아니라 부산, 경남지역의
시인들을 만날 기회가 생겨 고맙고 기뻤다.
시하늘의 시낭송회는 어느 시낭송회보다 순수한 마음에서 이루어지는 낭송회라 자부
한다.
그래서 낭송회에 초대받고 오시는 시인들도 그런 마음으로 오시리라 생각한다.
그날 나는 '들깻잎을 묶으며' 라는 시는 낭송하고 싶었는데, 낭송원고에 그 시가
없었고 또 오신 분들을 맞이 하느라 욕심을 내려놓고 낭송되는 시를 들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삶을 바탕으로 한 깊은 사고가 빗어낸 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또 다시 깨달
으며 나는 지금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 내 시의 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줄장미가 아름다운 계절에..................................전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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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퇴근길 가창댐으로 드라이브 갔다가 댐철망에 가득한 줄장미를 보며 '낭송회 후기'가 올라올 때가 되었는데 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답니다
늦었지요......가창댐 가는 길의 줄장미를 올해는 아직 만나지 못했군요. 한번 가보아야겠어요.
가고싶은데요 정말 - 골목길 마다 내 꽂꽂한 머리를 나꿔챌것만 같은 덩쿨 장미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그렇게 했을까 피 냄새가 선홍빛으로 찬연하다. - 16년된 88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를 휘젖고 다니고 있는 막노동꾼
류빈 님~ 골목길 마다 내 꽂꽂한 머리를 나꿔챌것만 같은 덩쿨 장미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그렇게 했을까 피 냄새가 선홍빛으로 찬연하다......시적인 답글......정말 줄장미 보러 가야겠어요. 내 머리 나꿔챌까 두렵지만요^^
가창댐 가는길의 철창에 갇힌 줄장미를 보면 ....유리창 너머 보이는 분내나는 여인들 같다는 생각에.....그날,처음으로 참석한 시낭송 너무 좋았습니다. 모두 가족같은 분위기두요 이제 저도 함께해볼려구요 괜챦을까요?
반갑습니다. 안개꽃 님~ 대환영입니다. 늘 함께 하길 바래봅니다. 다음 시낭송회 때 꼭 인사나누어요*^^* 그 날 기다리겠습니다.
무엇이 그리 바븐지 이제 봤네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