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한진重에 전격 대출회수 통보
대우조선해양의 3조원 규모 부실에 놀란 시중은행들이 국내 조선사들에 대한 '묻지마'식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무리한 저가 수주로 부실을 초래한 조선사들에 이어 자발적 구조조정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조선사들까지 도매금으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한진중공업에 이달 말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200억원을 비롯해 올해 말까지의 신용대출에 대해 만기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국민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적자 발생 이후 '조선업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줄이라'는 은행장 지시에 따라 이같이 통보했다고 채권단 관계자가 말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대출 회수를 검토하고 나섰다. 한진중공업의 연내 만기 예정인 시중은행 신용대출 규모는 3000억원 가량이다. 그동안 만기가 돌아와도 원금 일부를 같는 조건으로 대출 만기를 연장해왔던 시중은행들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빅3'조선사들이 모두 수조 원대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한진중공업뿐만 아니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다른 조선사들에 대해서도 익스포저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전격적인 대출 회수 통보가 한진중공업을 대상으로 가시화됐을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빅3'도 예외가 아니라는 얘기다.
차입금과 사채 규모는 올해 3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이 7조9478억원으로 가장 많고 대우조선해양(6조9394억원) 삼성중공업(2조5933억원) 한진중공업(2조4342억원)이 뒤를 잇는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내년 3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금융권 차입금(3조5392억원)과 회사채(3000억원)규모가 4조원에 가깝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조선업 전반의 업황 부진에 따른 판단이지 한진중공업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시중은행들이 조선사에 대해 갑작스럽게 자금을 회수하기보다는 신용 대출을 장기 담보대출로 갈아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해양플랜트 편중과 무리한 저가 수주에서 비롯된 '조선빅3'와 중소형 조선하들에 대한 위험신호를 조선업 전반에 무분별하게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5년간 인원 감축과 자산 매각, 저가 수주 중단 노력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연결영업손실이 5억원대에 그쳤다. 반면 3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고백한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각각1조5481억원과 3634억원씩의 대규모 손실을 피해가지 못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2009년부터 4년10개월간 저가 수주를 전면 중단하며 버텨왔다"며 "은행은 스스로 재무건전성을 지켜온 회사를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