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안 여 행
금관가야를 세운 김수로왕이 주변의 다섯 부족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여섯 가야가 생겨났거니와 함안군은 그 하나인 아라가야의 옛 땅이었습니다. 고대에는 주변의 여러 부족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당당한 독립국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야 역사의 거개가 그러하듯이 오늘날에 이르러 아라가야에 관한 역사 기록을 발견하기는 어렵고 다만 금관가야와 더불어 신라 법흥왕 때에 신라에 병합된 사실만이 전합니다. 신라 경덕왕 때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오늘날과 같이 함안군으로 되었으며 구한말인 1906년에 이웃의 칠원군을 합하여 오늘날과 같은 영역을 이루었습니다.
말이산고분군
함안군 가야읍에 있는 말이산은 오랜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잔구성 구릉으로(해발 40-70m), 남-북 1.9km의 주능선과 여덟 갈래의 가지능선으로 구성됩니다. 말이산은 가야분지상의 탁월한 입지를 통해 선사시대부터 인간 생활의 무대로서 적합한 관망지이자 안전지대였습니다.
특히 능선 정상부에 열을 지어 늘어선 고대 아라가야의 대고분들은 평지에서 올려다보는 이들로 하여금 ‘산 위의 산’이라는 느낌을 주어 거대 기념물로서의 경외감을 심어주기에 최적의 지형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말이산은 ‘머리산’의 소리음을 빌어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우두머리의 산’ 즉 ‘왕의 무덤이 있는 산’이라는 의미입니다.
말이산은 함안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타임캡슐입니다. 이곳에는 선사인의 무덤과 집 자리, 유물 조각들과 함께 고대 아라가야 왕들의 무덤이 들어서 있습니다. 근래의 발굴 조사를 통해 그 전모가 밝혀짐으로써 찬란했던 아라가야의 500년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고분군으로서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말이산고분군은 사적 제515호로, 행정구역상 가야읍 도항리와 말산리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그 면적은 525,221평방미터이며, 가야시대 고분유적으로서는 최대급의 규모입니다. 말이산의 봉토분은 총 37기가 관리되고 있으나, 1991년의 지표조사를 통해 76기가 더 확인되었습니다.
이들은 아라가야의 전성기인 5세기 후반-6세기 초에 집중 조영되었으며, 말이산 주능선과 가지능선의 정상부에 대형 봉토분이, 그 사면부에 중소형 고분이 분포해 있습니다. 또한 말이산의 북쪽 일대에는 삼한시대 목관묘, 목곽묘와 4-5세기 전반의 목곽묘도 밀집 분포하고 있습니다.
함안박물관
말이산의 가야시대 고분 198기에 대한 30여 년간의 발굴조사를 통해 7,900여 점의 다종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었습니다. 이는 아라가야가 독자적으로 형성, 발전시켰던 찬란한 문화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고대 한반도 남부의 일원으로서 주변국과의 교류, 갈등, 정복 등의 관계상을 잘 반영하고 있어 학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함안박물관에는 불꽃무늬토기, 수레바퀴모양토기, 등잔모양토기, 고리자루큰칼, 미늘쇠, 정이쇠 등 15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져 있는 말갑옷과 거의 닮은 마갑총 출토 말갑옷이 전시돼 있어 아라가야의 우수한 문화역량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말이산 고분군의 아름다운 유적 경관과 어우러져 휴식공간으로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무기리 주씨 고가 · 무기연당(舞沂蓮塘)
영조 4년(1728) 이인좌의 난을 평정하여 그 공으로 기제사를 영구히 받들라는 왕명에 따라 부조묘에 봉안되었던 국담(菊潭) 주재성(周宰成) 이래의 종택입니다. 서실인 감은재(感恩齋), 영빈사(迎賓舍), 중문, 안채, 사당인 부조묘가 있습니다. 종택의 정문은 국담의 충신정려(忠臣旌閭)와 아들 감은재의 효자정려를 위한 것으로 충효쌍정려문(忠孝雙旌閭門)이라고 합니다.
무기연당은 주재성의 생가 동쪽에 있는 조선 후기의 연못입니다. 주재성이 이인좌의 난 때 의병을 일으켜 관군과 함께 난을 진압하자 관군들은 돌아가는 길에 그의 덕을 칭송하여 마을 입구에 '창의사적비(倡義事蹟碑)'를 세우고 서당 앞 넓은 마당에 연못을 만들었습니다.
연못 가운데에 섬을 만들고 산의 모양을 본떠 놓았습니다. 이후 주재성은 연못의 이름을 '국담(菊潭)'이라 하고 자신의 호로 삼았으며, 연못가의 서당에서 학문에 전념하며 유유자적하였습니다. 연못가에는 후대에 풍욕루(風浴樓)와 하환정(何換亭)을 지었고, 최근에 충효사(忠孝祠)를 지었습니다.
연못 주위에는 담장을 쌓고 일각문을 내어 영귀문(詠歸門)이라 하였습니다. 비교적 원래의 형태를 잘 간직하고 있는 조선 후기의 연못으로, 당시 사대부가 만든 연못의 정수를 보여 주는 곳이어서 정원문화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는 이곳은 1984년 중요민속자료 제208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입곡군립공원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 흐르는 입곡저수지 상류에는 자연생태 그대로 보존된 입곡군립공원이 형성돼 있습니다. 일제시대에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협곡을 가로막은 입곡저수지는 폭 4km에, 저수지 양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저수지를 중심으로 왼편에는 깎아지른 절벽에 우거진 송림이, 오른편으로는 완만한 경사지에 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이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저수지를 중심으로 협곡을 이루고 있는 이곳에는 수려한 자연풍광과 함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형형색색의 바위와 기암절벽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신비로움을 더합니다. 저수지 중앙을 가로 지르는 길이 112m, 폭 1.5m의 출렁다리를 건너 산책로 일주는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버드나무 잎이 수면에 길게 늘어져 있고, 이름 모를 꽃과 나무들이 저수지를 끼고 산책로를 따라 둘러쳐져 있습니다. 간혹 백로가 수려한 자태를 뽐내기도 하는데,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습니다. 산책로를 돌아나와 입곡문화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절벽 쪽에 높이 35m(2단)와 높이 10m(1단)의 인공폭포가 2개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대산리 석불
한절 즉 대사(大寺)라 전해지고 있는 절터에 모두 4구의 불상이 남아 있어서 하나의 석불군(石佛群)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완전한 상(像)은 2구의 보살입상인데, 형식이나 양식이 흡사하여 입불상의 좌우협시로 조성되었음이 분명합니다.
두 보살상은 타원형의 부드러운 얼굴이나 아담한 체구, 그리고 8각과 원형의 2단 대좌 등에서 통일신라 초기양식의 전통을 계승한 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원통형의 높은 관(冠)이나 작달막한 체구, 기하학적인 의문(依紋), 한복식 옷 등의 표현은 고려의 지방양식 석보살상(石菩薩像)임을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입불상은 머리가 없지만 양감(量感)이 풍부하고 세련미가 있는 조각으로 상당한 수준의 작품이며, 파괴가 극심한 머리 없는 좌불상은 온몸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광배(光背)의 석질과 양식으로 보아 고려시대의 불상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1963년 1월 21일 보물 제7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이수정(二水亭) · 무진정(無盡亭)
함안에는 함안천을 안고 있는 수정(水亭)이라는 운치 있는 연못이 셋 있었습니다. 신작로를 만들면서 1수정과 3수정은 없어지고 2수정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수정 바로 위 언덕에 무진정 정자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무진정에서 이수정을 내려다보면 풍류를 저절로 느끼게 됩니다.
무진정은 조선 명종 22년(1567)에 무진(無盡) 조삼(趙參)선생께서 후진 양성과 여생을 보내시기 위하여 함안면 괴산리 지금의 자리에 직접 지은 정자로, 자신의 호를 따라 무진정(無盡亭)이라 명명하였습니다. 앞면 3칸 · 옆면 2칸의 팔작집으로, 앞면의 가운데 칸에는 온돌방이 아닌 마루방으로 꾸며져 있고, 정자 바닥은 모두 바닥에서 띄워 올린 누마루 형식입니다.
함안 낙화놀이
함안면 괴항마을에 전승되어온 고유의 놀이로 17세기 조선 중엽부터 함안읍성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여 매년 4월 초파일 이수정에서 개최되어 오다 일제의 민족정기 말살정책에 따라 중단된 것을 1985년에 복원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숯가루를 한지에 돌돌 말아 낙화를 만들어, 이수정에 준비한 줄에 낙화를 걸어 불을 붙임으로써 숯가루가 불을 머금고 타면서 바람에 날리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고요하고 아늑했던 무진정 앞 연못 위로 불꽃이 콸콸 쏟아져 내리면 발 디딜 틈이 없이 연못과 다리를 메운 사람들의 입에선 탄성이 멈추지 않습니다. 그 드라마틱한 장면은 130분간 계속됩니다.
함안 낙화놀이의 불꽃이 유달리 오래 타오르는 이유는 한지에 숯가루를 발라 전통 방식으로 만든 낙화 덕분입니다. 연못 위를 가로지르는 긴 줄에 두껍게 꼬아 만든 한지 타래를 걸어놓고 어둠이 내릴 때쯤이면 불을 붙입니다. 밤이 깊어지면서 수많은 낙화는 일제히 불꽃을 흩날리고 낙화놀이는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낙화는 잔잔히 떨어지다 우수수 떨어지기도 하며 바람에 줄이 일렁일 때는 수만 개의 불꽃이 연못을 메우는 장면이 연출돼 이를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행사의 대미는 200발의 불꽃이 터지면서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가 장식합니다. 함안 낙화놀이는 무진정, 이수정이 자아내는 예스럽고 멋스러운 분위기와 어우러져 황홀한 풍류를 선사합니다.
함안 별미기행(함안 한우국밥촌)
커다란 무쇠솥 걸어 놓고 사골을 푹 끓인 국물에 맛난 한우 삶아 놓고 콩나물, 무, 토란줄기, 대파 등을 송송 썰어 넣어 한소끔 푹 끓여내어 소고기를 듬뿍 얹어 내는 소고기국밥입니다. 과거 도축장이 근처에 있어서 생성된 국밥촌으로, 소고기국밥으로 유명한 의령국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곳입니다.(한우국밥 6,000원 한우국수 6,000원 짬뽕(국수+밥)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