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해킹 연루 건설사 명의만 바꿔 영업
/건설면허 빌려 부실공사 조장해도 벌금이 고작
조달청 해킹을 통한 불법낙찰, 건설업 등록증 불법대여.
준법경영에 충실한 대다수 건설인들에게 허탈감과 분노를 안겼고 무자격시공으로 국민 안전까지 위협한 범죄였지만 처분은 ‘솜방망이’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 및 시도회가 지난 3년간 수사기관에 고발한 등록증 불법대여 혐의사는 50여곳이다. 건당 300만~700만원을 챙기면서 6개월 만에 수백 건의 착공실적을 기록한 곳도 있지만 처분업체는 10곳이 안되고 그마저 벌금형이 고작이다.
건설산업기본법령상 면허대여사에 3년 이하 징역(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내리지만 500만~2500만원의 약식처분이 대부분이다. 징역형은 작년 3월 서울북부지방법원이 내린 1건이 전부다. 그마저 보험료 횡령, 허위조사 교사 등 다른 범죄가 복합된 탓이다.
정부와 수사기관의 대응도 소극적이다. 입증이 어렵고 생색도 안 나는 탓이다. 한 시도회가 고발한 A사는 과거에 같은 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았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내려졌다가 해당 시도회 반발로 재수사한 사례도 있다.
건설업계 차원에서 건의한 건설기술자 중복배치 방지, 건설기술자의 착공 관련 사항 사전신고, 착공신고서 제출 때 담당공무원의 건설기술경력증 기재 등의 근절책도 반영되지 않았다.
건협 시도회 관계자는 “수억~수십억원을 취한 업체에 대한 처분이 기껏해야 수천만원 벌금인데, 불법대여 행위가 뿌리 뽑히겠느냐”고 반문했다.
컴퓨터 해킹사건 처분도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불법낙찰받은 건설사에 대한 형벌은 공개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사전 수사 때 검찰의 불구속기소 등을 고려하면 제대로 된 처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심증만 있을 뿐이다. 조달청이 연루업체 명단을 발주기관에 넘겼지만 부정당업자 제재 사례는 아직 없고 대부분 연루업체가 대표자 명의변경을 통해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게 건협의 설명이다. 조달청과 정부에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여부를 확인했지만 지자체나 발주기관 몫이란 답변만 돌아왔다는 후문이다.
건협 관계자는 “별다른 이유 없이 대표자 명의를 바꾸는 사례가 잇따르고 소문 등으로 해킹 연루사란 심증이 가지만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무자격시공을 조장하고 견실한 건설사에 피해를 준 등록증 대여나 해킹연루사의 죄질이 담합에 못지 않지만 정부, 수사기관의 대응은 담합과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국진기자 jinny@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