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오후에 고졸 검정고시 감독을 하러갔다.
3교시 감독을 들어갔는데 2년전 내가 담임을 했던 정희가 그곳에 앉아 있는걸 발견했다.
정희는 내가 들어가자마자 알아봤을텐데도 아는체를 하지 않고 있다가 내가 나중에 알고 아는체를 하니 그제서야 인사를 했다.
나를 알아보고도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이 조금 괘심하기는 했지만 별로 아는체 하고 싶지 않았을 정희의 마음이 이해가 되어졌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검정고시 보러와서 나를 만나게 될 줄은 저도 나도 몰랐으니...
시험을 치고 있는 정희에게 살짝 다가가 그러길래 선생님이 공부 열심히 하랬잖아 했더니 고개를 푹숙였다.
내가 담임할때 무던히도 속을 썩이더니....
오토바이 절도에,무단 결석에,지각은 밥먹듯이 하고 거기다 야단이라도 칠라치면 꼬박꼬박 말대답하면서 반항을 해대는데 미칠지경이었다.
나중에 고입 원서 쓸때는 지 공부안한거는 생각도 안하고 성적도 안되면서 우겨대기까지 해서 내 속을 뒤집었다.
무단 결석 일수도 있고 성적도 거의 밑바닥이라 어디를 보내야하나 고민하다가 부산해사고에 원서를 넣었는데 다행히 합격을 했었다.
부산해사고는 국립인데다 졸업하면 취업도 보장된다고 해서 저도 좋다고 하고해서 보냈는데 처음에는 적응도 잘하는거 같고 1학기에 나를 찾아왔는데 완전 새사람이 되어 잇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달라질수가 있을까 할 정도로 달라진 정희를 보면서 너무 뿌듯하고 좋아했었다.
그런데 1학기가 채 끝나기 전에 정희 엄마로부터 연락이 왔다.
정희가 학교에 도저히 못다니겠다고 하면서 자퇴를 할려고하는데 어떻하면 좋겠느냐고 했다.
기가 막혔다.
그리고 또다시 원서 쓸 생각에 성가시고 귀찮게만 여겨졌다.
그래 사람이 달라져봤자 얼마나 달라지겠어?
지 버릇 개 못주지.....
결국 해사고를 자퇴하고 작년에 다시 실업계 고등학교에 원서를 냈으나 다 불합격이 되었다.
자기는 공부는 하기 싫기 때문에 인문계는 진학하지 않겠다고 했다.
가끔식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는데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감독을 마치고 나오면서 합격하면 나한테 꼭 연락하라고 했다.
내가 담임을 했던 아이라그런지는 몰라도 진심으로 합격하기를 바랬다.
그런데 조금 전에 내 핸드폰으로 정희로부터 전화가 왔다.
발표가 났는데 합격을 했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뭘 할거냐 했너니 수능을 준비해서 올해 수능을 볼거라고 했다.
자기는 4년제 갈 생각은 없고 2년제에 진학할거라고 하면서 잘 갈 자신은 없다고 했다.
그냥 학교에 다녔으면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일 텐데 오히려 다른 친구들보다 더 빨리 대학 진학을 하게 된 것이다.
이래서 사람일은 모른다고 하고 길고 잛은건 대봐야 안다고 하는건가 보다.
청소년 수련원에서 청소년 들을 위한 이벤트를 할때 조명 같은 것을 맡아서 하고 싶다면서 부산에 있는 어느 대학 이벤트 학과에 진학하겠다고 했다.
목표마저도 구체적이고 뚜렷하니 너무 기특하고 대견스러웠다.
꼭 원하는대로 이루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나중에 수능칠때 곡 연락하라고하고 전화를 끊었다.
공부를 안하면 어쩔거냐고하면 공부가 죽어도 하기 싫은데 어떻하냐고 자기는 학교도 정말 다니기 싫다고 하던 정희였는데......
내가 담임을 할때는 너무 나를 힘들게해서 미워하고 때리기도 많이 때렸는데....
정희가 합격했다고 하니 마음의 짐을 한가지 던거 같다.
첫댓글 부모가 자녀를 보는 것처럼 마음이 뿌뜻했겠네요 ... 보는 나도 기쁨과 대견함이 나오는데 ... 스승은 제자가 잘 되었다고 하면 그렇게 보람이 있어지는 것이지요 ....아울러 잘 못되었다는 소리에 가씀이 막히며 답답함이 또 자리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