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금요일 맑음. 하루 종일 퇴계학 공부 모임에
오전에는 퇴계학연구원의 금요일 모임(延平答問 윤독)에 나갔고, 오후에는 성대에서 모이는 국제퇴계학회 월례발표회에 나갔다가 저녁에는 그 회식에까지 참석하고 돌아왔다.
그 발표회에서는 〈소학의 편찬 이유와 이론적 입장〉이라는 글과 〈퇴계의 경의 의미와 실천법〉이라는 글 2편을 들었는데, 앞의 발표를 맡은 사람은 중국의 산동대학의 교수라는 한족漢族 여류 학자(진원)인데, 인하대학에 와서 박사를 받았다고 하며, 평시에 《延平答問》 윤독회에도 늘 참석하는 분이다. 언제나 말이 없이 듣고만 있었는데, 오늘은 발표를 한국어로 하는데 보니 말소리가 나지막하여 나의 귀에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국어를 구사하는데 큰 지장은 없어 보였다. 요즘은 이렇게 한국에 와서 공부하고, 한국어도 잘 하는 공부꾼들이 늘고 있으니 참 반가운 일이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분(황금중)은 연세대 교육학과의 교수라고 하였는데 처음 보는 분이고, 그 토론을 맡은 분은 고려대학교 교육학과의 신창호 교수였는데, 성함은 알고 있었으나 만나보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그 분은 고향이 청하 보경사 근처라고하며 나와 고향이 가깝다는 말을 하며, 또 부인이 중문학을 공부하여 영남중문학회의 활동에도 참석한 일이 있다고도 하면서, 자못 나에게 친근하게 대하였다. “일면여구一面如舊”라고 할까?
첫 발표의 주지는 소학이라는 책이 어린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동몽서童蒙書이기도 하지만, 어릴 때부터 성인에 이르기 까지 늘 수행하여야하는 일용함양의 공부서工夫書로서, 『대학』을 통하여 확립한 궁리공부와, 『중용』을 통하여 확립한 미발함약 공부를 보완하고 있다고도 하였다. 매우 의미 있는 말이다.
뒤의 글은 “경의 사조설四條說과 소학·대학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라는 부제가 붙은 글이다. 四條說이라는 말은 경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기된 주일무적主一無適, 정제엄숙整齊嚴肅, 상성성법常惺惺法, 기심수렴불용일물其心收斂不容一物 등을 말하는 데, 이 네 가지 조항과 『소학』 『대학』에 연관된 경 공부에는 기본적으로 주자학에서 강조하는 교육이 하학상달下學上達의 과정에서 경을 드러내고, 동시에 경을 기반으로 하는 소학·대학의 교육과정 구축이 학문의 기반이라는 인식에 기초한다고 본 것이다.
논평자인 신교수의 말에 의하면 이 논문은 “이퇴계의 사유가 경으로 귀결된다는 기존의 학설을 뒷받침하고 재확인하여 주었고, 철학적 사유의 확장과 교육(학)의 지평을 넓히는데, 긍정적인 자료로 확인될 수 있다”고 하였다.
매우 들을만한 발표들이였다.
4월 16일 월요일 맑다. 소동파의 「왕도로 정치를 하려는 군주는 함부로 수준이 낮은 이민족들을 갈지 않는다王者不治夷狄論」는 글을 함께 읽다.
이 글은 내가 번역한 『고문진보』 후집에도 들어 있는 것인데 집에 와서 검색을 하여보니, 사고전서(전자판)의 『고문집성古文集成』(巻四十三)이라는 책에 이 글 원문에 대한 상당히 상세한 논평과 주석이 붙어 있는 참고 자료가 있음을 알아낼 수 있었다.-주로 여동래의 『동래박의東萊博議』란 책에서 인용한 것이 많은 것 같음- 이 글에 대하여 이미 차 교수(서울대 자유전공학부)가 영역을 하여 놓은 것도 있고, 또 오늘도 이 글의 내용에 대하여 자못 상세한 토론이 있었는데, 진작 이러한 참고 자료가 있었던 것을 알았더라면 매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4월 17일 화요일 맑음, 난사모임.
월례 난사모임에 가서 다음과 같은 시를 발표하였다.
「痛讀近代史」
근대사를 읽고서 마음 아파하다.
西歐帝國好眈橫
서구 제국이 호시탐탐하게 횡행하기를 좋아하여,
文弱東邦失舊京
문약한 동쪽 나라들이 옛 터전을 많이 상실하였구나.
萬苦黎民呈怒色
온갖 고통 겪는 많은 백성들은 노한 빛 나타내었고,
千辛志士傳憤聲
갖은 신고 느낀 여러 지사들 분노에 찬 소리 전하였구나.
先侵五竺悠長國
먼저 다섯 천축 땅, 역사 긴 인도를 침략하더니,
後攻三經由緖城
뒷 따라서 사서삼경 전하는 중국 땅을 공격하였구나.
可嘆蒼然諸故土
탄식스럽구나! 고색창연한 옛 나라들이
時時狼狽不爭兵
수시로 낭패만 당하고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였구나.
「津寬落花」
진관동에서 낙화를 보고서
春光晩到北山橫
북한산 뒤에는 봄빛이 늦게 무르익어,
紅白遲遲比近京
온갖 꽃 가까운 서울 시내에 비하여 늦기만 하다네.
不覺始開櫻滿路
언제 피는가 싶었더니 벗 꽃 가로를 가득 채웠다가
霎時飛盡可驚聲
삽시간에 다 날아 떨어지니 놀라 소리 지를 만하구나.
첫댓글 선생님 저서인지는 몰라도
고문진보 공부 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