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뜻
이승하
어머니 곁에 아버지의 유골함을 묻었다
그 누구보다 오래 산다는 것은
그 사람의 죽음을 반추하며 살아가라는 뜻인가
생전 해보지 않던 밥을 하면서
빨래를 하면서 다리미질을 하면서
아버지는 4년 동안 무엇을 생각했을까
나 몇 년을 더 살아야
내 부모 죽음의 뜻을 알게 될까
내 삶과 죽음은 타인에게 어떤 뜻으로 남게 될까
까꿍
아버지, 제가 아기였을 때
제 손을 쥐고 어쩜 손이 이렇게 작을까
미소 지으며 말한 적 있으시죠?
어려서나 커서나 한 번도 쥐여준 적 없는
무뚝무뚝한 아버지
그 손으로 저를 때리기도 참 많이 때렸는데
말기암 환자로 중한자실에서 의식불명
코에도 입에도 목에도 가슴에도 요도에도 관이 주렁주렁
숨만 쉬고 있는 아버지
이 숨마저 멎으면 심폐소생술
살아 있는 한 살려야 한다면 것이
살아 있는 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참 얼마나 딱하고 기막힌 일입니까
아버지, 손이 퉁퉁 부어 있네요
폐도 심장도 제 기능 못해
발도 풍선처럼 부풀어 있네요
아버지 손을 쓰다듬어봅니다
시트 밖으로 나와 있는 발을 만져봅니다
이 발로 제게 발길질하고 나서
마음 아파 잠 못 이룬 적 없었습니까?
열이 펄펄 끓어 저 다 죽어갈 때
혼자 우신 적 있었을 거예요
아버지, 제가 아기였을 때
손을 쥐고 어쩜 손이 이렇게 보드라울까
‘까꿍’ 하며 꼭 잡고 흔든 적 있으시죠?
─『시에』 2011년 겨울호
이승하
경북 의성 출생.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취하면 다 광대가 되는 법이지』,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 시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