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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 채
오 종 락
한 평생 이발소에서 부지런히 일하여 집 한 채 남았다. 나이 칠순에 아직 이발 가위를 들고 현역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나이 든 이발사 남편은 이제 주택연금을 받아 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부인은 주택연금을 신청하지 말고 아들 내외가 아이도 셋이나 되고 부모 용돈도 얼마간 주고 있으니까 집은 그대로 두었다가 아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자고 조른다. KBS TV 주말 아침 프로그램 ‘황금연못’에 출연한 A부부의 고민 사항이다. 나도 시청자로 참여하여 해결책에 대하여 함께 한번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주택연금 신청 문제에 대하여 50명의 시니어 판정단의 의견은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이 서로 팽팽했다. 결국 근소한 차이로 반대의견이 더 많이 나와 아내의 의견이 받아 들어졌다. 자식과 결부된 문제에선 집 한 채 마저도 아버지 의지대로 잘 안 되는 것이 세상살이 인 것 같아 몹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판정단의 마음을 움직인 점은, 착한 아들 내외가 아이 셋을 기르며 부모님에게 매달 용돈을 주고 있는 점, 그리고 아직 남편이 이발소 영업을 하여 얼마간의 수입이 생긴다는 점이 다수 시니어 판정단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나도 어느 한쪽의 손을 쉽게 들어줄 수 없는 사안이라 난감했다.
상속문제로 세상 여기 저기서 시끄러운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집집마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유산 상속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느라 편한 집이 별로 없다. 재벌가는 재벌가대로, 서민 가정은 부모의 집 한 채를 놓고 형제간에 서로 자기가 가져야 된다고 주장한다. 경제사정이 팍팍한 세상에 살아가기 힘들어 유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제법 생활형편이 괜찮은 자식이 지나치게 부모 재산에 욕심을 부리는 것을 보면 인간의 실체는 욕심덩어리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돈이 결부되어 있으니 상속문제는 누구 하나 쉬이 양보하지 않으려고 하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사회학자들은 요즘 우리 사회를 갈등과 분노의 사회라고 한다. 유산 상속 문제도 갈등을 낳는 하나의 큰 사회문제다. 보다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피상속인은 유산을 많이 남기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남긴 유산으로 인하여 상속인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책무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상속인은 상속자에 대한 사전 철저한 교육과 유산에 대한 교통정리를 확실히 해 두어야 한다.
유산으로 받을 재산이 하나도 없는 집안의 형제가 오히려 우애 좋게 지내는 가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형제간에는 상속문제가 얼마나 큰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는지를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TV에 출연한 독립유공자 후손 K씨는 어렵게 자수성가한 분으로 자신이 만든 회사와 모든 재산을 한 푼 남기지 않고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자식들을 그렇게 교육시키며 강하게 키워 왔다고 했다. 자식들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지금은 아들 내외와 한시적으로 한집에 함께 살고 있지만 월세와 공공요금을 계산해서 반드시 받고 있다고 했다. 약간의 냉정함 마저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 부모님도 결코 자식에 대한 정이 부족하여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마음속에는 더 깊은 뜻과 사랑이 담겨 있을 것이다.
상속자의 유산 그릇은 작고 소박할수록 아름답다. 인간의 욕심은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작고 아담한 크기의 상속 그릇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곁들여 유산에 수긍하는 그릇도 어릴 때부터 함께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인간이란 존재는 모든 부분에 그에 합당한 그릇을 만들어 주는 일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엄한 조부모가 있는 대가족 가정에서 꾸중과 욕을 듣고 자란 아이가 인성도 좋고 모든 일에 적응도 잘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것은 어릴 때부터 “꾸중 그릇, 욕 그릇”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피상속인은 상속재산을 지혜롭게 분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분배 문제는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갈등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상속이란 그라운드에는 형제 사이에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조금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서다. 잡음이 많이 생기는 상속은 피상속인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만물의 영장이 사람이라고 하지만, 재산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을 볼 때면 아프리카 탄자니아 세렝게티 초원에서 먹이를 빼앗기 위해 싸우는 성경에 욕심 많은 동물로 상징된 하이에나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상속이 자신의 뜻대로 안 되면 형제 사이도 남처럼 멀어지거나 원수가 되기도 한다.
경북 예천이 고향인 G친구는 고향 인근에 경북도청이 들어서면서 벌어진 이웃집 Y형제의 상속문제로 갈등을 빚은 사례를 소개했다. 졸부(猝富)의 장남 Y씨는 연로한 부모 소유 토지 중에서 알짜배기 땅을 먼저 골라서 상속을 받았고, 나머지 남은 것을 동생이 상속을 받았는데 그 후에 도청 공사가 진행되면서 동생 소유의 땅값이 훨씬 높은 상승을 보이며 가치가 올라가자 형은 동생을 미워하기 시작하여 둘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이야기를 접할 때는 인간의 심보는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묻고 싶었다. ‘사촌이 논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날 속담을 무색하게 했다. 형제애는 사라지고 세상이 이상하게 변하여 못된 심술 촌수만 당겨졌는지! 동생이 잘 되어도 속이 쓰리다는 말인가? 원! 참말로 씁쓸한 이야기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인간 개인의 그릇의 크기와 모양에 달려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유산을 물려주고 난 후 이런 자식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쓰리고 아프겠는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상속도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요한 가정교육의 하나로 상속교육도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유산 상속문제는 부모나 상속인은 모두가 민감한 사항이라 그 문제를 끄집어내어 얘기하는 것을 매우 꺼리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가까운 혈육 사이의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전 교육을 통하여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녀들도 상속 재산 분배 문제에 대해서는 원초적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의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한다.
유산은 많이 물려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작은 유산이라도 불만이 안 생기도록 물려주는 것이 더 값진 유산이며 피상속인의 과제다.
나는 결혼 전 직장 생활할 때 월급을 타서 모은 돈으로 약 35년 전 아버지의 권유로 자그마한 집 한 채를 마련했다. 아버지는 남들보다 유독 자식들이 작은 집이라도 일찍 한 채 사는 것을 당신의 큰 기쁨으로 생각하시는 분이셨다. 집을 한 채 구입했지만 자금이 부족하여 곧바로 안방으로 이사를 하지 못하고 안방은 전세를 놓고 문간방에 2년간 살면서 저축하여 안방 전세금을 모아서 갚고 난 후에 비로소 안방으로 이사를 할 수가 있었다.
이 방법은 내가 집을 장만할 때 당신께서 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도와 주시지는 못하셨지만 적기에 작은 예산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경제관념에 대한 지혜의 유산을 물려주신 셈이다.
집 한 채의 소중한 가치와 경제관념을 일찍 일깨워 주신 당신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객지 생활할 때 셋방살이 서너 번 하면서 설움을 좀 받은 경험이 있지만, 대구에 정착한 후로는 처음 마련한 그 작은 집 한 채를 밑천으로 하여 차츰 집을 키워서 지금은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하여 살고 있다. 나도 우리 자식에게 상속에 우선하여 아버지처럼 집 한 채에 대한 소중한 가치와 경제관념을 유산으로 물려 줄 생각이다. (2015.09.13)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현대에는 새롭게 홀로서기가
매우 어려운 듯 합니다.
많은 경쟁자와의 관계가 그리 만드는 듯 합니다.
사전에 올바른 정신이 확립되고, 어른과 자식들 사이에
합리적인 약속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강인한 정신유산이 제일 좋은 선물인데...
만들기도, 주기도 어렵군요.~~~
불로거사님, 격려의 글 감사드립니다.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른 어려운 점에 동감합니다.
모든집의 자녀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공감 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 늘 공감의 의견으로 격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잘못된 재산분배로 형제간에 갈등을 겪는 경우를 종종 접하는 일입니다. 이런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피 상속인의 지혜결속, 그리고 후대들에 대한 상속교육은 좋은 발상입니다. 어렵게 마련한 집 한채의 가치. 그것이 진정한 유산입니다
회장님, 늘 공감의 의견으로 격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내집에서 안방을 전세놓고 문간방 생활한 심정과 지원해주지 못한 부모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녹아있어 울림이 오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늘 따스한 격려의 댓글 남겨 주신데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집 한채" 로 인한 이야기 꺼리가 참 많을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존경하는 단장님, 늘 수고가 많습니다. 따스한 격려의 말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환절기에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누구에게나 있을수 있는일....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선비님! 공감의 의견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