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둔덕면 상서마을 할머니들
"저승사자가 데리고 오라 합니다"
"고추 딴다고 바빠서 못 간다고 말해라"
텃 밭에 고추를 재배하지 않으면 밭 모양 새가 좋지 못하니 빠질 수 없는 작물이라 하여 처음으로 심었다
올해로 3번째 짓는 고추농사이다.
흙 만들기 , 모종심기,
버팀목 세우기,버팀목 연결 끈 묶기
물주기,추비하기,가지치기,
벌레잡아주기,
숨이 헉헉 막히는 뜨거운 땡볕에서 빨간 고추 따기
세척하기,
"비올라 하면 걷고"" 비 안 올 것 같아 널고 " 건조하기 등
고추 농사는 해도 해도 끝이없는
노동의 연속이다.
한 과정이 실패하면
그해 농사는 망치는 것이다.
첫째 건고추 50개 땡초 10개 꽈리 10개
기대하지 않고 햇빛이 뜨거운 날이면 빨간 고추 를 따 밭 언저리에 주워 온 천막을 깔고 말렸다.
9월까지 수확하고 후작물도 없는데 빨간 고추 되기를 기다리는
것에 지쳐 고추나무를 뽑아 밭 가장자리에 모아 두었다.
지나가는 동네 아낙네가 " 저기 놓여있는 고추나무에 달려있는 고추 따 가도 됩니까" 한다.
얼마든지 따 가라고 했다. 따 담은 보따리를 보니
새끼손가락 한마디만 한 갓 열린 푸른 고추부터 엄지손가락 두 배가 넘는 빨간 고추까지
다양한 크기의 고추가 담겨있다.
"뭐 하실려꼬요"하니 고추전 만든다고 한다.
둘째 건고추 100개 땡초 10개 꽈리 10개 오이 5개
두 번째 해에는 장마가 오랫동안 계속되고 조 씨 어른이 " 내 밭에 농약쳐 주는 것" 을
못 치게 해서인지 탄저병이 농사를 망쳤다.
셋 째 건고추 200개 땡초 10개 꽈리 10개 오이 5개
세 번째 해에는
조 씨가 작년에 고추 농사로 전기 자전거 샀다고 자랑해 나는 자전거라도 사야겠다고 다부지게 했다.
처음 따온 빨간 고추를 정성을 들려 마른 수건으로 딱고
베란다에 장판을 깔고 그 위에
신문지를 두 겹씩 놓고 말렸다.
두 번째 빨간 고추를 수확해 집에 돌아오니
"붉은 고추가 씨커먼케 변했어요".
마누라는 마치 자기 잘못인 듯
울먹이며 말한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이 고추 농사에 심혈을 기울렸는가를 알기 때문이다.
바닷가 모래밭에서 쌓아 올린 모래성도 파도에 휩쓸려 갈 때는
가슴이 서린데
반들 반 들하게 빛나던 붉은색이 시커멓게 변했으니 얼마나 두려웠으며 가슴이 서렸을까
고추 망친 것도 서러운데 마누라까지 울먹이니 나도 울고 싶었고 "농사는 하늘의 뜻에 따라야 한다"
이치를 모르고 내 마음대로 한
나의 傲慢에 도라무 깡에 거꾸러 쳐박히고 싶었다
"그까짓거 몇푼한다고 눈물까지 흘리며 그러냐" 라고 했지만 피가 솟구쳤다
비닐장판을 깔고 신문지를 두 겹 놓았음에도 습기에 노출되었음이 틀림없다.
아무래도 탄저병인 것같다
고추 농사는 하늘이 90%, 나머지 10% 는 농부가 짓는데 여기에 수많은 노하우가 결집되어 생산량과
품질을 결정한다
내가 밥 굶는 것도 아니고 밭에서
탄저병 징후가 있는 고추는 조기 제거하고
완전히 숙성된 붉은 고추를 따서 밭에서 건조했다
우여곡절 끝에 10kg 정도 건고추가 되었다. 보통 농가의 10%이다
이것을 전리품인 양 의기양양하게 방앗간에 빻으려 갔다.
방앗간 주인이 "고추가 완전히 건조가 되지 않았군요" 빻아드릴 수 없다"라고 한다.
마누라가 나서 비용을 더 줄 테니 빻아 달라고 부탁해서 겨우 빻았다
10 근 되었다. 김장은 하겠다
고맙다고 인사하며 나오는데 "그 고춧가루로 김치 담는데는 사용하지 말고 국 끓일 때 쓰세요" 한다.
그 방면에 내가 아무리 문외한이라지만 이 억지로 만든
고춧가루를 나누어 먹을 수도 없고 언제까지 국에 넣어 먹을 것인가 ,,,
나는 이 고추가루는 배추밭에 개똥처럼 버려 버렸다
자주 떡을 주문해 안면이 돈독한 집 근처 방앗간에 가서 김장용 고추가루를 사기로 했다
" 사장님 고추를 몇 그루 심었는데
힘이 들어 풋 고추 따 먹고 홍 고추는
포기 할 려는데요 "
사장이 무언가 생각하더니 자기
마누라를 부른다
"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한다
내가 떡을 좋아해 각종 떡을 주문하는데 그래서 서로가 잘안다
시장 님이 우리를 배려했다
" 김장 고춧가루는 두 번째 세 번째 딴 고추가 가장 맛도 좋고 향도 좋고 색도 좋다.
품질좋은 김장용 고춧가루를 찾으신다면 이때 사시는게 가장 좋다"
시장에 가면 두물 , 세물하는데 '두물이라는 뜻은 2번째 딴 고추
세물이라는 뜻은 3번째 딴 고추'
라는 뜻이다
국산 고추를 살때도 품질이 가장 좋을 시기가 있는데
첫번째 따는 고추는 금방 색이 검어지기때문에
바로 바로 말려 물고추용으로 많이 출하가 된다
반면 김장용으로 저장을 하고 1년 내내 드시거나 김장을 할때 사용하시려면
가장 품질이 좋을 시기가 바로 이 두번째 세번째 따서 말려
출하를 하는 것을 사는 것이 가장 좋다
두번째 세번째 따서 말린 건고추는
씨가 적고 표피가 두꺼우며
고추향도 좋고 단맛이 강해 맛이 좋고 색도가 좋아
고춧가루로 빻으면 색이 잘나오고
김치를 담아놓으면 더 먹음직 스럽다
물론 영양가도 당연히 더 좋다
아예 일어선다
물론 같은 고추라도 얼마나 잘 익었을때 따와 어떻게 씻고 숙성을 하고 말리냐에 따라 그 품질은 또 달라진다
이 노지 고추는
위 꼭지를 보면 짧고 구부러져 있고
하우스 고추는 꼭지가 길죽하고 구부러 지지 않는다
어머님이 동네 어르신들이 고추는 노지 고추가 더 맛있다고 한다
물론 햇볕을 바로 맡고 자라는 노지 고추가 자연산이라고 비유를 할 수 있다
선택은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지금도 어르신들 중에는 노지 고추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다
고추를 이렇게 꼭지가 있게 따서 씻어 말리는 것이 더 좋다
밭에서 꼭지를 따서 씻으면 물이 안으로 들어가 혹 관리를 잘못하면 안좋을 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 꼭지를 달린체로 말려 출하한 것을 사고
산 후 꼭지를 뽑아 고춧가루를 갈아 김장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요즘은 농촌에 일손이 부족해 꼭지를 따서 말리는 경우가 늘고있다
이때 두물 세물 고추가 가장 맛과향 품질이 좋을 시기이다
국산 고추는 품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살짝 미치면 인생이 즐겁다는 듯이
하는 강의가 명강의다
부르는대로 고추가루 값을 지불하고
가래 떡도 한대 주문했다.
"고추가루 값 비싸다고 하지마라"
따갑다 따갑다해도 오늘 오후의 해빛은 정말 따갑다.
습기 먹은 여름 햇빛은 뜨겁고 건조한 대기 속의 가을 햇빛은 따갑다.
김 씨 아줌마도 내가 힘들어 보였든지 산 쪽 개울로 물꼬를 돌리지 않아도 좋다고 김 씨를 통해 알려왔다.
뽑아 낸 억새를 뒤집어 뿌리에서
發根하지 못하게 하고 둑을 쌓았다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맑은 물이 웅덩이에 가득하다
"개구리가 옳다구나 하며 풍덩하고
뛰어들고
올챙이가 비행하듯이 떼지어 다닌다"
통통한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개구리다.
등에 줄이 처져있고 점이 있는 참개구리다.
개구리참외 본 듯이 반갑다,
올봄 경칩 때 내가 깨웠든 놈이 아닐까.
이 신비스러운 자연의 움직임은 나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아침의 새벽녘에 샛별을 보고 나욌으니 오늘은 학리항에서 떠오르는 여명을 볼 수 있겠다
들깨 베기는 반 정도에서 마치고 들깨를 털어야 겠다.
처음으로 해보는 일이다
억새를 드러내고 개관한 밭도
스며있는 물을 빼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밑에 있는 김 씨 밭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물꼬를 개울로 우회 시키는 작업도 만만찮다
김 씨 아줌마 격한 성미를 보아 내 밭 물이 아래에 있는 고추 밭에 흘러 들어
고추 농사를 망치게 되면 밭가리 싸움이 아니라 이것은 형사 문제가 된다
물꼬를 반드시 돌려야만 한다
등산화 대신에 허벅지 장화를 사서 신었는데 키다리삐에로가 되어 움직일수가 없다
" 몸으로 때워야 한다"
" 일주일 만에 끝내자 "
장맛비가 '베어 낸 억새 밭 고랑'을 타고 김 씨 고추 밭에 흘러 들면 고추 농사는 망치는 것이다.
그렇게되면 나는 김 씨 아줌마 보다 더 괴롭다.
우선 위 쓰레기를 걷어내고 물꼬의 방향을 보니 물이 일차 모이는 웅덩이에 쌓여 있는 쓰레기가 한 리어카는 되겠다
가시 철조망 조각, 사금파리 등이
없기를 하늘에 빌며 웅덩이에 들어가 작업을 했다
예감이야 일종의 자기 최면인 거지만 뭔가 예감이 안 좋았다 .
쓰레기라기 보다는 산업 폐기물이다
부산 울산 고속도로 건설시 발생한 폐기물이다
황 씨 밭 옆 계곡에서 미역을 감았던
것이 몇 해 전이라 하지 않았나
신고하자니 번거롭겠다.내가 관여할
일도 아니다
우선 이놈들을 마대에 담아두고 물꼬부터 해결하자
물줄기 따라 흩어진 억새 뿌리 덩어리를 뒤집어 둑을 조금 더 높이 올리고 마무리 지었다
감자 밭에는 감자 잎이 누렇게 변하여 쓰러지기 시작한다.
일광산 대밭에서 잘라온 대나무로 세운 지주대를 타고 작두콩 덩굴은 잘도 올라간다.
손바닥 만한 작두콩을 주렁주렁 달고 잘도 올라간다 너는 무겁지도 않느냐
어찌 한 문장 넘기 기가 작두콩 덩굴 오르듯이 하겠느냐
살아온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면 잠시 멈추고 내면의 세계를 여행해 보자
그러다 보면 다시 돌아와서 문장을 이어나갈 용기가 생기겠지
파우스트를 40년 읽은 교수갸
"이제 겨우 번역할 용기가 생겨난다
'살아 봤는데 바르게 사는 것이 꼭 손해는 아니더라' 라고 하며
앉은뱅이책상 1개
발 펴고 다리 뻗고 누울 공간이면
충분하다" 라고 하지 않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