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념처 명상(6)
나(我)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무더기들인 ‘색수상행식’을 오온(五蘊)이라고 한다. 색(色)은 몸을 이루는 물질이고, 수상행식(受想行識)은 마음을 구성하는 네 가지 정신이다. 느낌(受)을 정신적인 현상으로 분류하지만, 신체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망치로 손가락을 다쳤다면 순간적으로 그것을 아는 몸의 의식(身識)이 일어나고, 곧바로 몸에서 통증과 함께 불쾌한 느낌이 일어난다. 이처럼 느낌에는 정신적인 느낌과 함께 신체적인 느낌도 있다.
남방불교 수행 전통은 정신적인 느낌보다 몸의 느낌 감각을 관찰하라고 강조하는데, 몸의 느낌 감각은 정신적인 느낌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대상이라서 마음 챙김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몸에서 생생하게 작용하고 있는 실재의 법이기 때문에, 위빠사나 지혜를 얻는 토대가 된다.
『느낌 상윳따』「허공경」에 보면, 몸의 느낌(감각)을 관찰하라고 했다.
“저 위의 허공에는 온갖 바람들이 불고 있어, 동에서 오는가 하면 서에서도 오고, 북에서 오는가 하면 또 남에서도 불어닥친다. 먼지 섞인 바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찬 바람인가 하면 더운 것도 있으며, 거센 바람인가 하면 부드러운 바람도 불고, 가지가지 바람이 불고 있다.
이처럼 이 몸속에서도 가지가지로 느낌이 일어나니 즐거운 느낌들, 괴로운 느낌들,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들이다. 그러나 비구가 열심이어서 분명히 살피어 다시 태어남의 기반을 허물기에 열심이라면, 마침내 모든 느낌을 철저하게 아는 현자(賢者)가 된다.”
여러 가지 종류의 바람이 일어나고 사라지듯, 몸에도 여러 종류의 느낌들이 일어나고 사라진다. 태풍처럼 거센 비바람, 봄날의 따스한 바람, 겨울의 매서운 눈보라, 가을의 상쾌한 바람이 있듯 즐겁고 유쾌한 느낌, 괴롭고 불편한 느낌, 고요하고 평온한 느낌이 작용한다. 좋은 느낌이든 싫은 느낌이든 그저 있는 그대로 관찰할 대상일 뿐이니, 지금 일어나는 느낌을 순간순간 마음 챙기고 알아차려야 한다.
『객사경』에도 비슷한 말씀이 있다.
“비구들이여, 객사에는 동(東)에서 온 사람들이 묵기도 하고, 서(西)에서, 북(北)에서, 남(南)에서 온 사람들이 묵기도 한다. 끄샤뜨리야 사람들이 와서 묵기도 하고, 바라문들이, 와이샤(평민)들이, 수드라(천민)들이 와서 묵기도 한다. 비구들이여, 그와 같이 이 몸에도 여러 종류의 느낌이 일어난다. 즐거운 느낌들이 일어나기도 하고, 괴로운 느낌들이 일어나기도 하고,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여관은 누구나 묵을 수 있는 곳이자, 필요에 따라 잠시 묵고 떠나는 곳이기도 하다. 주인은 그저 오는 사람은 온 줄 알고, 가는 사람은 간다고 분명하게 안다. 그런 것처럼 몸에도 많은 느낌 감각들이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또다시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위빠사나 수행은 현재 이 순간 몸에서 일어나는 느낌, 사라지는 느낌, 매 찰라마다 미세한 차원에서 끝없이 생멸 변화하는 느낌들을 마음 챙김과 알아차림으로 예리하게 관찰하고 통찰하면 된다. 그렇게 마음 챙김이 확립되어 수행할 때, 완전한 평화와 최상의 행복인 열반에 도달한다. 수행자는 느낌을 알고, 느낌의 일어남과 소멸, 느낌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안다. 느낌의 소멸에 도달하면 완전한 평화를 증득한다.
느낌관찰 명상은 괴로움으로 가는 길과 해탈로 가는 갈림길이다. 느낌관찰 명상이 12연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도 알아야 한다. 12연기는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태어나고 죽는지, 괴로움과 윤회가 어떤 조건으로 발생하고 소멸하는지를 간결하고 명료하게 보여준다.
12연기는 무명, 행, 식, 명색, 육입, 촉, 수, 애, 취, 유, 생, 노사이다. 마음 챙김과 알아차림이 없고 지혜가 없는 무명으로 시작해서 생로병사 우비고뇌(憂悲苦惱)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 가운데 일곱 번째가 느낌인데, 접촉을 조건으로 일어난다. 접촉이란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根)이 여섯 가지 감각 대상(六境)을 만나면 여섯 가지 의식(六識)이 일어나는데, 이 세 가지가 화합한 것을 접촉이라고 한다.
이 접촉 때문에 즐거운 느낌이나 괴로운 느낌, 중립의 느낌이 일어난다. 이런 느낌들을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으로 관찰하지 않으면 탐진치로 무의식적 자동 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느낌을 조건으로 갈애가 일어나고, 갈애를 조건으로 취착(집착)이 일어난다. 갈애와 취착은 괴로움을 만드는 가까운 원인이자 조건이며, 가장 큰 동력이다.
느낌 감각과 욕망을 지혜롭게 다루지 못하면 현재와 미래의 고통을 만들지만, 명상 수행을 하는 사람은 즐거운 느낌을 분명하게 느끼되 그것에 휘둘려 갈애나 탐욕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어떤 물건을 갖고 싶다는 느낌과 마음 상태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되, 그것에 손을 뻗치는 잘못된 갈애는 일으키지 않는다. 그저 느낌 감각을 온전하게 알아차리고 마음챙기며 관찰한다. 그러면 고통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갈애로 고리가 넘어가지 않는다.
남방 수행전통에서는 느낌 관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레디 사야도’ 전통에서는 느낌 관찰 명상이 주요 수행법이다. 레디 사야도 전통을 계승하는 ‘모곡 사야도’는 12연기와 느낌 관찰을 강조했다. 그는『아라한의 수행』이라는 책에서 “느낌에서 멈추어야 한다. 갈애로 옮겨붙지 말라”고 했다. ‘떼인구 사야도’도 “느낌이 일어나면 그저 느낌만 관찰하라. 생각·판단·평가 등을 덧입히지 마라. 느낌만 아는 것이 실재를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느낌 관찰 명상은 부정적인 새로운 업은 만들지 않고, 이미 쌓아온 묵은 업은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느낌과 감각을 무상·고·무아라는 지혜로써 관찰하는 수행은 ‘원인이 결과로 드러나기 전에 업을 원인체에서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4념처에서 세 번째는 심념처(心念處) 명상법이다. 마음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마음은 생각하는 작용이자 대상을 아는 것인데, 마음에는 생각과 감정이 담겨 있다. 따라서 마음관찰 명상이란 그런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서 관찰하는 명상법이다.
마음(心)을 빨리어로 ‘찟따(Citta)’라고 하는데, ‘찟(√cit)’이나 ‘찐트(√cint)’라는 어근에서 파생한 명사이다. ‘생각하다’, ‘인지하다’, ‘알다’라는 뜻을 가진 어근에서 파생한 ‘찟따’는 ‘생각하는 작용이자, 대상을 인지하고 아는 정신작용’이다.
『청정도론』에서는 마음의 특징을 ‘아는 것’이라 했다. ‘마음부수들을 통합하는 선행자 역할’을 하며, 찰라생 찰라멸이라는 ‘진행의 연속성’으로 나타내고, ‘물질과 정신이 가까운 원인’이라고 했다. 이렇듯 마음은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한다.
『대념처경』에 보면, 마음관찰 명상 수행 방법에 대해 여덟 쌍 열여섯 가지 마음을 설하고 있다. 열여섯 가지 마음만 있다는 것이 아니고, 대표적인 마음만 언급하고 있다. 마음의 범주는 욕계 마음, 색계의 마음, 무색계의 마음이 있다. 이 삼계의 마음을 세간적인 마음이라 하는데,『대념처경』에서 설한 것은 모두 세간적인 마음들이다.
욕계의 마음은 해로운 마음, 유익한 마음, 무기의 마음이 있다. 색계와 무색계 마음에는 해로운 마음은 없고, 유익한 마음과 무기의 마음만 있다. 출세간의 마음이란 성자들의 마음을 의미하며, 성자가 되지 않은 중생은 그 마음을 관찰할 수 없다.
위빠사나 수행은 과거의 마음이나 미래의 마음을 관찰하지 않고, 오직 현재 이 순간의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현재 없는 마음을 찾아서 관찰할 필요가 없고, 이미 일어난 마음을 외면하거나 억압하거나 없애려고 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마음이든 부정적인 마음이든 현재 이 순간에 어떤 마음이 있으면 있다고, 없으면 없다고 관찰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