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리뷰
김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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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0분을 만든 이용승 감독은 단편 <런던유학생 리차드>를 찍으며 “경쟁력 없는 청춘이 사회에서 어떻게 고립되는지 묘사하고 싶었다”가 말했다. 10분은 그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PD가 되길 꿈꾸던 호찬(백종환)이 정규직 자리와 개인적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첫 소개돼 국제영화평론가 협회상과 KNN관객상을 수상, 제20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에서는 황금수레바퀴상과 이날코 스페셜 페이버릿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제39회 서울독립영화제와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다수의 영화제에 출품됐다.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녹여냈다. 자신을 직장 안에서 노정래처럼 상황에서 늘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캐릭터였다고 설명했다. 사내에서 라인을 만들려고 하는 건 좀 유치해 보였다고 한다. 조직이 비열하다거나 치사했던 건 아니다. 절대악이 아니라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싶었다. 그때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즉 부끄러웠던 기억에서 시나리오가 출발했다고 한다. 캐스팅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결말부의 지진 대피 훈련 신을 통해 흔들린다는 뉘앙스를 주고 싶어했다. 안내방송에 따라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걸 보고 있는 호찬은 무슨 생각을 할까, 관객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사무실 안에서 촬영을 끝낼 수 있어서이기도 했다고 한다. 상영 뒤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관객들은 제각기 자신이 겪었던 사회생활의 애환을 쏟아냈다. 비정규직 사원인 <10분>의 주인공 강호찬은 그렇게 한번쯤은 ‘을’이었던 보통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다. ‘88만원 세대’인 이용승 감독은 단편 <런던유학생 리차드>에 이어 다시 한번 사실적이고 냉혹한 도심 속 정글로 보는 이들을 안내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등장인물들을 동물에 비유한 점이 인상적이다.
감독은 비슷한 느낌의 배우가 떠오르지 않아 동물사진을 대신 넣었다. 주인공 강호찬은 말, 부장님은 고양이, (강호찬을 제치고 정규직이 되는) 송은혜는 암사자, 노조지부장은 너구리에 비유했다. <10분> 속 회사가 정글까진 아니더라도 동물농장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목은 공기관에서 일하다보니 회사에선 사람의 가치가 곧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데서 출발했다. ‘을’에게는 일주일 정도 시간을 줬어도 될 일을 다음날까지 요청하는 반면, 높은 사람에겐 당장 처리해야 하는 일도 급박하게 요구하지 못한다. 호찬에게 부장이 10분의 여유를 준 건, 그가 부장에게 10분 정도의 가치밖에 안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10분’은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은 영화를 구상하던 단계부터 염두에 뒀다고 한다. 사회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나와 내 주변 친구들의 입장에서부터 영화의 소재를 찾았다고 한다. 내가 먼저 공감해야만 이야기를 디테일하고, 말이 되게 풀어나갈 수 있으니까. 말하자면 개인적인 얘기를 했을 뿐인데 그게 사회적인 영화로 비쳐지는 것 같다는 것이다. 너무 무력한 시절을 보내면서 <바보들의 행진>과 <박하사탕>을 보고 엉엉 울었던 것이 작품에 반영됐다. 그래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20대 초반의 나날들이 내겐 의미 있는 방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중학생 시절 사촌누나가 사준 <영화에 대하여 알고 싶은 두세가지 것들>을 보고 나서다. 책에 실린 <아리조나 유괴사건>에 대한 글을 보고, 영화를 이렇게 사회적인 시선으로 읽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났고, 앞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 영화를 보고 난 뒤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