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의 날을 보내며
이승영
제11회‘수필의 날’을 맞이하여 강원도에서 행사가 있어 참여하게 되었다.
‘수필의 날’행사에 가려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역내 의자에는 김우종 교수님이 앉아 계셨다. 나는 김우종 교수님께 인사를 했다.‘수필의 날’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가는 길이라고 한다. 나도 그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나섰기에 김우종 교수님과 행사장 버스를 타기 위해 생각지도 않게 동행하게 되었다.
사당역 1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많은 수필가들이 버스가 늦게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비도 오는지라 역내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우린 1번 출구로 나가 버스를 탔다. 현대수필 일행들이 많이 왔다. 윤재천 교수님께 수필 강의를 듣지 않고 있어 현대수필 문인들과는 큰 행사가 아닌 다음에는 잘 만날 수 없어‘수필의 날’행사에는 개인적으로 접수를 했다. 윤재천 교수님께 인사를 드린 후 현대수필 문인들은 4호차에 올랐고 나는 2호차에 탔다. 신사임당 백일장 출신들의 모임인 시문회원들이 7명이나 있어 2호차는 낯설지만은 않았다. 수필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수필의 날’행사를 갖는 것은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수필가들의 화합과 친목을 다지기 위해서란다. 이번‘수필의 날’주제는‘수필의 역사를 짓다’이다. 훌륭한 수필 한 편이 수필의 역사를 짓는 일이기 때문라고 했다.
집을 나설 때 오던 비가 강릉으로 버스가 출발하자 그쳤다. 집행부에서 점심값이라며 5,000원씩 주었다. 서울에서 떠나고 있는 170명이나 되는 수필가들이 휴게소에서 각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점심을 사먹으라는 것이다. 난 우동을 먹고 차에 올랐다.
버스가 강릉에 도착 해 오죽헌으로 향했다. 신사임당의 예술의 혼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지극한 효녀요. 어진 아내요. 7남매의 훌륭한 어머니인데다가 학문이 깊고 시문에 뛰어난 여류 문인으로서 글씨와 그림, 바느질과 자수에 이르기까지 정묘하지 않는 분야가 없는 신사임당이 태어나고 자란 오죽헌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곳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재주를 지녔다 할지라도 인격과 덕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것은 한낱 재주꾼에 지나지 않을 것이나 신사임당은 인격도 뛰어 났고 덕 또한 높은 분이었기에 강릉하면 신사임당이 태어난 오죽헌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시다. 율곡 이이는 우리나라 유교인 조선 성리학을 완성한 위대한 사상가요, 철학자이며 정치가이다. 병조판서(현 국방장관)때 일본, 중국의 침략에 대비해‘십만양병론’을 주창하였으며 격몽요결을 비롯한 수많은 저서를 남긴 분이다. 이런 분의 어머니가 태어난 오죽헌은 강릉으로 문학기행 오는 팀은 반드시 찾는 곳이다.
오죽헌을 둘러 본 후 사모정 공원으로 향했다.
원로 언론인인 권혁승 백교 문학회장이 고향에 사모정 공원을 만들어 강릉시에 헌정했다고 한다. 오죽헌을 옆에 두고 사모정이 어버이 그리움을 옆에 안고 우뚝 서 있는 곳.
경포 핸다리 마을에는 권회장이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전통 정자 사모정. 이 사모정에는 권 회장이 어린 시절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와 소 몰고 나무 지게를 지며 십리 길을 학교에 다니면서 꿈을 꾸던 어린 시절 핸다리와 성황당 앞길을 오가던 어머니의 웃는 모습이 아직도 아련하다는 마음을 담아 놓아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애향심과 효 사상을 일깨우고자 세웠다고 한다.
사모정 뜰에는 나무와 풀꽃이 어우러진 사이에 조촐하고 아름다운 시비가 서 있다. 권회장의 시비‘고향길’ 수필가이자 시인인 지연희 수필분과위원장의 시비‘아버지’극작가이자 시인인 신봉승 선생님의 시비‘어머니’백교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조영민의 시비‘종신형’이 세워져 있다. 모두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진솔한 체험의 시들이 아닐 수 없다.
사모정을 둘러보고 선교장으로 향했다, 선교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옥으로 지정된 곳이라 한다. 정말 둘러보니 예전 우리가 문학기행이나 역사탐방을 나갔을 때 보아온 한옥보다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 아닐 수 없었다. 조선 시대 지은 집으로서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고 관리가 잘 된 곳이었다. 문학기행은 선교장을 끝으로 행사장인 강릉 시청으로 향했다.
강릉 시청 대강당 행사장에 전국 수필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연희 수필 분과위원장의 사회로 윤재천 교수님의‘수필의 날’선언문 낭독이 있었다. 그리고 올해의 수필문학상 시상식이 있었다. 이어 극작가이며 예술원회원인 신봉승 선생님의 조선시대의 수필문학-사임당과 이율곡 문화 속 사천문학이라는 강의가 있었고,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인 정목일 선생님의 2011년 세계 <산림의 해>를 맞이하여 ‘산림 속의 수필문학을 조명한다.’는 강의가 있었다.
끝으로 작은 음악회도 곁들어졌다. 여성 3인으로 구성된 현악트리오의 아름다운 음악의 향연은 수필가들의 마음속에 잔잔히 스며들었고 감미로웠다. 그리고 청년 5명으로 구성 된 관악 5중주의 웅장하고 활기찬 음률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경쾌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젖어들게 했다. 앵콜 송으로 이어지는 곡은 우리가 즐겨 부르는 유행가를 흥겹게 연주했는데 우리를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행사를 마치고 17층 구내식당에서 뷔페식 저녁을 먹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인 대관령 자연휴양림은 나무로 둘러싸인 가운데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운치가 가득 넘치는 곳이었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펜션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다. 종일 문학기행에 강연까지 듣고 보니 피곤이 쌓여 있었으나 펜션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가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계곡 물소리에 밤의 정경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현대수필 문인들은 이미 한 자리에 둘러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그들과 어울려 즐기는 동안 밤이 깊어 내일을 위해 숙소로 돌아와 잠에 빠져들었다.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니 어제의 피곤은 어디가고 개운하다. 쭉쭉 뻗은 나무 숲길로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으려니 상쾌한 기분이 든다. 이른 아침이라서 인지 산기슭은 운무로 가득하다. 맑은 날씨였으면 산천초목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나 그 나름대로 산속의 멋스러움을 간직한 숲속 정경은 아름답지 않을 수 없었다.
강릉 시내에서 아침을 먹고 허난설헌 생가로 갔다. 조선 선조 때 초당 허엽이 살 던 곳으로 허난설헌이 태어났으며 허균이 살았다고 전한다. 오늘날의 지명인 초당은 허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담과 주변 솔밭이 조화를 이룬 연화부수형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에는 조선 중기 개혁을 펼친 사상가이며 최초의 한글 소설인“홍길동전”의 저자인 교산 허균과 탁월한 감각으로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 그 천재성을 인정받았던 난설헌 허초희의 문학성을 소개하고 있다. 허난설헌은 짧은 생을 살다 간 그 당시 천재적인 여류 시인이다.
우리는‘수필의 날’을 맞이하여 고전문학의 향기 흩날리는 강릉를 돌아보면서 감회가 깊었다. 시간이 있어 경포대 바닷가에서 모래사장을 걸었다. 동해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 모습에 고향인 울진 생각이 난다.
밥을 먹을 때도 한눈에 볼 수 있는 동해바다를 벗 삼으며 자라온 울진군 죽변인 내 고향. 경포대 백사장을 걷다 말고 고향과 이어지는 동해바다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신발을 벗고 밀려오는 파도와 장난을 치며 조금 놀고 있으려니 서울에 올라갈 시간이 다되었다. 바닷물에 젖은 발은 모래로 뒤엉켜 있어 발에 묻은 모래를 털고 신발을 신었다. 그리고 경포대를 뒤로하고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려니 아쉬움이 내 마음을 붙잡았다.
첫댓글 수고하셨읍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장마철에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