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첨단화, 이것이 편리함은 누구나 알지만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초기에는 일일이 손으로 써서 우표를 사다 붙이고 우체국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우체통까지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했습니다. 사실 불편한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요. 오히려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돈 몇 푼에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소식을 전해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전화로 할 수도 있지만 마음을 일일이 소리로 다 전하기는 어렵지요. 글로 쓰는 동안 마음이 담깁니다. 애틋함이 스며들고 사랑도 더 깊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작성된 편지가 우체통으로 들어갈 때는 또 얼마나 기대가 됩니까? 그런 불편(?)이 ‘이멜’이라는 수단으로 바뀝니다. 시간과 돈이 모두 절약되는 기막힌 수단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생활의 편리함은 갈수록 확장됩니다. 일일이 은행까지 가서 대기표 가지고 기다리지 않아도 송금이 되고 계좌 이체가 됩니다. 개인의 생활 속에도 이렇게 편리함이 확장되어 가고 있습니다. 옛날에 움직이는 만화책을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다. 반세기 만에 현실로 나타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손안에 가지고 다니면서 활동사진을 보는 것입니다. 상상을 하면서도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실제로 보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개인의 생활도 이렇게 편리해지는데 사회 집단 속에서는 더욱 범위가 넓게 그리고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제 곳곳에 설치된 CCTV가 범죄자를 색출하는데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잘 압니다.
문제는 이런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지요. 아무리 좋아도 악용되면 그야말로 최첨단 악의 화신이 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정보가 누출되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이런 일은 귀여운 장난 수준이 됩니다. 일단 누군가의 표적이 되면 개인의 일상이 모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기겁을 하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사회적 범죄와 연결되어 대혼란을 일으킵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적 기밀이 누설되고 군사정보망이 뚫릴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전자기기로 통제되는 마당에서 컴퓨터 해킹을 하여 사회적 시설이든지 군사적 시설을 좌지우지하게 됩니다. 사회에 대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우주전쟁에까지 미치는 것을 영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일이 아니지요. 참으로 두려운 일입니다.
곧 무인자동차들이 도로를 질주하는 시대가 옵니다. 운전면허 받으려 돈 들이고 시간 낼 필요가 없는 때가 올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알아서 통제해주니 그만큼 사고도 줄일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자동제어 시스템을 해킹해서 자동차를 원격으로 조정합니다. 어느 한 사람 또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멋대로 움직이는 것이지요. 도로에 자동차가 제멋대로 오락가락 질주하고 고층 주차장에서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들이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내려옵니다. 도로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됩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다 재앙을 맞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살아야 하는 시대에 우리 스스로 만드는 재앙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두려워집니다.
광고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최강의 리더 최악의 적이 되다!
마침내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온 리더 ‘도미닉’(빈 디젤)과 멤버들. 그러던 어느 날, 멤버들은 도미닉이 첨단 테러 조직의 리더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와 함께 사상 최악의 테러를 계획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리더의 배신으로 위기에 놓인 멤버들은 한때 팀을 모두 전멸시키려 했던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까지 영입해 최악의 적이 되어버린 도미닉과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앞두게 되는데…>
핵무기를 강탈하여 세상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집단과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그 앞잡이로 세상이 알아주는 요원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입니다. 같은 팀원들에게는 배반이지요. 분명한 배반이지만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 누구보다 아내인 ‘레티’로서는 더욱 믿을 수 없습니다. 나타난 사실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분명히 ‘이유가 있다’는 태도입니다. 그 이유를 알아야 하겠지요. 설령 모른다 해도 남편이며 리더인 ‘돔’을 죽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그는 무엇엔가 올가미 씌워진 것입니다. 그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합하여 그것을 풀어주어야 합니다.
이 영화는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그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액션 영화는 사실 볼거리가 따라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끝난다면 보고 나올 때 좀 허망해집니다. 그런데 이 ‘분노의 질주’에는 매 편에 삽입되어 있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가족’입니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 끈끈한 유대가 이야기를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볼거리도 괜찮지만 이 무자비한 폭력 속에서도 가족이라는 정이 눈만 즐거운 영화로 만들지 않는 것이지요. 좀 과장된 장면들도 그 주제가 있음으로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해줍니다. 영화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