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감소 위기,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걱정
▲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집행위원장 대행ⓒ 부산영화제 제공
"지역의 축제가 아닌 K-문화, K-영화, K-팝 등을 이야기하는데 실제 만들어 내는 창작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지원해 줬으면 한다. 정부가 예산 삭감 정책을 재고해 주기를 요청한다. 부산영화제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영화와 문화에 관심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집행위원장 대행이 13일 오전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내년 대폭 삭감이 예정된 영화제 지원 정부 예산(안)을 다시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남동철 대행은 "부산영화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문제로, 근본적으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 같다"며 "영화제들의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고, 부산영화제가 끝나는 대로 선택의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8회 부산영화제는 예산 문제로 인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전체 관객은 14만 2432명으로 지난해 16만 대비 2만 명 이상 줄어든 수치였다. 상영작이 지난해 20% 정도 감소했고, 코로나 이전의 70% 수준인 상황에서 관객 감소는 예정된 결과였다.
문제는 예산과 결부된 사안이라는 점이다. 올해 이용관 전 이사장이 지난 5월 내부 논란 과정에서 물러나면서 다수의 협찬이 끊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4년에는 정부 지원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고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뉴커런츠 심사위원장 정성일 평론가도 심사평을 말하기에 앞서 이례적으로 정부 예산 삭감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영화제가 성공적이었지만 예산 축소에 따른 어려움이 있었다. 이렇게 자랑스런 영화제가 유지될 수 있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 13일 오전 열린 28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 부산영화제 제공
관객 그대로인데 좌석 줄면서 표 구하기 어려워
부산영화제 측은 올해 행사에 대해 "어려움 속에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으나 코로나19 이후 제대로 정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의 위기감이 그대로 투영됐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겪은 후 잠시 반등하는 듯하다고 다시 떨어진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남동철 대행은 "상영관이 줄면서 전체 공급 좌석 수가 지난해 대비 3만 5천 석 정도 감소했다"며 "대신 좌석점유율은 74%에서 82%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좌석점유율 증가는 상영 횟수 감소에 따라 관객들이 선택할 여지가 줄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관객의 참여도가 더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예년과 비슷한 상황에서 상영 편수가 감소가 좌석점유율 상승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 부산영화제 평균 관객이 20만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줄어든 편수로 인해 늘어난 좌석점유율은 그만큼 영화 보기가 어려웠음을 알려주고 있다.
실제 부산영화제에 오래 참석한 한 관객은 "표구하기가 예년보다 몇 배 힘들었다"고 말했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부산을 다시 찾은 해외 관객 역시 "대부분 작품이 다 매진이어서 영화 보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예전에는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야외상영작은 좌석이 가장 많은데도 전날부터 매진되고 반환표조차 거의 없어 다수의 관객이 관람을 포기했을 정도였다. 마지막 야외상영이었던 12일 <영웅본색>도 야외극장 좌석이 가득 찰 정도로 관객의 열정은 변함이 없었으나 부산영화제가 이를 더 넓게 받아내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현 정부가 영화제들의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의지를 연이어 밝히면서 내년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예산이 올해보다 더 줄어들게 되면 상영작과 행사 축소가 불가피하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보다는 그림자만 잔뜩 드리워진 형태가 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외신 기자는 통역 서비스의 불편을 전하며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으나, 남동철 대행이 할 수 있는 답변은 "국고 지원이 줄지 않고 유지돼 서비스를 늘릴 수 있길 바란다"는 말뿐이었다.
▲ 씬원 피칭 모습ⓒ 부산영화제 제공
비즈 미팅 기회 늘어나 작가들에게 도움
아시아컨텐츠&필름마켓은 49개국 2479명 참가 30% 커진 전시장을 메웠으나 중국 쪽의 참여가 저조했다. 대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활발하게 세일즈 활동을 벌였다. 태국, 필리핀, 유럽 부스가 북적였고,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 부스 역시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부산영상위의 한 관계자는 공동제작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면서 촬영지 선정을 위한 협의들이 활발해 지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영화제는 "결산 자료에서 원작 판권 거래 마켓인 부산스토리마켓에는 총 1,826건의 미팅이 이뤄졌다고 밝혔으나, 상담이 예전만 못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매 해 1~2편씩을 꾸준히 구매했던 한 수입사 대표는 "올해는 상담도 많지 않았고, 구매를 결정한 것도 없다"며 "영화제가 끝난 후 계속 상담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서 두드러진 것은 피칭, 포럼, 세미나 등 총 30개의 세션으로 구성된 ACFM 콘퍼런스였다. 대표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 기획개발센터 씬원(S#1)은 '비즈위크 인 부산'을 성황리에 마무리했고, 비즈위크 미팅 수 147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129건의 비즈 미팅 대비 13% 늘어난 것으로 더욱더 많은 신인 작가들이 산업계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9개 작품의 비주얼 피칭 프로젝트 행사에는 200명에 가까운 산업 관계자들이 참여했는데, 영화 관계자들은 완성도 있는 영상을 선보인 피칭에 대해 "정말 영화 속 한 장면 같아서 작품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됐다"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씬원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방순정 이사장은 "신인 작가들이 비즈 미팅 기회를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산업에 진출하여 한국영화를 빛내는 그 순간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아시아콘텐츠&핖름마켓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산영화제의 성장동력인 커뮤니티 비프도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과 다양화로 80%에 육박하는 좌석점유율을 달성했다. '리퀘스트시네마: 신청하는 영화관'은 역대 최다 신청자를 기록할만큼 반응이 뜨거웠으나, 예산의 어려움으로 인해 행사 기간을 줄이면서 더 많은 관객의 참여를 어렵게 했다. 관객 만족도도 상당한 '동네방네 비프'의 축소 역시 아쉬움으로 남았다.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인도네시아 특별전이 호평을 받고 주말 주윤발 배우 등이 나선 야외무대 행사 등에 호응이 컸으나, 오랫동안 구축돼 온 시스템이 잘 가동된 덕분이었을 뿐 집행부의 부재는 올해 영화제를 약화시킨 요소 중 하나였다.
그나마 어려운 환경 속에서 큰 사고없이 영화제를 마무리한 것만이 성공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 상영후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1923년 9월> 모리 다츠야 감독ⓒ 부산영화제 제공
잘못된 역사 직시하는 일본 영화 뉴커런츠상
한편 부산영화제 경쟁작인 뉴커런츠상은 방글라데시 감독 <더 레슬러> 이퀴발 초두리 감독과 일본 모리 다츠야 < 1923년 9월 >이 수상했다. 특히 < 1923년 9월 >은 60대의 감독이 100년 전인 1923년 관동대지진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역대 뉴커런츠 최고령 수상이다. 심사위원단은 "묻혀버린 역사를 불러내서 정면으로 마주 대하는 용기를 응원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폄훼 등 역사 왜곡 논란과 후쿠시마 핵폐수 방출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자국의 잘못된 역사를 직시하는 일본 감독의 영화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다큐멘터리상인 비프메세나상에 일본군 강제 징용자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보존하고자 하는 박수남, 박마의 감독의 <되살아나는 목소리>가 선정됐는데, 일본과의 역사 문제를 상기하는 작품들이 주요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은 최근 당면한 국내 현안에 대해 영화제들의 발언으로 해석되는 측면도 있다.
지석상에는 스리랑카 프라사나 비타나게 감독의 <파라다이스>와 키르기스스탄 미를란 압디칼리코프 감독의 <신부 납치>가 선정됐다. 올해의 배우상에는 대기업의 구조조정 문제를 다룬 <해야 할 일> 배우 장성범과 <딸에 대하여> 배우 오민애가 각각 수상자로 결정됐다.
한국영화는 <장손>이 CGK촬영상, KBS 독립영화상, 오로라미디어상, <한 채>가 LG 올레드 뉴커런츠상, LG 올레드 비전상,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해 3관왕이 됐고, <해야할 일>이 한국영화감독조합 플러스엠상, 배우상 등 2관왕을 차지했다.
- 28회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작(자) 명단
▲뉴커런츠 상
<더 레슬러> 이퀴발 초두리(방글라데시, 캐나다)
<1923년 9월> 모리 다츠야(일본)
▲지석상
<파라다이스> 프라사나 비타나게(스리랑카, 인도)
<신부 납치> | 미를란 압디칼리코프 | 키르기스스탄
▲비프메세나상
<되살아나는 목소리> 박수남, 박마의(한국, 일본)
<우리들의 공화국> 진지앙(싱가포르, 중국)
▲선재상
<마이디어> 전도희, 김소희(한국)
<21주 후> 나스린 모하마드퍼(이란)
*특별언급 <누구나 때로는 사랑이 필요하니까> 세인 라이언 툰(프랑스, 미얀마, 인도네시아)
▲올해의 배우상
<해야 할 일> 장성범 배우
<딸에 대하여> 오민애 배우
▲KB 뉴커런츠 관객상
<부모 바보> 이종수(한국)
▲플래시 포워드 관객상
<더 드리머> 아나이스 뗄렌느(프랑스)
▲국제비평가연맹(FIRPRESCI)상
<그 여름날의 거짓말> 손현록 (대한민국)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
<솔리드 바이 더 씨> 파티판 분타릭(태국)
▲LG 올레드 뉴커런츠 상
<한 채> 정범, 허장 감독(대한민국)
<솔리드 바이 더 씨> 파티판 분타릭(태국)
▲LG 올레드 비전상
<한 채> 정범, 허장 감독(대한민국)
▲부산시네필상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이혁래 감독(대한민국)
▲한국영화감독조합 플러스엠상
<해야 할 일> 박홍준 감독(대한민국)
<바얌섬> 김유민 감독(대한민국)
▲크리틱b상
<지난 여름> 최승우 감독(대한민국)
▲CGK촬영상
<장손> 이진근 촬영감독(대한민국)
*특별언급 <바얌섬> 김진표 촬영감독(대한민국), <딸에 대하여> 김지룡 촬영감독(대한민국)
▲CGV상
<딸에 대하여> 이미랑 감독(대한민국)
▲KBS 독립영화상
<장손> 오정민 감독(대한민국)
▲왓챠단편상
<마이디어> 전도희, 김소희 감독(대한민국)
<업보> 최수혁 감독 (대한민국)
▲오로라미디어상
<장손> 오정민 감독(대한민국)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김다민 감독(대한민국)
▲시민평론가상
<한 채> 정범, 허장 감독(대한민국)
▲이춘연 영화인상
김지연 프로듀서
성하훈 기자
https://v.daum.net/v/20231013174801098
첫댓글 영화제가 수익모델은 아니지만 10월에 부산에 엄청난 관광객 끌어오는 역할을 하는데, 정부나 부산시나 그냥 정치에 매몰되어가지고...
하나같이 등신 새끼들뿐이에요
아무것도 안나서 수출할거 없는 나라에서.. 반응 좋은 문화컨텐츠로 관광 수익 충분히 뽑아낼 수 있는데 진짜 개답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