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광 장비 공급사 ASML Holding (ASML US)은 2021년 1월 20일에 4Q20 실적을 발표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종의 주요 기업 중에 ASML은 TSMC에 이어 2번째로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 발표 전에 우려가 있었다. 유럽 지역의 코로나 확산 지속과 EUV (극자외선) 노광 장비의 리드 타임 (lead time) 증가였다. 그러나 발표 내용은 긍정적이었다. 4Q20 매출은 €4.25 billion (+7.3% Y/Y)를 기록하며 컨센서스 및가이던스를 상회했다. 1Q21 가이던스는 매출 €3.9 ~ €4.1 billion로 컨센서스를 상회한다.
EUV (극자외선) 노광 장비의 판매는 당초 계획을 하회했으나 전통적인 주력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DUV (심자외선, Deep Ultra Violet) 노광장비 매출이 견조하며 4Q20 매출 호조를 이끌었다. DUV 노광 장비의 매출이 견조한 이유는 사물인터넷및 Consumer Electronics 수요 영향으로 EUV 노광장비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비메모리 반도체 업종 (파운드리 기준 28nm, 45nm, 65n, 90nm)에서 DUV 노광 장비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주요 고객사별 매출을 가늠할 수 있다. 4Q20 기준 지역별 매출은 대만 39%, 한국 31%, 중국 12%, 미국 4%이다. 2020년 기준 지역별 매출은 대만 36%, 한국 31%, 중국 18%, 미국 9%이다.
지역별 매출을 통해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TSMC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노광 장비 조달에 적극적이라는점, 한국 반도체 공급사들의 노광 장비 조달도 대만에 근접한 수준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미국향 매출 비중이 작으므로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인텔의 미세 공정 양산 지연을 떠올리게 되고 인텔과 TSMC의 협력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EUV (극자외선) 노광 장비의 매출이다. 4Q20 기준, EUV 노광 장비의 매출 비중은 36%이다. 2020년 EUV 노광 장비 판매는 31대로 연간 목표치 35대를 하회했다. 2021년의 계획은 공격적이다. EUV 노광 장비 매출 목표는 €5.8 billion로 2020년 €4.5 billion 대비 30% 증가하는 것이다.
과거에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EUV 노광 장비의 출하가 목표 대비 하회하면 실적 발표 당일의 주가에 부정적이었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연간 누적 기준으로 EUV 노광 장비 판매가 목표를 하회했지만 코로나 발발 이후 리드 타임 (lead time)이 길어졌다는 점이 오히려 고객사들의 선주문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고객사들의 계약금 지급에 힘입어 ASML의 현금은 €7.4 billion이다. ASML에서는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1분기에 자사주 매입을 적극 실시할 예정이다.
2021년 EUV 노광 장비 매출 목표가 €5.8 billion라는 점은 수주 가시성을 기반으로 산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ASML의 독점 공급이라 경쟁사가 없다. ASML은 2021년에 EUV 노광 장비 신제품 [NXE:3600D]를 출시한다. 이를 계기로 ASML에서는 전사 매출총이익률보다 낮았던 EUV 노광 장비 마진의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
실적 발표 이후 ASML ADR의 주가는 장중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전일 대비 -0.02%로 마감했다. 실적 발표 내용 중에 주가에 부정적 요인을 찾기 어려웠다. 지난 1년간 주가 상승률이 80%를 상회해 차익 실현이 이뤄졌다고 판단된다.
주가 관련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ASML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인텔과 TSMC의 협력 강도, 반도체 파운드리 업종 내의 낙수효과,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시설투자 규모, 비메모리 장비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장비주 중에서 비메모리 노출도가 높은 기업은 ASML Holding ADR (ASML US) 및 KLA Tencor (KLA US)이다. 가장 최근 분기 기준 비메모리 노출도는 ASML의 경우 72%, KLA Tencor의 경우 69%이다.
하나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