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다
-정선영
빨랫줄에 걸터앉아 명상 중입니다
팽팽한 팔다리 힘 빼고
목에서 떼어낸 머리에 바람 넣는 중이고요
멋대로 날뛰는 생각
사막에 풀어놓고
몽글몽글 구름 의자에 앉아 내려다봐요
머릿속이 하얘지고
내가 누군지 잊어요
문득 하늘 보니 너무 맑아 아찔해요
마음이 마음을 떠나요
뼈 없는 몸이 흘러가요
-작가마을시인선061, 정선영시집『빨랫줄에 걸터앉아 명상 중입니다』,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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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문협에서 스무해 가까이 함께하던 세월이 파노라마로 펼쳐집니다
벌써 일곱번째 시집을 낼 만큼 창작에 열중하는 근원을 어슴푸레 짐작할 뿐입니다
그니의 뼈 속에는 불안과 상실이 켜켜로 쌓였으며 탈피하려는 의지를 덧씌웠기에
현재의 상황에 몰입하는 중일 텐데...
가끔 멍 때리는 상태로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했더라면
2021년부터 어찌 해마다 시집을 묶었을까요?
가로늦게 방송통신대에서 공부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늘 목 말라하시더니......
서울에 가서도 주변 문단의 눈길을 받으며 박수 속에 시를 낳으셨네요
영주문협 문우들에게 시집을 배송하시고 영말 모임 계획을 궁금해하시니 그 또한 고맙기 그지없네요
세세년년 더 단단해지셔서 불후의 명작을 쏟아주시길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