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피어 있었다
블라인드 로프를
한 번씩 당길 때마다
몸을 부풀리는 볕
볕과 함께 밖은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잡초 무성한 화단
가운데 꽃혀 있는 어린 모과나무
가지가 흔들리면 거기
바람이 꼭 그만큼 지나가고 있었고
지나간 것들을 향한 손짓이
앙상하게 흔들리며 안으로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손짓은 방향을 잃고
가야 할 때와 와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했다
어린 모과나무 그림자만
방향을 잃지 않고 꼿꼿이
꽃 없는 화단 너머
공터 쪽으로 누워 있었다
공터 위로는 허공이 가득했다
블라인드 로프를
다 잡아당기자 더 이상
몸을 부풀리지 못하는 볕
볕을 따라 공터는
어느새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밖으로 들여놓은 안은
밖으로 가득 찼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종종],민음사,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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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는 꽃들이 / 임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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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07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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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밖을 들여놓은 안은
밖으로 가득 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