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9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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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끝말잇기와 같아서
박제영
탱고에는 실수가 없어, 도나*
사랑은 끝말잇기와 같아서
슬픔과 아픔 같은 울증의 감정은 물론
기쁨과 미쁨 같은 조증의 감정도 숨겨야 해
어설픈 코스튬을 흉내 내서도 안 되지
새벽녘이나 저물녘은 피아 구분이 어려우니
조심 또 조심하고
붉은 제라늄은 독초라는 것을 명심하고
라듐이나 이리듐 같은 맹독은 더더욱 피해야 하지
사랑은 끝말잇기와 같아서
필사적으로 피하려 해도 언젠가는
금기의 단어와 맞닥뜨리게 되는 것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차오르다가
어느새 슬픔으로 치다를 테니
파국을 피해 종횡을 누빈다 한들
마침내 픔과 쁨과 튬과 듐과 늄 그리고 녘이라는
외통수에 다다르는 것이니
그것이 사랑이라는 끝말잇기의 숙명이지
하지만 애인아
절망할 이유는 없어
사랑은 끝말잇기와 같아서
둘뿐 아니라 셋도 넷도 가능하니까
내일 또 누군가를 만나서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실수하고 스텝이 엉켜도 계속 추는 거야 그게 탱고야*
*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의 대사.
“There are no mistakes in the tango, Donna. If you make a mistake, get all tangled up, you just tango on.”
- 『사랑은 끝말잇기와 같아서(가제)』(천년후에나올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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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잔인한 달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축제의 달일 테지요.
1994년 4월 5일은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스물일곱의 나이에 엽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입니다.
커트 코베인이 했던 유명한 말 중 하나죠.
"나는 너무 많이 느끼고, 너무 쉽게 아프다."
3주 동안 지독한 감기를 앓으면서 내내 떠올렸던 문장이기도 합니다.
오늘 띄우는 시는
너바나의 노래 <리튬>과 함께 읽다 보면 색다른 맛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 노래 제목 '리튬'은 조울증 치료제로 쓰이는 바로 그 리튬입니다. 코베인도 심한 조울증을 앓고 있었지요.
암튼 오늘부터 감기는 그만 끝내고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2025. 4. 7.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
첫댓글 잘 지내시죠? 반갑습니다. 늘 좋은 글 올려주시고 소식 주셔서 고맙습니다.
3주나 감기로 고생하다니요.
감기는 이제 그만!
건강 잘 챙기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