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 미 초콜릿
- 양해연
허쉬의 첫 키스에 말리 소년의 땀방울이 녹아있죠
그대, 감미로운 첫날밤 코트디부아르 소녀는 눈물을 훔쳐요
그들은 폭력적이고 우린 겁에 질려 있었죠
한 손으론 악수를 다른 손으론 방아쇠를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의 기습
튤립*에서 진화한 꽃들이 뇌쇄적 포즈로 세포를 점령해 올 때
우린 떼쓰는 어린아이였죠
Give me candy
파시즘에 잡아먹힌 후 제국의 병영이 있던 땅
이념의 대리전 후 美 주둔군 유류와 발암물질로 속속들이 얼룩진 땅
할로윈 밤 158송이 국화꽃이 피어난 땅
청춘들이 좁디좁은 골목에 갇혔다
뒤엉킨 발걸음을 안내할 내비게이션은 작동하지 않았다
보호막이 찢긴 목숨들의 시퍼런 호흡이 멎었다
큰 얼굴의 사람이 무표정한 카메라 앞 처음 꺼낸 말은
사망자 : 장례비 1,500만 원
위로금 2,000만 원
부상자 : 치료비 전액 건강보험 재정에서 선대납
(외국인도 같은 처우에 준함)
보험금을 지급할 뿐 사과하지 않는 보험회사
국가와 보험회사는 같다
*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주식시장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시작되었다.
ㅡ시집 『달팽이 향수병』(서정시학, 2023)
*************************************************************************************************************
시인의 눈에 비치는 사회 현상은 단순한 장면이 결코 아닙니다
인과가 보이고 본능이 소용돌이치며 두려운 후과가 겹쳐집니다
때로는 분노하고 고통스러워하며 자책에 이르러도 고뇌를 통해 마음을 다스립니다
'기브 미 초콜릿'은 한국전쟁의 웃픈 과거를 떠올려주는 장면인데요
이태원 참사를 불러 온 것 역시 무분별한 핼로윈 행사를 대비못한 국가 책임으로 받아들입니다
국가유공자 참사 희생자 예우를 초콜릿이나 캔디로 퉁치려 한다는 것에 분노하면서
마침내 국가와 보험회사가 같다고 단정하기에 이르렀네요
어젯밤 연간집 교정에 나오신 문단 원로께서 국가가 지급하는 위로금 보상금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셔서 조금 놀랐거든요
유공자에게 주는 연금, 농어민에게 주는 보상금, 유족에게 주는 위로금의 성격이 다 다릅니다
보험금 지급과 보험회사의 사과도 전혀 다른 문제잖아요? 다만 영원히 부도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