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그녀와 난 결국엔 사귀게 될거니까.
그녀는 내것이 될거니까.
"야, 차수호. 너 또 너의 그녀 생각이지? 아~ 이은영씨. 당신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나요?
잠을 자고 있나요? 아니면 밥을 먹고 있나요? 그것도 아니면.. 아, 근데 그 여자 뭐하는 사람이냐? 한번도 들은 기억이 없다만..."
"그러고 보니 그렇네... 진짜 그여자 뭐하는 사람이야?"
그래. 난 그녀의 직업도 모르고 있었어.
그녀는 말 한적이 없었잖아.
아무것도 그녀는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말한적이 없었어.
이름도, 나이도.. 심지어 핸드폰 번호 조차도 직접 말해준 적이 없었어.
그래,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어.
나 조차도 그녀에게 무슨 직업을 가졌냐는 말을 물어보지 않았으니 내가 잘못한건가?
"야, 너 진짜 그여자 뭐하는 사람인지 몰라?"
"응? 으응... 물어보지 않았거든.."
"물어보지 않았다니?"
"그런게 있어.. 형! 연습 시작할때 됐는데요~"
"야, 얌마~ 조용히 해~!"
태극이는 괜히 수호의 입을 막으며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기 위해 애를 쓴다.
수호는 그런 태극이를 보며 때로는 이렇게 할때가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은영의 생각을 마저 한다.
수호가 아는 은영은 이랬다.
남의 사생활을 절대 물어보지 않는 사람.
가족관계라던지, 취미가 뭔지, 좋아하는 음식이 무언지 그 사소한 것조차도 물어보지 않았었다.
반대로 그녀는 물어봐야 대답을 해주는 사람 이었다.
성격, 나이, 학벌, 친구. 모두 내가 물어보아야 답해주었던 그런 사람이었다.
"누나"
"응?"
"누나는 왜 나한테 아무것도 안물어 봐?"
"사생활이니까"
"사생활이라도 궁금한게 있을거 아냐"
"사생활이니까 물어보지 않는거야.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다른사람이 무언갈 물어봄으로 인해서 기분나빠 할수도 있고"
"그래서 내가 물어봐야 누나도 대답해 주는거야?"
"그래"
아픈것을 싫어했다.
머리가 아프다고 괜히 짜증을 부리던 은영.
아스피린을 먹고서야 겨우 진정 되었던 그녀였다.
거기다가 잔병도 많아서 감기를 달고 산다고 그랬었다.
그녀는 만날때마다 아팠었다.
"누나, 또 아파?"
"어, 그렇네.. 여기좀 두들겨 봐"
"여기?"
"응. 갑자기 아파서..."
"저번엔 다리가 아프다더니 이번엔 또 허리야? 진짜 누나 잔병 많은가 보다"
"응. 그렇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유독히 싫어 했다.
부모님의 안좋은 단점만 죄다 닮아해서 싫다고 했었다.
자신의 얼굴이 못생긴것도, 키가 작은 것도, 성격이 안좋은것도, 머리가 나쁘다는 것도, 잘하는거 하나 없다는것도 모두 부모님께 물려 받은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자기자신이 싫단다.
특히 못생긴 얼굴이.
못생기면 머리라도 좋던가, 그게 아니면 재산이라도 많던가, 그것도 아니면 성격이라도 좋아야 되는데 그것마저도 아니라면서 자신이 저주 스럽단다.
입에 달고 살았었다.
자신이 못생겼다고.
못생긴거 아니까 이쁘다고 말하지 말라고.
아부는 딱 질색이라고 말하는 그녀가 조금은 밉기도 했었다.
얼굴이 못생기지도 않았고, 성격이 나쁜것도 아니다.
머리가 나쁘지도 않고, 잘하는것도 많다.
그녀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수호다.
저렇게 사랑스런 그녀를 사랑하게 만들어준 하느님께도 항상 감사한다.
성격에 대해서 말하자면 정말 끝도 없다.
그녀는 그녀 자신이 성격이 안좋다고 말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흔하디 흔한 연예인들의 성형설도 그녀는 오죽했으면 성형을 했을까 라고 말했었다.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 엄청난 아픔을 참아가면서
성형을 한 일은 오히려 칭찬해 줘야 한다면서 대단하다고 연신 말하던 그녀였다.
내 가족사에 대해서 말할때도 그랬었다.
아버지는 사업때문에 멀리 미국에 가 계시고, 어머니는 일때문에 일본에 계신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남동생이랑 같이 산다고 말하는 찰나,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고생했다고, 그리고 잘 견뎠다고. 부모님이 먼데 계셨어도 잘컸다고.
그말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녀를 사랑할수 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었다.
저번엔 우스개 소리로 로또에 당첨하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본적이 있었다.
"사회 환원"
"뭐?"
"말 그대로야. 사회 환원"
"말도 안돼. 도대체 왜?"
"나야 얼마 살지도 못할거 그 많은돈 가져서 뭐해? 오히려 그런돈이 있으면 사는 낙이 없어질거야. 오히려 힘들거라구"
"그럼, 사회 환원이라는게 기부를 한다는 거야?"
"응. 진짜 말뿐이 아니라 정말 기부 할거야. 그것도 부모님없고 가난해서 밥도 제대로 못먹는 아이들에게 죄다 기부할거야"
"이야~ 그러려면 로또 많이 사겠네?"
"응. 근데 로또를 안산다는게 문제지"
"왜 안사는데?"
"번호 맞춰보는게 귀찮아서"
단순히 그 이유였다.
매 주 마다 번호 맞추는게 귀찮아서 안산단다.
그녀는 그만큼 황당한 여자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