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Malo, 1971년~ )는 대한민국의 재즈 보컬리스트입니다. 그녀는 관객을 압도하는 무대 장악력과 ‘스캣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탁월한 스캣 창법으로 유명합니다, 이런 그녀의 특성 때문에 ‘한국의 엘라 피츠제럴드’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말로의 본명은 정수월입니다. ‘말로’는 어릴 때의 아명입니다. 셋째마저 딸이 태어나자 섭섭했던 할아버지가 “정말로 너무했다”라고 말하며 말로라는 아명을 지었다고 합니다. 성이 정씨여서 ‘정말로’가 되었으니 센스있는 할아버지셨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아명인 ‘정말로’로 활동했지만, 후에 ‘말로’로 줄였습니다. 성만 떼어냈을 뿐인데 훨씬 세련된 이름이 되었습니다.
말로는 20대 초반에 비틀즈에 빠졌었고, 재즈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재즈를 처음 접했을 때의 막막했던 심정을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팝의 바다에서 유람선을 타고 다니다 재즈란 암초를 만난 기분이었어요. 재즈 선율이 이해가 안 돼 좌절감을 많이 느꼈어요. 이태원의 재즈 클럽에 다니고 음반을 구해서 들었지만 못 따라 부르겠더라고요.”
말로는 재즈의 본 고장에서 배우기 위해 버클리 음대 재즈과에 유학하였는데, 졸업 과제만 남겨둔 채 중퇴하였습니다. “학비가 너무 비싸 집안이 거덜날까봐 걱정됐어요. 어머니는 집이 무너질까봐 기둥을 붙잡고 있었대요. 어차피 제 꿈은 교수가 아니라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게 목표였으니까 빨리 돌아왔죠.” 그녀다운 유머와 자유로움이 묻어나는 이야기입니다.
말로는 한국어는 재즈와 안 어울린다는 통념을 깨고 한국 재즈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2003년에 발매한 3집 앨범 ‘벚꽃 지다’가 히트하면서, 비로소 한국 재즈 앨범이 나왔다고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후로 그녀는 한국 가요를 재즈화하는 ‘K-Standards’ 시리즈를 발표하며 재즈의 한국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동백아가씨’, ‘목포의 눈물’ 등 한국 대표 가요를 재즈로 편곡해 부른 음반 ‘동백아가씨’(2010년), ‘안개낀 장충단 공원’, ‘돌아가는 삼각지’ 등 배호의 곡을 재즈로 편곡해 부른 음반 ‘Malo sings Baeho’(2012년), ‘선운사’, ‘고래사냥’, ‘왜 불러’ 등을 재즈로 편곡해 부른 음반 ‘송창식 Song Book’(2020년)을 통해 오랫동안 ‘K-Standards’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우시네
봄날 비오듯
어머니 우시네
꽃잎 지는데
어머니 우시네
고요한 세상
세월 저무네
어머니 우시네
비 그친 저녁
어머니 우시네
다시 꽃 지고
어머니 우시네
불꺼진 세월
마음 저무네
지난 날 내 손에서
모래처럼 흘려버린
그 많은 시간들이
내 것 아닌 것 같아
꽃처럼 어여쁜 날
속절없이 흘렀구나
날 떠나버린
그 시간들을
어디서 다시 만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