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춤을
책 많이 읽는 사람은 책속에는 여러 인생이 있다고 한다. 나는 지금 생각지도 못한 인생길을 걷고 있다. 내 뜻이 아니라 순전히 운명적이다. 가야 할 길이 전혀 아니다. 내게 주어진 오늘이 내 힘으로 도저히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이라면 이번 생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길을 걷고 싶다. 길 위에서 아내와 함께 춤을 추고 싶다. 탱고든 왈츠든, 지르박이든, 블루스든, 막춤이든, 어떤 춤이든, 나오는 음악에 따라 거기에 맞춰 출 것이다. 남 의식하지 않고, 잘 추겠다는 생각 없이 음악 따라 물 흐르듯 그냥 그렇게 출 것이다. 전에는 호흡이 맞질 않아 박자가 틀리거나 스텝이 꼬일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버벅거리지도 않고 손과 발이 자유롭다. 어떨 때 함께 블루스를 추며 내 어깨에 힘이 빠지면 아내의 숨결도 고르다. 그러면 내 마음도 편안하다. 그때는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젊은 시절 줄기차게 읽었던 무협지에도 무술 고수는 하나같이 부드럽고 유연하다. 어떤 상대를 만나든 소리 지르며 허둥대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나의 또 다른 인생 최대한으로 살아 삶의 고수가 되고 싶다. 아니, 되고 말 것이다.
나를 달라지게 한 것은 고려대 정창권 교수의 “조선시대 부부애”란 글에서 퇴계 이황과 연암 박지원의 아내에 대한 사랑법을 읽고 나서다. 그래서 책은 삶의 길잡이고 인생길의 등대다. 지금까지는 아내와 나에게 닥칠 온갖 일들을 춤에다 비유했다. 정녕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달라진 아내와 내 삶에 관해서다. 요즘 아내와 나는 손발이 맞다. 이쪽이 올라가면 저쪽이 내려오는 시소처럼, 하나가 가면 다른 하나가 오는 해와 달처럼, 모든 게 순리대로다. 어떨 때는 춤추다 말고 미장과 보조공처럼 한 사람은 벽을 바르거나 벽돌을 쌓고 한 사람은 모래와 시멘트 이긴 것을 퍼준다. 그렇게 아내와 나는 작은집 하나를 짓는 중이다. 집이 완성되면 살다가 때로는 그곳에 머물며 못다 한 사랑을 나누고 싶다. 여름날 천둥과 비바람이 불어도 둘이 함께라면 무섭지 않을 것이다. 눈보라 치는 겨울이면 온 세상이 눈에 덮여도 식탁 옆 난롯가에 마주 앉아 오순도순 살아온 지난 일과 살아갈 날들의 이야기를 정지용의 시 향수의 마지막구절처럼 도란도란 거릴 것이다.
첫댓글 책속에는 많은 지혜가 담겨있지요
감사^^~^^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