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가까이 봄이 오고 있을 때
K시인 처마밑에 봄이 오고 있을 때
대구시 곳곳에 봄이 오고 있을 때
살 속 곳곳 영산홍 꽃물이 고일 떼
봄이 오고 있을 때
보리는 보리끼리 개나리 홍도화
벙그는 꽃길에 저마다 깊은 잠 비늘 벗고 있을 때
그대 치부 깊은 곳 술이 익고 있을 때
봄이 오고 있을 때
전봉준의 철퇴가 지리산 내려오고
팔방에 한밤 내 눈 비비는 시인이
오지 않는 가슴에 정을 박고 있을 때
정 박는 소리 울릴 때
오고 있는 봄으로도 어쩌지 못할 때
봄이 오고 있을 때
오, 시인아 그대 왕성한 시장기 시 한 점 뜯고 있을 때
오고 있는 봄처럼 곳곳에서
시 뜯어먹는 소리 커갈 때
봄이 오고 있을 때
묻지 말아다오
내가 뜯어먹는 시의 행방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문학동네, 2021.
첫댓글 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