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끔힐끔 남의 답안지를 훔쳐보고 감독관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하고…. 여느 시험장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LG 선수단도 예외는 아니었다.
12일은 LG 선수들이 ‘시험보는 날’이었다. 수험자는 73년생인 이종렬 이하의 선수들이었다. 문제는 ‘주자 1루에서 타자는 2루 근처로 강한 타구를 쳤다. 타구는 2루 베이스를 맞고 1루 쪽으로 튕겨서 2루로 뛰던 1루주자에 닿았다. 판정은?’식의 다소 복잡한 야구규칙 25개가 출제됐다. 시험 감독관은 김영직 1군 책임코치였다. 김용국 양상문 이순철 코치 등도 거들었다.
하지만 감독관이 많다 해도 불법행위를 하는 수험자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권용관 조인성 박용택을 비롯해 신인 정재복은 나란히 앉아 소곤소곤 의논하면서 문제를 풀었다. 감독관에게 몇 번 지적을 받았지만 시험이 끝날 때까지 배신하지 않고 상부상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답지는 똑같았다.
양상문 코치는 장문석 조인성 등에게 문제를 설명해주다가 아예 답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시험이 문제가 아니라 룰을 습득하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답을 가르쳐줘 나중에 다시 수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다른 이들은 수정답안을 제출했지만 이미 틀린 답을 제출하고 퇴실한 장문석만 엉뚱한 피해자가 됐다. 이 밖에 투수 최원호는 문제가 이상하다면서 꼬치꼬치 캐물었고 어떤 이는 답이 2개라고 우겼다.
룰 시험의 커트라인은 대략 70점이다. 탈락자는 재교육을 받고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 시험지 앞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한 LG 선수들로 수험실인 숙소 회의실이 후끈 달아오른 ‘시험보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