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그렇게 흑백의 점묘화를 그리던 한밤 내
- 정끝별
그래 우리는 둘이서
함박눈이 한밤의 길바닥에
번지는 잉크처럼
검은 그림자를 피웠다 사라지는 걸 보았지
가로등 아래서
흰 점 한 점은 다다다
흰 점 만 점은 더더더
뜨겁게 그을린 내력 위에 살그머니 내려앉자
금세 지워지는 한 번의 생
무슨 자서전이길래 저리 하얗게 지우려는 붓끝일까
먼 데서 온
한 편의 시처럼
그것참 행간 깊은
ㅡ 웹진 《님》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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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초입인데도 곳에 따라 첫눈이 다녀간 곳도 있다는데
아직 소백산 능선에만 하얀눈이 쌓였을 뿐 제대로 된 눈 구경을 못했습니다
엊그제 독일 뮌헨을 비롯한 을 비롯한 유럽에는 폭설이 내려
열차 운행도 항공기 이착륙도 멈추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계절의 변화는 어김 없이 순환되는 법인데도 가끔 엄청난 결과로 나타납니다
인간의 욕심과 방심이 교차되고 그릇된 판단으로 지구촌의 위기를 자초했지만
쌓인 눈이 녹고나면 언제 그랬더냐는 듯 일상이 빈복됩니다
뇌리를 강하게 내리찍던 한 편의 시나 행간 깊은 산문의 기억이 금세 잊히듯 말입니다
'소신공양'을 하셨다는 큰 스님의 다비식 소식을 들으며 한바탕 진눈깨비를 기다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