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비 [박지혜]
죽었던 사람이 화를 낸다 소리를 지른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전이 차라리 낫다고 의자를 원래
있던 자리에 책상과 책장은 이쪽으로 하늘거리는 치
마를 입고 악몽을 꾸고 싶어 언제나 놀라운 이곳에
는 무슨 소리가 나고 그는 상기된 얼굴로 거울을 본
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엉킨 실타래처럼 어지러
운 그는 보이지 않는 끝을 따라가고 싶었다
빛이 바뀐다 부서지는 햇빛처럼 달려서 가까워지
는 숨 창문을 연다 감나무 버드나무 벚나무 그리고
죽은 나무 햇빛 자리에 고양이가 걸어가고 우는 아
이가 걸어가고 비현실적으로 나비가 날아가고 나는
진지한 착각에서 벗어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
고 없는 사실을 안고 있고 혀를 움직였지만 소리가
없다 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니 바닥을
떠가는 기억은 흐른다
태양 아래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 없는 이름 없는
기억을 만들어내는 우리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불
완전하게 자라는 아이가 떨어진다 떨어진 자리에서
꿈꾸는 눈동자 길 위에 고인 하늘 바닥의 하늘로 들
어간다 여운은 반복되듯 늘어난다 오늘은 죽은 사람
도 어제 나비도 오지 않았지만 그가 나타났었다고
전할 것이다
- 햇빛, 문학과지성사, 2014
첫댓글 '어제 나비'가 오지 않아
'오늘 나비'는 날개 짓을 열심히 했습니다
보셨지요?
오늘의 나비는 시우님이십니다.
정말 오랜만에 글을 내려놓고 가시네요.
자주 나비처럼 오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