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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지영
저자 이지영. “땅꼬마, E.T, 외계인, 난쟁이.” 어린 시절, 그녀의 별명은 이랬다. 뼈와 뼈 사이의 연골에 문제가 있는 ‘가성연골무형성증’이라는 희귀질환으로 인해 키는 더 자라지 않았다. 척추와 다리가 휘어 걸음을 뒤뚱뒤뚱 걸어서, 늘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학창 시절, 쉬는 시간에도 화장실에 제대로 가지 못해 방광염에 걸리기도 했다. 소풍이나 특별활동, 체육시간에는 먼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늘 제외되어 있었다. 어느 체육시간, 혼자 교실에 남아 창밖을 바라보다가 생각했다.
‘내가 왜 못하지? 내가 진짜 못하는 게 아니라, 못할 거란 생각이 날 못하게 만든 건 아닌가?’
그후로 체육복을 줄여입고 다른 아이들처럼 운동장에 나갔다. 아이들이 공을 네트 위로 넘기면 땅에 공을 드리블했고, 아이들이 뛰어가면 혼자 거북이처럼 꾸준히 걸었다.
장애인은 대학에 가봤자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없으니 기술을 배우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홀로 서울로 상경해 한양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입학했다.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귀여운 ‘진상’이 되어 2년 연속 과대표를 하며 선후배와 동기들을 이끌었고 4년 동안 장학금을 받아 우등졸업했다. 그후로 그녀의 도전은 계속되었다. 마라톤대회에 참여하고, 액셀과 브레이크가 발에 닿지 않지만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싶어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어학연수 후 취업을 하기 위해 60통의 이력서를 썼다. 계속 떨어졌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삼성에 지원해 면접을 봤고, 면접장에서 그녀는 삼성 면접관들에게 한방의 필살기를 날린다.
“저는 왜소증 장애인입니다. 하지만 장애는 불가능이 아니라 불편함일 뿐입니다!”
현재 삼성테크윈 인사팀에서 교육업무를 담당하며 임직원들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 신입사원 입문교육에서 신입사원들의 ‘선배’ 로 발탁되어 활동했으며, 2012년,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열정樂서》 임직원 강연자로 선발되어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취업준비생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첫 강연을 했다. 그후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KBS 《강연 100℃》 《아침마당》 등의 방송에 출연했다. 2013 시즌 삼성라이온즈 시무식, 2013 한양대학교 입학식, 법무부 주최 삼성SDS 후원 푸르미 ITeen경진대회 등에서 강연하며 자기의 한계를 넘어서길 열망하는 이들에게 꿈과 도전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키는 110cm, 열정은 110℃
1만 8천 명의 관중을 열광시킨
작은 거인 이지영의 끝없는 도전!
"이뤄야만 할 높은 꿈이 있다면, 당신은 거인이다!"
키 110cm 왜소증 장애인이 삼성에 입사해 꿈을 펼치며 살아가기까지
취업준비생, 직장인, 장애인, 소년원 아이들……
이 모두를 뜨겁게 울린 그녀의 기적 같은 희망과 도전의 여정!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으나 모두를 놀라게 하다!
어느 날 잠실 실내체육관을 발칵 뒤집어놓은 조그만 여자
지난해 9월, 삼성이 청춘들과 소통하기 위해 주최하는 강연 콘서트 《열정樂서》가 열린 잠실 실내체육관. 1만 4천 명에 달하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이 한데 운집한 그날, 작은 ‘사건’이 일어난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스타강사와 멘토, 인기가수들이 오르는 그 무대에 여느 때와는 약간 다른 순서가 준비되어 있었다. 삼성에 근무하는 임직원 강사 한 명이 무대에 직접 올라 바늘구멍 같은 취업시장의 문 앞에서 좌절하고 고민하는 취업준비생과 대학생들에게 힘과 용기가 되는 조언을 해주는 순서였다. 200:1의 경쟁률을 뚫고 사내 오디션에서 합격한 삼성 임직원 강사의 등장을 앞두고, 사회자는 관중들과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 이 거대한 무대에 서서 이야기하려면 많이 떨릴 것이라며 격려와 응원을 당부했다.
사회자의 호명에 한 여자가 커튼 뒤에서 나와 천천히 무대로 올라섰다. 관중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무대 위로 소위 ‘난쟁이’처럼 작은 왜소증 장애인 한 명이 온 힘을 다해 걸어올라오고 있었다. 2만여 개의 눈동자들이 의아함과 당혹스러움이 교차하는 시선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는 무대 중앙에 섰다.
“안녕하세요? 실제 키는 110cm이지만 열정의 키는 180cm인 이지영이라고 합니다.”
그 무대의 주인공은 삼성테크윈 인사팀의 이지영 대리였다. 사람들의 놀람과 당혹감을 한번에 날려버리듯이, 그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당당하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땅꼬마나 E.T, 외계인, 난쟁이로 놀림받았던 자신이 어떻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일하고 이렇게 웃을 수 있게 되었는지를.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자신이 썼던 60통의 이력서와 면접에서 받은 숱한 모욕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어떻게 삼성이란 기업에 입사해서 한 명의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는지를.
그녀의 이야기가 모두 끝났을 때, 앞쪽에 앉아 있던 농아들은 울고 있었다. 장애를 갖고서 이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아픔에 대해 그들만큼 뼈아프게 공감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관중석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소위 ‘빽’ 없고 스펙 없으면 살기 힘들다는 세상에서, 작은 몸으로 거대한 편견에 맞서 도전을 거듭해온 그녀의 삶의 여정 앞에 사람들은 눈물 흘렸다.
“여러분은 모두 각각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습니다.
각각 생각도 다르구요, 생김새도 다르구요,
키도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다릅니다.
하지만 세상은 자꾸만 하나의 잣대에 여러분을 가두려고 할 겁니다.
그렇지만 여러분, 여러분이 좋아하는 걸 발전시키고 거기에 맞게 세상을 바꾸세요.
힘들다고 좌절하지 마시고, 계속 도전하십시오.
그리고, 도전하다가 가끔 넘어질 때는 저, 110cm 이지영을 기억해주세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으나 모두의 가슴을 울린 110cm의 작은 거인은 그렇게 기적 같은 감동과 여운을 남기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한 번 보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여자
110cm 작은 거인, 세상을 들어올리다
그후 1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세상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몸에 품은 거대한 열정과 희망의 증거를 보여준 작은 거인 이지영이 자신의 인생 스토리와 도전의 기록을 담은 책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다. 《열정樂서》 이후 2013 삼성라이온즈 시무식, 한양대학교 입학식, KBS 《강연 100℃》 《아침마당》 등의 연단과 방송에서 몇 차례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으나, 그녀의 본업은 삼성테크윈 임직원이기 때문에 숱하게 들어오는 외부 강연 요청에 다 응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와 강연에서 못다 한 이야기들을 한자 한자 기록하기 시작했다. 110cm의 몸으로 매일 ‘거인들의 세상’에서 부대끼고 도전하면서 배운 것들, 한눈에 도드라지는 핸디캡을 갖고도 60전 61기의 도전 끝에 삼성에 입사할 수 있었던 그녀만의 필살기, 그리고 신입사원들보다 훨씬 키 작은 대기업 인사팀 직원으로서 선후배들의 회사생활에 길잡이가 되고자 노력해온 그녀가 체득한 회사생활 노하우를 이 책에 빼곡하게 담았다.
거인국에 도착한 로빈슨 크루소처럼 나는 너무 작은 키로 이 커다란 세상에 불시착했다. 그래서 많이 넘어지고 울기도 했지만 덕분에 나는 사람들의 시선보다 조금 더 낮은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곳까지 낱낱이 볼 수 있었다. 혹시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당신이 속한 곳에 불시착했다고 느낀다면, 도대체 자신이 어느 곳에도 어울리지 않고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곤 아무 데도 없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나의 친구이다. 당신보다 많이 작고 모자란 나도 해냈으므로, (…) 당신도 할 수 있다. 그것이 막막한 취업이든, 팍팍한 직장생활이든, 아니면 해답이 없는 지난한 삶이든, 나의 이야기가 지금 당신이 맞닥뜨린 벽을 넘는 데 작은 힌트가 되었으면 한다. _프롤로그에서
그녀가 남다른 외모를 갖게 된 것은 ‘가연골무형성증’이라는 선천적 희귀질환 때문이었다.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해주는 연골에 문제가 있어서 키는 110cm에서 성장을 멈추었고, 유난히 짧은 사지와 척추는 날이 갈수록 휘어갔다. 계단과 버스, 전철 개표구, 식당 의자, 엘리베이터 버튼…… 아무리 안간힘을 다해 손을 뻗어봐도 세상을 움직이는 것들은 모두 그녀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있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그녀의 간절한 시선도 사람들의 허리께에서 잠시 머물다 붙들 곳을 잡지 못하고 허공을 맴돌았다. 사람들은 그녀의 정수리 위에서 괴상한 듯, 꿈에라도 저렇게 될까 두려운 듯, 그녀를 흘낏 내려다보고는 스쳐지나갔다.
학창 시절, 그녀는 다른 친구들에게 놀림받는 것이 두려워 쉬는 시간에도 화장실을 가지 못해 방광염에 걸린 적도 있었다. 꽤 오랜 시간 사람과 세상이 무서워 안으로만 숨어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서 도망칠수록 외롭고 고통스러워지는 것은 오히려 그녀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애로 인한 오랜 고통과 방황 끝에 그녀는 형벌처럼 느껴졌던 자신의 외모에도 명백한 장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미운오리새끼 같은 내 키가 나에게 준 ‘선물’이 하나 있다. 희한하고도 감사한 선물인데, 내가 어디를 가든 나를 한 번 본 사람은 결코 잊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록 그게 장애를 가진 내 남다른 생김새만을 기억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세상엔 자신을 인식시키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누군가의 뇌리에 단단하게 새겨지니 신기하고도 감사한 일이 아닌가. 제아무리 대단한 미녀라고 해도 한 번 만나다고 해서 기억에 남지는 않을 것이다. (…)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겐 저마다 존재의 이유가 있다. 나는 남들에 비해 턱없이 작은 키로 인해 남다른 경험과 생각들을 원 없이 하게 되었고 또 앞으로도 수없이 하게 되리라. _본문에서
한 번 보면 절대 잊히지 않는 외모를 가진 그녀는 한 번 사는 자신의 인생에도 잊을 수 없는 궤적을 남기겠다고 다짐한다. 그후로 그녀는 ‘도전 중독자’가 되었다.
장애인은 대학에 진학해봤자 받아주는 기업이 거의 없으니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기술’을 배우라는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그녀는 고향을 떠나 홀로 귀성해 서울의 한양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진학해 기숙사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대학은 그녀의 짧은 다리로 걷기엔 너무 버거운 언덕투성이였고, 기숙사의 샤워기도, 식당의 식판조차도 쉽사리 손에 닿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도움을 요청했고, 술자리와 동아리 등 ‘대학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남과 외모가 확연히 다르지만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는 그녀를 친구들은 기꺼이 반겨주고 안아주었다. 그녀는 대학에서 2년 동안 과대표를 맡고 4년 동안 장학금을 받으며 우등졸업했다.
마라톤대회에도 출전하기도 했다. 뛰진 못해도 천천히 쉬엄쉬엄 걸어보자며 가벼운 마음으로 5km 코스에 출전했으나, 코스는 영원처럼 길었고 이내 그녀의 작은 몸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 포기의 순간에 설 때가 있다. 그 순간 포기의 유혹을 이겨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 돌아보면 내 삶이 그랬다.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하고 시도한 일에서 나는 늘 배우고 성장했다. 그 수많은 일들이 가치 있었던 것은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내 길을 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나는 늘 극한의 어려움을 견뎌낸 후에 오는 자부심과 감동을 느꼈다. 그 순간들이 모여 내 인생을 완성해주리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무너져가는 몸을 추스르고 엉덩이를 끌어올려 다시 걷기 시작했다. _본문에서
포기와 계속의 기로에서 그녀는 결국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녀 앞에 불가능한 것은 없었다. 액셀과 브레이크가 발에 닿지 않지만 장애인에게 불합리한 면허취득제도에도 불구하고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성치 않은 몸으로 혼자 타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겠다고 고집하는 딸 때문에 속병을 앓는 어머니와 한바탕 ‘전쟁’을 벌인 끝에 1년 동안 홀로 호주 어학연수를 떠나기도 했다. 문고리조차 손에 닿지 않는 호주에서, 그녀는 버려진 박스를 주워다 가는 곳마다 발받침을 쌓아가며 세상의 문을 두드렸다.
호주에서 그녀는 어느 임신한 왜소증 장애인인 여성을 만났다. 한국에서 친한 남자 선배와 전철을 타기만 해도, ‘왜 멀쩡한 남자애가 저런 여자애랑 같이 다니지?’ 하는 호기심을 담은 묘한 눈길을 받았던 그녀, 임신과 출산은 장애인 여성에겐 너무 큰 꿈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녀는 호주의 왜소증 여성에게 조심스레 묻는다.
“자신과 똑같은 장애아를 낳는 것이 걱정되진 않아요?”
“두려울 것 없습니다. 장애아가 나오든 그렇지 않든 나는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것입니다. 나는 장애인으로 태어나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렇기에 내 아이도 불행하지 않을 겁니다.”
남과 다른 몸과 조건을 가졌다고 해서, 불행할 이유는 없었다. 그녀는, 온전히 행복했다.
“차라리 텔레마케터를 해보지 그러나?”
“그 몸으로 회사생활은 할 수 있겠나?”
세상이 핸디캡을 가진 나를 모욕할 때……
60전 61기 불굴의 취업준비생, 삼성에 입사하다!
호주 어학연수에 돌아온 직후 그녀는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이뤄낸 그녀였기에 자신감은 충만했다. 이력서를 보내고 난 후 간절하게 전화벨이 울리길 기다렸지만, 대개 아무 연락도 없었다. 개중 몇 번은 면접까지는 올라갔으나, 민망한 듯 그녀에게서 애써 시선을 돌리며 우물쭈물하는 면접관들에게서 제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기가 일쑤였고, 심지어 단 한 개의 질문도 받지 못한 채 면접장에 투명인간처럼 앉아 있다 온 적도 있었다. 모 기업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는 이런 독설마저 날아왔다 “그 몸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겠나?” “직장동료에게 피해를 주진 않겠나?” 아무리 독한 상처와 모욕을 견디는 근육을 단련해온 그녀라 할지라도, 이렇듯 코앞에서 직접적으로 그녀를 비난하고 상처를 주는 데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 얼음장 같은 시선의 면접관 앞에서 그녀는 아무 말도 못하고 휘청휘청 걸어나와 화장실에 숨어 통곡했다.
지독한 우울증이 찾아왔다. 어느덧 그녀가 쓴 이력서는 60통에 달하고 있었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갑갑한 마음으로 장애인 취업 컨설팅 회사에까지 찾아가봤지만, ‘이력서에 장애인이란 사실을 일단은 숨겨라’ ‘차라리 텔레마케터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응답만 반복할 뿐이었다.
자꾸 떨어질수록, 면접장에서 모욕을 받으면 받을수록 오기가 생겼다. 끝내 안 되는 일일지라도 무조건 면접이라도 많이 봐서 최대한 많은 곳에 왜소증 장애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 공고한 편견의 벽을 조금이라도 얇게 만들어놓아서 나보다 더 나은 후배들이 이 회사를 지원할 때는 편견 없이 시험을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_본문에서
60전 61기.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삼성’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면접에는 늘 마지막 순서가 있다. 면접관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라고 말할 때이다. 그녀는 이제 승부를 내야 했다. 쟁쟁한 스펙의 지원자들 사이에서 그녀는 삼성 면접관을 향해 외쳤다.
“저는 장애를 가진 사람입니다. 하지만 장애는 불가능이 아니라 불편함일 뿐입니다!”
그녀의 간절한 외침은 마침내 면접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녀는 자신의 남다른 외모 안에 특별한 능력과 재능이 숨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증명하고 보일 기회를 얻었다. 지금, 그녀는 만 6년 넘게 삼성테크윈 인사팀에서 동료들과 선후배들의 신임을 얻으며 교육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언젠가 소년원 아이들을 앞에 두고 강연했을 때, 그녀는 이런 말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뒤뚱거리고 뚱뚱한 내 자신을 나는 사랑합니다.
이런 나를 나조차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해주겠어요?
여러분도 누구보다도 멋진 여러분의 모습을 사랑하시고 남들이 함부로 대하도록 내버려두지 마세요.
우리의 인연이 오늘 여기서 끝나지 않고, 또다른 자리에서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파이팅!”
매일 거인들을 마주하며, 그 거인들의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고자 울고 웃고 싸워온 작디작은 여자가 있었다. 그녀에게 세상 모든 것은 너무나 높고 컸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크고 뜨거운 것은 그녀가 품은 열정과 희망이었다. 그녀는 말한다. 신체의 키보다 중요한 것은 열정과 꿈의 높이라고. 이뤄야만 할 높은 꿈이 있다면, 당신도 거인이라고. 110cm의 작은 거인 이지영은 이 책에서 눈에 보이는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자신의 약점과 결핍을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세상의 잣대로 나 자신의 한계를 지어버린 우리들에게, 그것은 불편함일 뿐 결코 불가능은 아님을, 자신의 지난 삶을 통해 온몸으로 외치고 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분명 당신보다 한참 작고 모자랄 내가 이 세상을 살아오며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땅꼬마처럼 작은 내가 생존하기 위해, 당신처럼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해온 시도들, 우당퉁탕 벌여온 사건사고들, 그리고 60전 61기의 취업전쟁 끝에 삼성에 입사해서 세상의 모든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일하고 버티고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14쪽)
*세상은 늘 내게 안 된다고, 너는 ‘예외’라고 말하는 것투성이였으나, 나는 할 수 있다고, 못한다면 가르쳐달라고, 나에겐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고 외쳤다. 다른 사람들의 몸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세상이 내게 자꾸 안 된다고 말할 때, 나는 단호하게 귀를 막았다. 어쩌면 그때 내가 그렇게 세상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비로소 세상이 나라는 괴짜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러 먼저 다가와준 게 아닌가 싶다. (14쪽)
*우리는 현재를 살아야 한다. 나는 대학시절에 늘 현재를 살았다. 미래를 준비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살지 않았다. 현재의 친구를 사귀고, 현재의 선배들에게 배우고, 현재의 경험들을 중시하며 살았다. 이것이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이고, 취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미리 계산하지 않았다. 나는 매순간을 즐기고 만끽하는 ‘옛날 대학생’처럼 지냈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미래를 보며 산다. 취업을 위해, 유학을 위해, 미래를 위해…… 자꾸만 현재의 즐거움을 희생한다. 취업하기 위해 스펙을 준비하고 그 스펙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현재의 즐거움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현재에서 온다. 순간순간 성실하게 쌓아놓은 힘이 모여 내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어느 날 가장 강력한 방패막이가 되어준다고 나는 믿는다. (102~103쪽)
*최근에 내게 대학시절을 잘 보내는 비결을 물어오는 대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스펙’보다 어디에서든 적용될 수 있는 나 자신만의 깊이와 폭을 만들어놓으라고. 분명 그 폭과 깊이는 어느 기업에 입사해도 범용적으로 쓰일 것이며, 어느 기업에서나 탐내는 인재가 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101쪽)
*인생은 끊임없이 배워가는 과정이라 믿지만, 20대의 흡수력은 그 어느 시절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이때 열렬하게 배우고 탐색해야 한다. 누군가는 내가 나에게 친절하지 않은 공간에 스스로 걸어들어가 지독해졌다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그 시기에 거칠고 힘든 세상에 맞설 수 있는 강한 백신을 잘 맞았다고, 그 백신의 유효기간은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102쪽)
*신입사원들에게 내가 전달하려는 단 하나의 소박한 메시지는 ‘애사심(愛事心)’, 그러니까 회사가 아니라 ‘내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회사를 사랑하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여러분의 일은 꼭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곧잘 한다. 일을 사랑하게 되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인 회사와 조직은 자연히 사랑하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회사를 사랑하려고 하지 말라. 회사를 사랑하라고 말하지 말라. 오히려 회사와 지독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위험해질 수 있다. 다만 ‘자신의 일’을 열렬하게 사랑하라.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동료를, 선후배를, 회사를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인생과 일을 조화롭게 꾸려갈 줄 안다. 내가 아는 성공한 직장인들은 모두 ‘회사’가 아니라 ‘자신의 일’과 지독하게 연애한 ‘애사심(愛事心)’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266~268쪽)
*세상 사람들은 호기심을 참지 못한다. 특히나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호기심은 더더욱. (108쪽)
*선배라고 우쭐해하지 않는 것, 지위를 이용하여 명령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것, 신입사원을 진심으로 대하고 그들이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는 것,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주는 것. 그것이 나의 장점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246쪽)
*진심은 가끔 상처받는다. 하지만 한번 상처받았다고 해서 계속해서 진심을 꺼내놓지 않고 숨어버리는 사람들은 영영 보지 못한다. ‘진심’엔 날개가 있어서 다른 ‘진심’에게로 사뿐히 내려앉는다는 것을. (321쪽)
첫댓글 이지영 지음 / 출판사 문학동네 | 2013.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