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三冬) 추위에도 시금치와 당근은 부끄럼을 아는데 !
▶根が赤きこと恥かしきほうれん草 뿌리가 붉어서 부끄러운 시금치.
ほうれんそうも はずかしさを しる. 시금치도 부끄러움을 안다
시금치와 당근 뿌리의 빨강색을 일본 시인(詩人) 스즈키 다카오(すずき たかお鈴木鷹夫)가 노래한 부분이다.
지금처럼 추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쳐 날리는 눈발에 맞서 한파(寒波)를 견디며 비닐하우스도 아닌 노지(露地)의 추위에 자란 시금치는 뿌리가 더욱 붉다. 겨울 시금치를 보면 마치 우리나라 태극기처럼 “청(靑)과 홍(紅)”이 선명하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 낸 붉은 시금치 뿌리가 수오지심(羞惡之心)을 더 잘 아는지도 모른다. ※수오지심(羞惡之心)-맹자(孟子)의 사단(四端)중 하나인 부끄럼을 아는 마음
자기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악행(惡行)을 미워하는 마음. 맹자(孟子)는 사단칠정(四端七情)을 통해 이것을 모르면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시금치의 빨간 뿌리에는 인체가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일도 우리 몸의 미네랄(mineral vegetable)이나 마찬가지다. 마음의 영양분을 돌게 한다. 영양이 없어 피가 돌지 않으면 이미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른 채 살아간다면 인간성이 없는 악귀(惡鬼)나 좀비(zombi)와 다름이 없다.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だざいおさむ太宰治)가 있다. “세속의 천사(世俗 天使せぞくのてんし)”라는 단편소설에 이렇게 썼다.
“치욕스러운 기억을 고백하는 일에 조금이나마 자긍심을 가지고 싶어서 글을 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패전 후 일본에 자신이 저지른 부끄러운 짓을 하나하나 끄집어낸 “인간(人間) 실격(失格)”을 던져 놓고 강물로 뛰어든 작가다.
누구나 부끄러운 짓을 저지르면 숨기고 싶기 마련이다. 자기는 고고한 척 남의 부끄러움을 까발리는 데 혈안(血眼)이 되어있는 꼬라지가 지금 한국의 정치인이다. 시금치 당근 뿌리 앞에 부끄럼을 모르고 사람의 붉은 피가 흐르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정상배(政商輩)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어후반고(馭朽攀枯) 고사(故事)가 있다 ※어후반고(馭朽攀枯)-말라비틀어진 것을 다루다
옛사람이 마음을 살핀 글 두 편을 읽는다. 먼저 고려 때 학자이며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빛나는 이규보(李奎報)의 “면잠(面箴)이다 ※면잠(面箴)-이 표현은 굉장히 고전적이고 어려운 표현이다. 문맥(文脈)에 따라 의미와 쓰임새가 달라지는 단어다. 일반적으로 "면(面)"은 얼굴을 의미하고, "잠(箴)"은 충고 의미다. "면잠(面箴)"은 누군가의 얼굴을 마주하고 충고하는 의미다.
有愧于心, 汝必先耻. 色赬貞若朱, 泚滴如水. 對人莫擡, 斜回低避. 以之爲, 迺移於爾. 凡百君子, 行義且儀. 能肆于中, 毋使汝愧 -마음에 부끄러우면, 얼굴이 먼저 부끄럽다. 낯빛이 빨개지고, 땀방울 물 흐르듯. 사람을 대해 낯을 못 들고, 고개 돌려 피한다네. 마음이 하는 것이 너에게로 옮아간다. 무릇 여러 군자들아, 의(義)를 행하고 위의(威儀)를 갖춰 부끄럼 없게 하라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다-
자기도 모르게 마음의 일이 얼굴 위로 고스란히 떠오른다. 부끄러운 짓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진다. 그나마 일말의 부끄럼을 아는 사람은 고개를 못 드는데 뱀대가리처럼 고개를 쳐 드는 자는 부끄럼 모르는 인간말종(人間末種 )이다 지금 한국 정상배(政商輩)들이다!
▶고려때 학자인 이달충(李達衷)의 서재(書齋)이름인 “척약재잠(惕若齋箴)이 있다. ※惕若齋箴(척약재잠)-항상 두려워하고 조심하라는 뜻의 서재 이름이다 *惕若(척약)-"두려워하다", "경계하다"뜻이다, *齋(재)- 집 서재(書齋)라는 뜻이다 *箴(잠)-진언(眞言) 훈계(訓戒) 의미다.
"척약재잠(惕若齋箴)"은 "두려움을 가지고 훈계를 듣는 집이다" 또는 "경계심을 가지고 서재에서 충고를 듣다"로도 해석할 수 있다.
毋不敬, 毋自欺. 馭朽索, 攀枯枝. 進知退, 安思危. 厲無咎, 念在玆 공경(恭敬)치 않음이 없고, 자기를 안속여야한다. 썩은 고삐로 말 몰 듯이 조심하고, 마른 가지에 더위 피하 듯하고 나아갈 땐 물러섬을, 편안할 땐 위기(危機)를 생각해야 힘들어도 허물없이 살 수 있다. 늘 염두에 두어 두라
사서삼경(四書三經)중 서경(書經) 오자지가(五子之歌)에서 予臨兆民 凜乎若朽索之馭六馬 爲人上者 奈何不敬? 나는 백성을 대할 때면 썩은 동아줄로 여섯 마리 말을 모는 듯이 겁이 난다. 남의 윗사람이 되어 어찌 조심하지 않겠는가
또 동진(東晉) 때 은중감(殷仲堪)이 위태로운 상황으로 百老翁攀枯枝 “백 세 노인이 마른 나뭇가지를 잡고 오른다”고 한 말이 있다.
매사 두려운 듯(惕若) 마음을 삼간다. 늘 조심하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다. 馭朽索-썩은 고삐로 수레를 모는 것처럼 攀枯枝-마른 가지를 붙들고 높은 데로 오르는 사람처럼 항상 겸손하고 조심해야 한다.
잘나갈 때는 물러설 때를 염두에 두고, 편안하다 싶으면 곧 위기(危機)가 닥치지 않을까 살피고 통장에 잔고가 넉넉할 때 아껴써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당하지 않고 설사 어려운 때를 당해도 문제없이 건너갈 수가 있다.
마음(心)을 몸 밖에 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중국(中國) 북송(北宋)의 유학자(儒學者) 정호(程顥)는 말했다! 心勿置於身外 當置於身內! 마음은 몸밖에 두지 말고 몸 안에 두어야 한다 !
농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