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강남역 7번 출구, 그 첫 번째 이야기
파격세일, 원가세일, 점포정리세일, 균일가세일...
세일 문구가 여기저기 붙어 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봄옷들을 세일하는 모양이에요.
제철에 팔려나가지 못한 옷가지들,
그들의 운명은 결국 세일이군요.
저 옷들이 제철에, 제값에, 팔려나가지 못했다고 해서
절대 품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에요.
그건 오해에요. 오!해!
보는 눈만 있으면 저 세일하는 물건 중에서도
얼마든지 괜찮은 물건 고를 수 있어요.
진정한 진주는 진흙 속에 있는 법!!
아직 아무도 찾아내지 못한 진주가 저 진흙 속에 있을 수 있잖아요.
내 나이 서른 넷,
그래도 아직은 30대 초반이라고 우길 수 있어서 다행인 나이죠.
결혼에 제 나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말하는 제 나이에 결혼한 친구들은
내가 하지 못한 경험을 하고,
내가 살아보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더라구요.
작년까지만 해도 그런 친구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았는데...
그리고 내가 결혼을 못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같은 것도 없었는데..
근데..올해가 되면서..아닌 척 해도...외롭고, 겁나고, 막막하고..그래요.
전화가 왔어요. 그 사람입니다.
“여보세요?..네..저도 아직 도착 못했어요..7번 출구요?.네..도착하면 전화주세요..”
오늘 만나기로 한 남자에요.
잡지사 다니는 친구가 소개해주는 남자인데, 목소리가 제법 괜찮아요.
내가 남자 목소리에 약하거든요.
난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강남역 지하상가를 둘러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 사람은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도 아직 도착 안 한 척 했어요.
왠지 설레는 내 마음을 들키는 것 같아서..
“여보세요.. 저 7번 출구 앞인데.. 어디세요?”
저기, 그 남자의 옆모습이 보입니다.
내가 진흙 속에 진주라는 걸..과연 저 남자가 알아봐 줄까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작아지지 말라고,
아직 충분히 아름다운 나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