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을 바라보며 역사의 현장, 광주에 들어서다(장성 - 광주 23km)
4월 15일, 아침 일찍 일어나 고속버스터미널로 가 장성행 버스에 올랐다. 오전 8시 전에 군청에 이르니 일행들이 벌써 나와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8시에 장성군청을 출발하여 광주로 향하였다. 도심을 벗어나니 곧바로 오르막길이다. 전날 고도가 높은 노령을 넘은 터라 장성고갯길을 힘들지 않고 넘는다. 이어서 벚꽃길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안개에 가린 무등산의 정상부분이 시야에 들어온다. 일행들에게 광주의 상징이 무등산이라고 설명하며 무등산폭격기 선동열 감독 이야기, 시립 축구장과 야구장을 무등경기장이라 부른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오전 중에 대학의 제자들이 걷기현장으로 찾아오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10시 반에 남면사무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는데 행진이 예정보다 빨라 우리 일행들은 10시에 먼저 도착하여 30여분의 긴 휴식을 즐겼다. 10시 반에 강현숙, 황태숙 두 제자가 왕만두와 음료 등을 한아름 차에 싣고 도착하였다. 크고 맛이 좋은 왕만두를 두세 개씩 들고 음료를 한 두병씩 챙겨도 여분이 많게 푸짐한 선물이다. 먼길 걷는 동안 힘내라는 응원의 마음씨가 고맙다.
10시 45분에 남면사무소에서 춮발하여 40여 분을 걸으니 광주시 광산구 비아동의 본때식당에 이른다. 점심메뉴는 감자탕, 잠시 전에 간식을 들었어도 점심식사를 남기지 않고 잘 먹는다. 낮부터 기온이 올라 걷기에 더운 날씨다. 그래도 걷는 속도가 오전보다 더 빠르다. 12시 15분에 비아를 출발하여 오후 1시 30분, 북구 운암동의 한국병원까지 약 7km를 쉬지않고 한달음에 걸어왔다. 이곳에서 잠시 쉰 후 광주역까지 힘차게 걷는다. 광주역에 도착하니 오후 2시 40분, 몸풀기를 마치고 5시 반까지 자유시간이다. 일행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사회복지법인 천혜경로원 방문길에 동참하기를 원한다. 당초에는 모텔의 청소작업 등으로 늦은 시간에 투숙할 것에 대비하여 요양시설인 천혜경로원 방문일정을 잡은 것이다. 광주역 도착시간에 맞춰 천혜경로원에서 12인승 승합차를 보내왔다. 일행 모두가 마실 청량음료와 함께. 더운 날씨에 땀흘린 정황을 헤아리는 깅은수 천혜경로원장의 배려에 감사한다.
천혜경로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금남로를 지나며 5.18민주광장과 문화전당 시공현장을 살폈다. 1964년 도꾜 올림픽개막을 앞둔 대학생들의 시위를 주동한 혐의로 징계를 받은 나카무라 스스무(71세) 씨가 전자사전을 펼쳐 5.18민주항쟁의 경위를 일본인들에게 설명해 준다. 역사의 현장을 지나며 광주의 치열한 지난날을 실감나게 체험을 할 수 있음도 좋은 일이라 여긴다.
천혜경로원에 도착하니 강은수 원장과 박영숙 사무국장(두 분은 부부다.), 같은 경내에 있는 교회의 박세화 목사님이 일행들을 반가히 맞이한다. 운치 있게 꾸민 카페에서 박영숙 사무국장의 접대로 다과를 들며 환담을 나눈 후 요양시설을 두루 살펴보고 현황설명도 흥미 있게 들었다. 원장 내외의 큰며느리가 일본인인 것도 알게 되어 더 친근한 느낌이다.
마침 오늘은 박복순할머니(89세)의 생일이다. 천혜경로원에서는 생일을 맞이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생일잔치를 베푼다. 떡과 과일을 차린 상에 촛불을 켜고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며 금일봉을 전하는 행사에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도 함께 하였다. 일본인들이 따로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서 더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흥에 겨운 일행들은 원에 비치된 노래방기기를 사용하며 동반자, 블루라이트 요코하마 등 한국가요와 일본가요를 부르고 할머니들과 함께 아리랑을 부르기도 하여 국경을 넘어선 따뜻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현황 설명을 듣는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나와 아내는 인근의 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내일부터 다시 광주를 떠나 걷는 동안 어머니를 뵐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말라. 하루동안에 무슨 일이 날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잠언 27장 1절)는 말씀이 있거니와 하루 동안에 예기치 않은 많은 일이 있어 몸은 고단하나 마음은 기쁜 광주 입성이 되어 뜻깊다.
저녁식사 후에 아내와 함께 잠시 집에 다녀오느라 택시를 탔다. 나이 지긋한 택시기사가 옷차림을 보고 어디 다녀오는 길이냐고 묻는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걸었다니 믿기지 않은 표정이다. 그렇다. 우리 부부는 믿기지 않는 서울 - 광주걷기를 끝내고 더 멀리 더 즐거운 걷기를 계속하리라.
첫댓글 내평생에 가는길 순탄하여 늘~잔잔한 강 같은지~~~
찬송가가 생각납니다. 더 멀리 건강하게 걸으시길기원합니다.
구릿빛으로변한 얼굴이 건강해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