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조금 바빴습니다
휴일이지만 늦잠을 못 자고 서둘러 수영장으로 갔지요
수영장에 마치 물범이가 등장한듯 잠시 소란이 일었습니다^^
왜냐하면 눔이가 입수 세레모니를 가볍게(?) 하는 바람에
물 기둥이 분수처럼 솟아올랐거든요 하하~
눔이 태몽이,
호수에 우리 부부가 마주보며 몸을 담그고 있는데
연한 회색의 아주 커다란 비단잉어가 슬슬슬 헤엄치며 다가와
아빠를 한번 쓱 문지르며 지나가선
또 엄마를 한번 문지르고 지나가고...
그렇게 S자 형으로 우리 부부를 뱅글뱅글 돌며
떠나지않고 계속 온몸으로 부비부비^^ 했더랬습니다
그래서인지 눔이는 물만보면 아주 사족을 못쓰게 좋아하고
저는 초음파 영상을 보기도전에 눔이가 <눔>이인지 알수있었고
한 덩치하는 느릿한 눔이라는거까지 눈치를 챘지요 ㅎㅎ
두시간여 헤엄을 치셨으니 나오자마자 "탕수육~!"
하고 호통을 치셔서 마트로 직행을 했습니다
중국집에 가면 너무 양이 많아서
약식으로 조금씩 파는 마트에서 사주기로 한거지요
우리는 늘 눔이가 좋아하는-먹어주실것 같은^^- 메뉴를 3인분 시켜놓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눔이가 안 드시는걸 우리가 먹습니다 흑흑...
그래도 냄펴니와 저는 눔이가 딴짓 안하고 조용히 먹어주신거에 감사하며
내친김에 장까지 보아 낑낑대며 왔지요
미루고 미루어서 이젠 더 이상 미룰수없는
화분 분갈이를 하기로 한 날이라서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하는 수 없이 화분사고 흙사고 모종들 사고...
차가 기우뚱할 지경으로 짐을 싣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비가 거세어졌는데
우리집이 조금 언덕에 있어서 그걸 다 나르느라
아주 혀가 쑥 빠졌습니다^^
게다가 냄펴니는 젤루 큰 화분을 나르다 깨버리기까지 했어요
'에이구~! 아까워라~'^^
또 다시 화분을 사러간 냄펴니를 기다리고만 있을수는 없어서
집안에 있는 화분을 죄다 내놓았더니 허리가 펴지지가 않아서
삽자루를 붙들고 꾸부정하게 서서 한참 통사정을 했지요^^
열개남짓되는 화분을 분갈이해서 집에 들이고
비워진 화분들엔 모종들을 심고
뒷처리하고 청소하고나니 저녁할힘이 없어서
있는대로 대충 때웠습니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는 시들거리던 모종들이
푸릇푸릇 일어나고 깨끗해진 화분들을 보니
기분이 상쾌해졌습니다^^
기지개를 기분좋게 켜고 뒤를 돌아다보다가 순간 허걱~!
놀라서 기절초풍할뻔 했습니다^^
머리에 까치집을 올려놓은듯한 부시시한 남정네가
눈도 못뜨고 배를 득득 긁으며 화장실로 향하고 있는거예요
하이구...엊저녁에 한 컴퓨터하다 재원이 침대에서 잤는지
노숙자 저리 가라할 몰골로 등장하신 거예요
일요일 이 시간대에 냄표니 모습을 본적이 드문지라
알아보지 못한건 제 탓이 아닌데도
냄표니는 "왜 남편보고 놀라나~ 이 사람아~!" 합니다^^
다른 일요일같으면 공차러 내빼고 없을텐데
어제의 노동으로 피곤했던가 봅니다
냄펴니를 만났으니 나가기전에 뭐라도 먹여서 내보낼 욕심에
갑자기 분주해졌습니다
냉장고를 문도 열지않고 죽~~ 스캔해보니
시간이 많이 걸릴것같은 메뉴는 공차러가기전에 못 해먹이겠고
그래~ 오늘 아침은 우아하게 샐러드나 먹자 하고 결론냈지요^^
집에있는 과일 있는대로 다 썰어넣고
견과류 굴러다니는거 다 모아 뿌리고
요구르트 부어서 예쁜 그릇에 담아주니 끝~!
'탁월한 선택이야~ 뚱땡이~^^'
자화자찬하며 가볍고 우아하게 아침을 마쳤습니다
그저께 뜯어서 씻어놓은 쑥을 가는길에 어머니 갖다드리라고 싸보내고
엊저녁 노동의 결과를 좀 더 음미하려
베란다에 나와 앉아있으니 아침공기에 저절로 마음이 밝아집니다
베란다 밑 마당엔 제비꽃이 무성했던 사이로 삐죽삐죽
민들레 홀씨들이 가녀린 자태로 올라와서
바람도 없는데 조금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침 인사라도 건네는듯...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
그런데 평소로 치면 수업 1교시 마쳐가는 시간밖에 안되었는데
그것도 샐러드일지언정 배부르게 먹었는데
이상하게 허허롭고 배가 고파왔습니다
'어...이게 아닌데...?'
야~ 너 고장났냐~ 하며 배를 탕탕 두드려보아도
여전히 배고픈 느낌이 가시질 않는거예요^^
조금 고민하다가 눔이를 불렀지요,
"재원아~ 아침 먹자아~!"
눔이가 기다렸다는듯 반색을 하며 달려 나옵니다
엄마가 오래가지 않을거라는걸 알고있었다는듯이~^^
그래서 울 모자는 김치찌개를 뎁히고
반찬 있는대로 다 꺼내서 아침을 다시 냠냠 먹었다는 야그~
우리 다시는 우아 떨지 말자 응? 하면서요 ㅋㅋ
냄표니는 공차러가면 꼭 먹을거 챙겨오는 사람이 있어서
아침을 안 먹고 갑니다
저는 한번도 축구팀 간식을 마련해준일이 없어서
조금 미안하지요 헤헤~~
커튼을 다 걷어 모아놓고 햇살을 들여놓고
우연히 TV를 지나가다 보니
<아이 엠 샘> 영화를 하고 있습니다
눔이가 들여다보고 있는게 신통해서 같이 들여다보니
울 재우이같은 어려움을 가진 남자가
아이낳아놓고 도망친 여자친구대신(결혼을 안한것 같으니)
혼자 아기 키우느라 고군분투하는 장면입니다
아이가 말을 또박또박하게 할수있을만큼 자라서
"아빠가 이렇게 된게 신의 뜻이야
아니면 사고야?" 하고 묻는 장면에서
그만 제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어찌어찌 재우이눔이 아빠가 되었을때
아이가 초롱한 눈을 하고 물어보면 지금 영화속 아버지같이
"미안해 미안해...정말 미안해..." 라는 말이라도 할 수 있을지...
그렇지만 영리하고 착한 아이는 아버지에게
손을 내밀고 이렇게 얘기합니다
"아빠는 다른 아빠들과는 달라...
나는 행운아야 ...
다른 아빠들은 공원에 같이 놀러가지 않거든..." 하며
그 예쁜 눈으로 사랑을 듬뿍 보냅니다
재우이 눔이는 지루해지면 손가락을 눈앞에 갖다대고
여러가지 모양을 만들기도하고
모든 감각이 예민해서 전철이나 버스를 타면
향수냄새가 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입니다
향기가 나는 사람들이 젊은 여자들이 많은지라
제가 대신 향수를 꼭꼭 사용하고는
눔이가 다른이에게 관심을 보이면 제 옷소매를 갖다대고
향기를 맡게 하지요, 잘못했다간 치한으로 오해받을까봐서요...
손가락으로 글자를 쓰는듯한 행동을 하면
조그만 소리로 못하게 말리곤 하는데
오늘 <아이 엠 샘>을 보니 영화속 주인공이
불안하고 주위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때
그런 상동행동을 더 자주 하는걸 보았습니다
모르고 있었던건 아니지만 제가 너무 재원이를
일반인들의 기준에 맞추어서 바꾸려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반성이 들었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않는 행동이라면
상대방이 조금 다르게 보여도 그러려니 하고
좀 관심을 거두어 주었으면 좋을텐데...하는,
바램이 하루에도 여러번 간절히 들만치
조금만 자기와 달라도 목숨걸고 들여다보는^^
무례한 시선들을 매일 만납니다...
그런 시선들이 없다면 우리 모자는 많이 편안해질텐데요...
제가 목소리라도 우람하고
얼굴에 꿰멘 흉터라도 하나 있다면
한쪽 다리를 불량하게 흔들어대면서
"뭘 봐~!" 하고 시비라도 걸텐데^^
목소리는 모기소리만하고 억울한 일 당하면 눈물이 먼저 쏟아지고
말은 버벅대고 눔이는 엄마울면 따라울고 하니
이런 젠장 입니다~^^
아...? 제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었는지요...?^^
오늘 아침이 무척 상쾌하고 기분좋은 날이고
보랏빛 제비꽃과 하얀 민들레 홀씨들, 그리고 베란다에
조그만 별처럼 피어난 노란 방울토마토 꽃,
말갛게 씻겨서 재운, 눔이에게 아직도 남아있는 달콤한 비누냄새
넙데데한 고무나무 이파리위에 쏟아진 초록 햇살,
하얀 바위로 덮힌 아이스크림 같은 눈부신 북한산,
그 앞으로 몽실몽실 푸르름을 더해가는 조그만 산들...
이런 얘기들을 하려고 했었던것 같아요^^
5월은 시작되자마자 행사가 많아서 정신이 없네요
신경쓸곳도 많고 야외활동도 많아서 심신이 다 바빠질 예정이지만
하루에 한번이라도 정신 차리고 고요히, 나무며 꽃들이며
멀리 보이는 산들을 바라보아야
5월이 지나고 나면 볼 수 없는 것들을
아쉬워하지 않겠지요^^
연휴에 모두들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한 시간들 되시기를...
첫댓글 근디이^^.....................두분께서 물속에 계실때...옷은 입으셧어유?...안 입으셧어유~?....태몽에유^^...그것이...............이렇게 미치도록~궁금해유^^........ㅋㅋㅋㅋㅋㅋㅋ..............눈에 맘에 보이는듯.......참 아름다운 북한산 풍경.....뚱땡님 맘의 빛깔이네유^^
옷 입었는지가 왜... 그렇게 궁금 한데요 호기심 천국. 곡스님도 겁게하는 모()가 있어유.
ㅎㅎㅎㅎㅎ..안 궁금해 할게유^^.................... 제 이마를 망치루 치믄서~((궁금 뚝!))
안갈쳐줘야지^^ 곡스님 궁금해서 넘어가시게 사실은 저도 잘 생각이 안나지만 물위에 있는 부분은 안 입었던것 같기도하고 음하
땡이님 글을 읽으며 아름다운 한편의 드라마를 본듯이 눈앞에 그 장면들이 환하게 떠 오릅니다.^^ 화분갈이... 큰 일을 하셨네요. 드라마 곳곳에서 엄마의 따뜻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남편을 아끼는 아내의 예쁜 마음이... 그리고 인간미가 넘치는 구수함이 끊임없이 피어 올랐습니다. 또 자연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으려는 섬세함이.... 글을 읽으며 내내 마음이 겁고,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멋지십니다.
샐러드는 샐러드일뿐~ 우린 밥심으로 살자나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근데 이상하지요... 학교가는날은 밥 두어숟갈 뜨고도 집에 올때까지 배는 조금 고파도 참을수있는데 집에서 노는날은 그게 안돼요, 백수가 더 배고프다는 말이 맞나봐요
뚱님은 글을 참 재미지게 쓰셔요. 한 줄도 심심한 줄이 없어요. 참 재간이예요.곡스님은 또 한술 더 떠..꿈에 부부가 옷을 입었는지는 왜 궁금하담? (실은 나도 궁금 했다우. 조금은 애로틱 한 장면 같기도 하공 ^-^!!) '아임 쌤' 참 감동적인 영화였고 샘 같은 이들을 달리 안보게끔 우리의 인식을 바꿔주는 영화였어요. 우리는 참으로 많은 편견을 가지고 살아요. 우리와 같지 않음에 대한 편견...이 문제에 대해 하느님과 긴 토론을 해야 하는데....
록은님 하느님과의 긴 토론은 끝나셨나요 오늘은 날씨가 얼마나 화창한지 머리카락 올올이 햇살이 들어와 앉았네요 곡스님 참 귀엽지요 근데 록은님도 궁금하셨다니 남은 오후시간 록은님 기분도 화사한 하루 되세요^^
땡이님, 화초분갈이로 하루를 수고하셔도.. 다음날 맞는 아침은 어제와 온통 다르게 싱그럽고 상쾌할이 차고 넘치시는데.. 일상을 진한 마음으로 녹여내시는 땡이님의 열매는 과연.. 하느님 앞에 영광이 아닐까요.. 지금도 저희들에게 정과 위로를 듬뿍 주고계시거든요..
잔잔한 미소님 오늘 날씨가 참 좋지요 ^^ 어버이날인데 저도 어버이 맞는데 왜 실감이 안날까요 아직은 어버이를 모셔야할 어버이라서 그런가봐요 (아이구 복잡해라 ) 눈에 보이는것은 온통 푸르러져서 눈이 시릴 정도예요, 미소님 오늘 하루가 푸르고 싱그러운 날이 되시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