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에서 인연을 맺은 철수형이 병식이 데리고 송년회 하러 고흥으로 오신댄다. 전국을 떠돈 철수형께 안내할 것도 없다. 그냥 보성 녹차리조트에 숙소를 하나 잡았는데 바보도 건강검진 마치고 같이 참석하겠단다 작은 방 두개를 잡는다. 메디 체크로 검진나가는 바보에게 같이 못 가 미안한 맘을 갖고 점심 후 서둘러 보성읍 작은 영화관으로 간다. 뮤지컬 영화 '영웅'을 몇 번 눈물 훔치며 본다. 영화가 끝나고 4시가 넘어 나오니 바보도 출발하는데 지하철 공사로 차가 밀린단다. 각자 가기로 하고 부지런희 숙소로 가니 둘은 벌써 숙소에 들었다. 회천 어판장 장홍식의 가게에서 회를 뜨는데 기어이 병식이 계산한다. 철수형은 한마리에 6천원 하는 오도리를 산다. 조그마한 농협마트에 들러 술 등을 사와 숙소로 오니 곧 바보도 온다. 병식이 가져 온 독한 술부터 마시고 소주가 모자라 바보의 차에서 더 가져온다. 철수형이 매운탕을 진하게 끓여 마시며 취해 방으로 가자고 조른다. 6시 반쯤에 눈을 떠 일출을 보러 몽중산에 오르면 좋겠는데 머리가 아프다. 8시가 다 되어 병식이가 산에 가자고 전화를 했다. 둘이서 눈은 눈대로 발자국 얼음은 얼음대로 미그러운 차밭 옆 데크를 지나 전망대에 오른다. 흐린 구름 위로 해는 이미 떠 버렸다. 턱골고개에서 활성산성 동문 앞까지만 다녀와 숙소로 돌아오니 바보는 출근했고 철수형은 씻고 계신다. 햇반을 전자렌지에 뎁히고 매운탕을 끓여 아침을 먹는다. 내 차를 입구 주차장에 두고 형의 차를 타고 해안 드라이브를 한다. 병식에게 바다를 더 많이 보여주려고 강진으로 가 오른쪽 바다를 보려는 형님의 의도지만 난 강진에서 점심을 먹자고 바로 수문쪽으로 가자한다. 차를 돌려 수문포를 지나 장재도로 들어간다. 득량만 바다는 호수처럼 고요하고 잔 윤슬이 빛난다. 장재도에서 용산으로 이어지는 새 다리를 건너니 바로 소등섬이다. 가족관광객들이 더러 보인다. 계단을 올라 탑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온다. 겨울 바람이 부드럽다. 관산 대덕 간척지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정남진 전망대에 간다. 전망대에서 인증을 하고 또 방조제를 건너니 회진 명덕이다. 나보다 장흥 해안의 도로사정을 더 잘 아신다. 노력도항에서 제주가는 배는 안 보이고 통제물이 여러곳이다. 회진에서 대덕외곽을 지나 마량까지도 한참이다. 뒤에 앉은 병식이 차를 세워달라해 속을 달랜다. 어제 마신 술에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달리니 멀미를 한다. 마량성이 남아있는 입구에 흰말 두마리 조형이 보인다. 가막섬을 보며 놀다 마량으로 들어가니 좁은 길들이 더 복잡해져 있다. 장날인가? 강진만을 왼쪽으로 보며 오르며 청자박물관이나 가우도도 보고 싶지만 1시가 넘어가니 바쁘다. 대구면 길가의 큰 소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에 죽은 걸까? 정병모 친구에게 알아 본 강진의 한정식 중 예향으로 가니 큰 기와집이 비어 있다. 지나는 이에게 물으니 이사갔다고 한다. 내가 강진을 떠날 무렵 개업했던 청자골 종가로 간다. 운동장 주변도 많이 변했다. 3인이어도 4인 한상을 주문해야 한댄다. 16만원과 20만원이 있다는데 싼 걸로 주문한다. 아침 반주에 마신 술이 골치를 불러 술로 달래고 싶지만 참으라 한다. 음식이 차례로 계속 나오는데 속이 불편한 병식은 통 먹지 않는다. 그나마 철수형은 드시지만 내 양도 작아 음식이 남는다. 아깝다. 2번 국도를 따라 다시 녹차리조트에 들러 내 차 앞에서 헤어진다. 둘은 낙지를 사 간다고 다시 회천으로 내려가고 난 우리방 냉장고에 넣어두고 잊은 철수형이 주신 지리산 홍시를 가지러 다시 숙소로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