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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외주(思考外注)의 유혹속에 사는 우리들의 모습
2026년 10월 12일 월요일
선경정해균의 독서노트
◐독서의 비유적 쓸모.
There is No Frigate Like a Book
Emily Dickinson
There is no frigate like a book
To take us lands away,
Nor any coursers like a page
Of prancing poetry:
This traverse may the poorest take
Without oppress of toll;
How frugal is the chariot
That bears the human soul!
책에 버금가는 프리깃함은 없어라
우리를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갈,
또한 약동하는 시 한쪽에 버금가는
준마들도 없어라:
가장 가난한 이도 이 여행을 떠날 수 있네
아무런 요금의 부담 없이;
인간의 영혼을 싣고 가는 이 이륜 전차는
얼마나 경제 적인가!
♣ 미국의 여류시인 Emily Dickinson의 시 《There is No Frigate like a Book》으로 오늘 독서노트 시작합니다. 번역문은 김호영 지음 【영시와의 만남】에서 가져왔습니다.
♣독서노트 註. 고대 희랍어 ‘poietes’는 다의어로 ‘maker, author, poet’등의 의미로 쓰입니다. ‘Poietes’의 어간은’ poiein’이며 영어로 ‘to make’또는 ‘to create’의 뜻입니다. 시인은 언어를 도구로 삼아 시적 상상력을 만들어 내는 위대한 창조자라는 뜻이 어원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시적 상상력은 그 어떤 상상력보다 무한합니다. 시인이라는 단어의 희랍어 어원은 시인의 사명을 가장 잘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시 《책에 버금가는 프리깃 함은 없어라》 해설.
이 시를 통해서 시인은 독자들을 아무런 비용도 요구하지 않고 현실로부터 상상의 세계로 데려가는 시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행자의 독서》 라는 책 서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책은 머리로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이다.”
여행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행사들이 수시로 모집하는 package tour 라는 상품이 여행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여행프로그램입니다. 여행사에서 목적지와 여행 스케줄을 미리 정하고, 교통 수단과 호텔 예약 등 여행에 따른 제반 편의를 제공하는 이 여행상품은 현지에서 방문할 문화 유산과 명승지를 소개하고 안내할 가이드까지 따라붙습니다. 제일 경제적이고 여행하는 사람 입장에서 편리한 여행 프로그램입니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package tour는 돈만내면 여행사가 공용비서역할을 해주니 제격입니다. 그러나 대중을 상대로 하는 package tour 인 만큼 개인적 욕구나 취향에 상관없이 여행사의 흥행용 프로그램을 일률적으로 따라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진정한 여행은 여행의 주관적목적에 입각하여 최적의 여행지를 선정하고, 체류할 곳에 세부 일정을 스스로 작성하고, 예산을 감안하여 여행 중 머물 숙소와 교통수단을 자신이 직접 예약하는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여행은 여행 자체보다 준비하는데 더 세심한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준비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 모든 준비 과정이 실제로 여행의 일부입니다. 그 과정이 생략된 여행은 아무래도 느낌이 제대로 와 닿지 않습니다. 좀 구식이지만 필자는 공들여 준비를 하고 스스로 여행계획을 짜서 실행하는 스타일의 자주적인 여행을 좋아합니다.
필자는 2013년 4월 17일 프랑스 피레네산맥 아래 Saint Jean Pied De Port라는 작은 산골 마을을 출발하여 같은 해 5월 12일 예수 12제자중 한사람인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스페인 서북부 갈리시아(Galicia) 지역에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대성당에 도착하는 매우 긴 순례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습니다. 순례주요 경로는 불란서 국경에 있는 Saint Jean Pied De Port 마을 뒤 Pyrenees 산을 넘어 스페인 영토 진입-Pam Plona-Brugos-Leon등의 도시를 경유하여 스페인 북서부 Galicia주 주도인 목적지 Santiago de Compostella에 도착하는 여정입니다. 이 길의 총 연장은 약 800여 km에 달합니다. 이 길을 필자는 배낭을 메고 건강한 두발로 걸어서 완주하는데 정확히 26뱍 27일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순례여행을 위해 필자는 D day 일년 훨씬 전부터 서울에서 순례 중 머물 기착지의 지리 및 숙박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하루 20-30 km를 한달간 걸을 수 있는 기초체력을 만들며 차근차근 순례준비를 했습니다. 1년여간의 순례 준비작업이 교과서처럼 완벽했기 때문에 장기간의 힘든 순례여정을 계획대로 마칠 수 있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순례여행에서 순례자들은 통상 Albergue라는 순례자 전용숙소에 머무릅니다. Albergue는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립과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시설이 있습니다. Albergue의 규칙은 원칙적으로 예약이 되지 않고 매일 선착순으로 순례객을 받습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숙소를 비워주어야 다음날 새로운 순례객을 받을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Albergue는 원칙적으로 순례객에게 일박 이상 숙박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단 순례자가 몸이 아픈 경우는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행사에서 산티아고를 행선지로 하는 Package여행 상품을 내놓았다는 소문을 오래전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산티야고(Santiago) 가는 단체 여행상품에 형식적으로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 몇 구간을 걷는 일정을 포함시킨 package tour 여행상품입니다. 개인이 하는 순수한 순례여행은 도보로 하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데 어느 경우에도 자기짐은 자기가 반드시 운반해야 하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우리나라 여행사에서 출시한 산티야고 package tour의 경우 전 일정 호텔 숙식에다 마지막 몇 구간을 상징적으로 도보로 때운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때에도 배낭은 여행사에서 고용한 운송회사가 날라주기 때문에 순례의 고행과는 거리가 먼 picnic에 가까운 유사 순례 여행이라고 해도 무방 할 것 같습니다..
제가 2013년 4-5월에 순례길에서 만난 몇몇 외국 순례자들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직업인으로 휴가 기간을 이용해서 순례를 한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제한된 연간 휴가기간에 맞게 구간을 끊어서 토막 순례를 하는 방식으로 4-5년간의 장기계획으로 순례 전여정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습니다. 제가 걸은 불란서 길(French Way)은 총 연장 800여 km입니다. 이 순례길을 일년에 일주일씩 나누어 걷는다고 상상해 봅시다. 최소한 4년의 휴가기간을 연속적으로 사용해야 비로서 순례를 마칠 수 있는 그런 장기적인 생애 계획입니다.
옛날사람들은 순례 여행을 떠날 때 순례 도중 어떤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유서를 써놓고 집을 나설 정도로 숙연하게 순례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돈으로 여행경험을 사는 안전한 여행사의 package tour를 순례여행이라고 부를 만큼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이래저래 성지순례도 상업적 성격의 관광 여행에 잠식당하여 점점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서글픈 현실입니다.
Package tour에서 느끼는 여행 경험은 일종의 간접 여행 경험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개인에게 기쁨을 주고 유익하다 해도 매주 KBS에서 방영하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영상을 자기집 안방 소파에 앉아서 시청하는 수준을 결코 넘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여행사에서 내놓는 package tour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독서를 머리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상정한다면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글을 읽는 것도 여행대용으로 견문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까요? 일부는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은 특정 의도와 목적을 위해 치우치고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상업적인 글이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논어 양화편 제 14장에 “길가다가 들은 것을 (근거를 찾아보지 않고 그대로) 길에서 말하는 것은 덕(德)을 포기하는 행위(道聽而塗說, 德之棄也)”라고 단호하게 나무라고 있습니다. “덕의 포기”를 요즘말로 인격을 저버리는 행위로 환원하면 도청도설(道聽塗說)이 얼마나 유해한 행위인지 절감할 수 있습니다.
순자(荀子) 제1권 권학(勸學)편에서도 군자의 학문과 소인의 학문의 차이를 자세히 비교해서 설명하면서 소인의 학문하는 방식은 인격 도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 폐단을 아래와 같이 따갑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군자(君子)의 학문은 귀로 들어와 마음에 붙어서 온몸으로 퍼져 행동으로 나타난다. ….. .… 소인(小人)의 학문은 귀로 들어와 (바로) 입으로 나온다. 입과 귀사이는 네치 밖에 안되니, 어찌 일곱자나 된 몸을 아름답게 할 수 있을 것인가?
君子之學也 入乎耳. 著乎心, 布乎四體, 形乎動靜.
小人之學也, 入乎耳, 出乎口, 口耳之間, 則四寸耳, 葛足以美七尺之軀哉”
여기서 들은 풍월을 지식으로 착각하여 전파하는 행위를 구이지학(口耳之學)즉 “귀로 들어와 (바로)입으로 나온다” 고 사자성어가 규정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인터넷의 짧은 요약영상을 무분별하게 퍼나르는 도청도설(道聽塗說)의 호사가들은 인류의 스승인 공자(孔子)의 충언과 우리에게 성악설의 주창자로만 알려진 제자백가중 가장 이성적인 사상가인 순자(荀子)가 말한 지극히 합리적인 말씀을 귀담아듣고 “구이지학(口耳之學)”의 어리석은 행위를 좀 가려서 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을 피력해 봅니다.
독서가 여행 대용으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자면 우선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을 찾아내야 합니다. 관심사를 구체화한후 읽을 책의 저자의 약력과 책의 목차 그리고 서평을 꼼꼼하게 읽고 사이버 공간에서 제공하는 무료 구독 페이지의 행간에서 느낌을 토대로 마음에 드는 종이 책을 사서 본격적으로 깊이 있는 독서를 하시도록 권유하고 싶습니다.
종이책을 타고 가는 독서여행의 매력은 한마디로 여유와 창조를 수반하는 자유입니다. 전적으로 내 편한대로 페이지를 넘기면 됩니다. 생각을 확 열어 주는 곳에 이르면 페이지 한구석에 돗자리를 펴듯 내생각을 잠간 적어 넣을 수도 있습니다. 읽고 있던 책과 유사한 책을 꺼내어 각기 다른 저자의 관점을 비교평가 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환승을 통하여 여행 대행 독서는 예정에 없는 경로를 추가해야 할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독서 경험은 창조적 사고력을 확장하여 궁극적으로 독서자의 지적 지평을 넓히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직도 내 작은 서재에 “프리깃 함” 또는 “준마(俊馬)”와 같은 읽지 않은 종이 책들이 있어 가보지 않은 여행지를 동경하듯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종이 책은 맞춤 여행 대용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때로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 나오는 비유와 같이 프리깃 함에 승선한 것과 같은 일생일대의 특별한 행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 에밀리 디킨슨이 사용한 시적 상상력 해설.
☞frigate. 이 단어는 단순히 배를 지칭하지 않고 대포를 장착한 빠른 범선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종류의 배들은 과거 탐험과 모험에 많이 이용되었습니다.
☞coursers. 이 단어는 평범한 말들을 지칭하지 않고 무척 멋지고 빠른 준마를 의미합니다.
☞chariot. 이 단어는 단순히 말이 끄는 운반 수단이 아니라 이륜전차라는 의미로 고대 그리스 로마의 역사 그리고 신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단어입니다.
이와 같이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의도적으로 낭만적이고 신화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를 은유적으로 시【There is no Frigate like a Book】에 사용함 으로서 작품에 독특한 색채와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은 누구인가?
미국 여류 시인으로 매사추세츠주 엘럼허스트에서 출생했습니다. 영국의 크리스티나 로제티(Christiana G. Rossetti)와 더불어 19세기 가장 위대한 여류 시인으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소녀 시절부터 시를 썼고 워즈워드 목사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고독하게 살며 일생을 시작에만 몰두했습니다. 짧은 시를 1700여편 썼으나 생전에는 7편만 발표했고, 사후 【시집】(Poems), 【전(全)시집】(The Complete Poems), 【기타시 모음집】(Further Poems) 등이 발간되었습니다.
Dickinson의 대표적인 시로 【Hope】(희망), 【Success】(성공),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내가 만일 누군가의 한 가슴 쓰라림을 막아줄 수 있다면) 그리고 【The Mountains Grow Unnoticed】(산은 남몰래 자란다) 등이 애송되고 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