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완전 6-70년대로 돌아간듯...
일월 내내 강추위가 시작됐다 하면
7-8일씩 계속 돼 꽁꽁 얼리다가
하루 이틀 풀리나 싶음 미세먼지 폭탄이고
해서 밖에서 목욕하는 건 엄두를 못냈다
코로나 전에는 목욕비 이천원 하는 목욕탕을
다녀서 좋았는데 그마저도 못하고 있다가
설을 맞아 목욕을 하려고 아침부터 서두른다
끊기는 일 없이 제법 나와주던 물이 겨울들어
명주실만큼 가늘어져서는 높낮이가 있는
물호스를 넘지 못해 따로 받아 날라야 했다
20리터 물통에 두시간 정도 받으면 가득 차드만
그렇게 세 번 받아 나르고 20리터는 뎁혔다
뜨건 물에 30리터 정도 섞고 목욕통에 들어가니
따땃허니 딱 좋다
다행히 날이 풀려 밖에서 목욕해도 괜찮아서
원터치 간이천막을 치고 그 안에 통을 놓고
목욕하려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댄다
한없이 가벼운 천이라 홀랑 넘어갈듯 나풀대서
여기저기 묶어두고 세게 불면 씻다가도 손으로
꽉 붙들어 잡고 누그러질 때까지 가다렸다가
다시 씻고... 참 거시기 허드만 그래도...
어려서 국민(초등)학교 다닐 때 겨울에는
목욕이란 설 쇠기 위해 또 새학년 올라갈 때나
한번 하면 겨울에 목욕은 없다
물만 틀면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집안에 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물을 길어다
불 때서 끓이고 부엌에 통 하나 놓고 씻었다
애가 다섯이라 다 씻기려면 물솥에 불을 계속
때고 있으니 그놈의 연기에 눈물 콧물 쏙 빼고
오랫만에 벗기는 피부라 아프다고 배배꼬면
때 밀기 옹삭허다고 등짝을 찰싹 때리는
엄니 손길이 서너 번은 닿아야 끝난다
나 혼자 씻겠다고 물 받아 나르고
불 때서 뎁히고 하는 데만 이리 번거로운데
그 시절 엄니들은 최소 대여섯 되는 애들을
이렇게 다 씻겨가며 키우셨으니...
새삼 숙연해진다 참 고생 많이 하셨던 우리네
어머니 세대...
이런저런 상념까지 더해져
어제 하루는 오로지 목욕하기 위해
다 썼다 해도 과하지 않다
추워서 물이 얼고 어제 잠깐 풀려 씻고 났드만
오늘은 초미세언지로 콧구멍이 매케하다
춥거나 미세먼지로 답답허거나...
미세먼지로 발이 묶이는 것보다는
그래도 겨울이니 추워서 쾌청한 날이
백만배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