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남성들 사이에서나 인기 있을 법한 이종격투기 바람이 N세대들 사이에서도 심상치 않게 불고 있다. 얼마 전 인천에 사는 J군(18살)이 친구를 통해 받은 이종격투기 동영상은 거의 쇼킹할 만한 수준이었다. J군은 이후 이종격투기 카페에 가입, 몸동작을 익히는 등 대단한 관심을 쏟으며 이제는 거의 마니아 수준이 되었다.
이처럼 N세대들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서로간 이종격투기 동영상 파일을 주고받거나 케이블 TV시청을 통해 이종격투기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이종격투기 전성시대
시청률 조사회사 TNS 미디어코리아가 시청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종격투기나 프로레슬링(WWE) 프로를 주고 본다고 한 대답한 십대의 남녀 각각 62.7%:34.3%라니 적지않은 비율이다. N세들 사이에서는 이미 최무배, 앤디 훅, 에르네스트 후스트 등 유명 이종격투기 선수들이 닮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관련업계는 국내 이종격투기 팬 규모를 최소 50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한 이종격투기 인터넷 동호회인 ‘싸움질’의 회원은 자그마치 36만 명을 넘어섰고 하루 방문자수만 해도 5만 명, 신규회원만 해도 육칠 백을 넘어서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이것에 힘입어 격투만화들 또한 인기를 얻고 있다. ‘격투맨 바키’, ‘고교철권전’ 등은 격투만화의 최고봉으로 통한다.
이종격투기란 태권도와 유도, 가라테 등 서로 다른 무술을 익힌 선수끼리 겨뤄 승자를 가리는 스포츠로 손과 발을 사용해 상대를 쓰러뜨리는 ‘입식타격기’, 서서 싸우다 상대를 링 바닥에 넘어뜨려 관절꺽기, 팔십자꺽기, 목조르기 기술인 기요틴 등 다양한 기술을 사용한다.
이종격투기 중에서도 요즘 뜨는 것은 종합격투기(MMA : Mixed Martial Arts)라는 것이다. 무술의 장단점을 모두 가진 이종격투기와 달리 종합격투기는 장점들만을 익힌 선수들이 서로 싸우는 것이다.
좀더 강한 자극을 원한다
보기에 과격하고 때로 잔인해 보이기까지 한 이것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십대들에게까지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종격투기 해설가인 천창욱 씨는 이종격투기가 인간의 원초적 욕구를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일정한 규칙 속에 담은 스포츠인데다, 끝없이 경쟁을 벌이고 강자를 숭배하는 사회 분위기가 작용한 것 같다며 결국 스트레스 해소와 힘에 대한 동경이 아니겠느냐고 그 인기의 내막을 말했다.
게임,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자극과 폭력에 둔감해진 N세대는 종합격투기 같은 과격한 스포츠를 보면서 좀더 강한 자극과 폭력성에 대한 동경을 보이는 것입니다.
조폭·파워 판타지를 가진 N세대가 정당한 폭력을 통해 인기와 부와 명예를 얻는 격투기 선수들에게 매력을 갖는 것입니다. - 신경정신과 전문의 최영택
실제 선수들의 싸우는 모습은 거의 영화를 방불케 한다. 종합격투기 마니아의 경우 3단계를 거치는데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청을 하지만 점점 재미를 느끼고 빠져들면서 마지막엔 실제로 링 위에 서 보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끼게 된다. 마땅한 놀이문화가 없는 현실에서 학교나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욕구와 더불어 몸짱 열풍으로 이종격투기를 통해 몸짱이 되어 멋지게 튀고 싶은 욕구 또한 일부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격한 동작이니만큼 N세대들에게 모방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 폭력에 대한 얘기가 다시 심심찮게 들려오는 요즘, 이종격투기에 대한 소식은 자녀를 둔 부모들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얘기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능한 가족이 함께 혹은 아버지와 함께 시청할 것을 권유한다.
이것은 스포츠일뿐 부모나 교사들은 왜 N세대가 이런 종합격투기 같은 스포츠에 열광하는지, 단순한 사실뿐 아니라 그 이면에 내재한 정당한 폭력에 대한 동경이나, 화려한 겉모습, 그를 통한 부와 명예의 획득에 대한 부러움은 없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