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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무교회전국집회 참가기
김복례
1. 들어가며
일본무교회 전국집회도 코로나로 중지하였다가 3년만에 다시 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직접 직접 숙식을 함께 하는 것은 어려운 형편이어서 온라인으로 개최하였습니다. 오랜만의 집회 참가여인지 참가자 모두 한껏 상기된 표정에 초롱초롱한 눈빛이었습니다. 얼마나 모임을 그리워했는지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온라인 참여가 어려운 분을 배려하여, 도쿄의 이마이관에서 큰 화면으로 함께 참여하는 길도 열어두었습니다. 이마이관 강당의 열기도 전해져 왔습니다.
본 집회가 열리기 열흘 전 연결상태 확인을 위해 시험운영을 했습니다. 그때 이전한 이마이관의 내부와 외부 모습을 보여 주며 설명도 해주셨는데, 새로 지은 건물답게 넓고 산뜻했습니다. 강당에는 예전처럼 우치무라 선생의 사진도 그대로 걸려 있었습니다.
제가 이 집회에 참가하게 된 것은, 아라이 가츠히로(荒井克浩) 선생으로부터 지난 7월, 짧은 소감 발표를 해줄 수 있는지 묻는 메일이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아, 이런! 일본어로 원고야 쓸 수 있지만, 혹시 질문이라도 하면?’
망설여졌습니다. 청력이 약한 데다(남자의 저음 잘 못듣거든요), 노트북 용량도 적은 터라 걱정되었습니다. “노트북을 바꾸면 되지.” 하며 참가를 권유해준 가족 때문에 용기를 내서 하겠다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주제는 그리스도의 평화였습니다. 20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한국인으로서의 평화에 대한 생각, 그리스도인이기에 누리는 평안에 관해 쓰기로 하였습니다. 한병덕 선생님이 평안에 대해 강의하신 관련 원고가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한청년우화회의 후루카와 교코(古川京子) 선생이 원고를 한국식 일본어를 진짜 일본어로 수정해주어, 11월 3일을 마음 편히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2. 일본무교회 전국집회 요약
드디어 11월 3일(목) 집회 날 아침.
“오늘은 9시부터 오후 4시 45분까지 아무도 나를 건드려서는 안 돼!!!”
가족에게 선언을 했습니다. 노트북을 TV에 연결하면 볼륨을 키울 수 있다고 아들이 연결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소리가 35%로 약해졌습니다. 노트북이 TV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얼굴을 대형화면으로 보니 좋았습니다.
다행히도 온라인 연결상태가 좋아 전혀 문제없이 들을 수 있었던 게 참 감사했습니다. 특히 각자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개별적으로 참여하신 분들의 목소리가 아주 잘 들렸습니다.
진행은 아라이 선생과 고다테 요시히코(小舘美彦) 선생이 맡아서 하였습니다. 오전은 예배와 주제강연, 오후는 각 지역의 보고와 자유발언이었습니다. 이마이관에 모이신 분들 덕에 우렁찬 찬송이 들려서 좋았습니다.
1) 예배 시간 성서강의 “주의 평화-무교회기독교의 SDGs를 중심으로”
야타베 치카코(矢田部 千佳子)
드고아 성서집회원, 릿쿄대학에서 무교회여성사 연구 중
「주의 평화는 다양성, 포용성이라는 관점에서 SDGs(지속가능한 개발목표)에 동참하는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는 자연환경 뿐 아니라, 인간 역시 누구 하나 빠뜨림 없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갈릴리 사람들처럼 기댈 시스템이 없는 무교회는 마이너리티 집단이지만, 이야말로 오히려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젠더평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주의 심부름꾼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땅의 소금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성소수자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과감한 주장이 놀라웠습니다. 몇 년 전부터 LGBTQAX(성소수자)에 관한 글을 일본무교회 잡지에서 종종 보았는데, 직접 강의로 들으니 놀랍기도 하여 나 자신이 꽤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주제 강연 “비전・항복이라는 선택-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생각하다”
미토 키요시(水戶 潔),
1942년 사할린에서 출생. 浜松성서집회원. 아이싱고등학교 이사
「나는 결론부터 말하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중립을 표명하고, 나토가맹 포기, 국토의 비무장 선언을 실행하기 바란다. 전쟁은 가장 먼저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의 목숨부터 희생시킨다. 비전과 항복을 선택하는 것이 전쟁 수행보다 인명과 재산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1940년 파리의 독일군 무혈 점령, 1945년 오키나와 마에지마의 비무장선언, 한국의 2017년 촛불혁명은 희생없는 비폭력 선택의 좋은 예이다.
예수께서는 가증한 것이 서는 걸 보거든 산으로 피하라 하였다. 수수께끼같은 말씀이나, 나가서 싸우라는 메시지가 아닌 건 분명하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말라. 비전・항복을 택하라’ 하고 우리에게 주신 답이라 생각한다.」
무척 쇼킹한 말씀이었다. 우리나라를 침공해오는 상대국에게 비전・항복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중립과 비무장을 선언한다고 해서 야만적 침탈을 면할 수 있을까? 우리 역사에서 조선은 전쟁을 치르지 않고(의병의 투쟁은 있었음), 일본에 평화롭게(?) 나라를 넘겨주어 그 당시 큰 희생이 없었다. 그러나 이후 35년간 우리 민족이 어떤 고통을 당했는지 떠올라 찬성하기 어려웠다. 비폭력・비전주의의 극단적 주장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로써 오전 프로그램을 마쳤다. 모두 모니터를 그대로 두고 식사를 하러 가셨다. 뜻밖에도 이런 집 저런 집들의 내부 모습을 보는 깨알재미가 있었다, 물론 우리 집도 다들 보셨을 게다.(ㅎㅎ)
2) 오후 프로그램은 각 지역에서 보내는 메시지였습니다.
주제는 ‘내가 생각하는 그리스도의 평화’
① 오키나와(沖縄), 이시하라 쯔야코(石原艶子).
24년간 애농학원에서 생활하다가 오키나와 니시오모테섬에서 남편(石原昌武)과 함께 우화촌(友和村)을 설립하였습니다. 지금은 본섬으로 돌아와, 헤노코의 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투쟁에 참가하는 열혈 할머니(81세)입니다. 잘 꾸며진 거실 의자에 앉아 두 손에 ‘NO WAR’가 쓰인 부채를 들고, 원고도 보지 않고 막힘없이 말씀하였습니다. 마지막에는 ‘바다가 죽는다, 사람이 죽는다 …’라는 시위현장의 노래도 들려주었습니다. 정말 용기있는 분이었습니다.
「오키나와에서는 미군과 자위대가 한 몸이 되어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미사일 기지와 탄약고를 확대하는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헌법 9조를 지키고, 비전 평화, 비핵의 3원칙을 그동안 지켜왔었는데 2015년 아베 정권에 의해 전쟁 가능국으로 바뀌어 버렸다. 국민의 눈을 거짓으로 어둡게 하고, 거짓의 죄에 빠져 멸망의 길로 달려가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 평화를 만드는 자는 복이 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평화를 위한 기도를 계속하려 한다.」
② 후쿠오카(福岡), “평안은 성서를 읽음으로”
가마다 아츠시(鎌田厚志)
대학강사, 무교회 신앙은 8-9년차.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배웠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나의 인생을 책임진다고 성서는 말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든 하나님의 큰 사랑의 계획 안에 들어가 있다. 인생의 좌절이나 어리석음도 하나님은 선하게 사용하신다. 하나님은 이 우주를 통재(統宰)하고 계신다. 그것을 아는 순간 우리는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자신의 시야가 좁고, 미래가 보이지 않을 만큼 절망적인가? 성서를 읽으라. 성서 속에 평안이 있고, 평화가 있다.」
③ 도쿠시마(德島), “내가 생각하는 그리스도의 평화”
카이데 구미코(貝出 久美子)
도쿠시마 성서그리스도집회원. 사전 녹음으로 들려주었음.
「그리스도의 평화라는 걸 생각해 봤습니다. 나와 그리스도 사이의 평화입니다. 주의 평화는 일방적으로 그리스도의 용서에서 옵니다. 하나님께 등을 돌리고 살면서 이건 죽은 상태나 같다고 느꼈던 날들. 이런 저에게 예수께서는 용서를 보여주셨습니다. 하나님은 고통과 죽음의 벌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평화를 주셨던 것이지요. 제가 다시는 주를 떠나 살 수 없도록 말입니다. 저는 이 평화를 지키며 이웃 사람들과 지내고 싶습니다. 평화의 근원이신 하나님께서 여러분과도 함께 하시기를 기도하며 작은 평화의 등불을 켜고 싶습니다.」
④ 시미즈(淸水), “내가 생각하는 그리스도의 평화”
니시사와 (西澤正文)
시미즈 성서집회 대표.
「빈곤가정에서 태어나 경제구조를 배우려고 마르크스 경제를 전공했다. 교사가 되려고 했는데 의사가 폐병이라는 오진을 하는 바람에 임용의 기회를 놓쳐 시청 공무원이 되었다. 어느 날 아사히 신문에서 야나이하라 선생의 아들 이삭이 매주 연재하는 ‘아버지, 야나이하라전’이라는 글을 읽게 되었다. 나는 그길로 무교회성서집회에 들어왔고, 오늘에 이르렀다.
직장에서는 노동조합에 앞장서서 일하였고, 시민사회운동에도 열심을 냈다. 시위 전단지를 집회대표였던 이시하라 쇼이치(石原正一 ) 선생의 책상에 두었는데, 다음날 보니 종이비행기가 되어 있었다. 종이비행기가 나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주었다. 십자가복음에 충실하라고 하나님이 보낸 편지같았기 때문이다.
하나님 아버지는 지금도 우리에게 종이비행기를 보내신다. 하나님이 창조한 생명을 값없이 죽이는 전쟁은 멈춰야 한다. 하나님은 평화를 원하신다.」
⑤ 요코하마(橫浜), “어떻게 평화를 이룰까?”
야스카와(安川 文朗),
요코하마 성서집회원. 1957년생. 요코하마시립대학 교수
「평화의 반대는 무엇일까? 분쟁 또는 전쟁일까? 나는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평화가 없는 전쟁지역에서는 끝없는 불안과 공포뿐이리라. 조용히 업무를 수행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친구를 만나 대화하고, 노인을 돌보며 사는 당연한 삶이 살지 못하는 게 전쟁이다.
이런 불안을 없애려면 우리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대의 노력을 해주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기도로 이 일을 할 수 있다. ‘기도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한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자격이 없다. 그저 시대가 흘러가는 대로, 사회가 흘러가는 대로 사는 건 평화를 위협하는 편에 서는 것과 같다.」
⑥ 도쿄(東京), 오오니시 코우(大西 宏)
“그리스도의 평화 – 89세가 왜 정치와 컨설팅활동을 계속하는가?”
일영(日永)성서집회원, 기업컨설팅 강사. A당 국회의원 후원회 간사장.
「나는 왜 아직 활동하고 있는가? 무교회 신자로서, 정의와 사랑을 외면하는 국가적 위기를 방관할 수 없어서다. 전쟁을 겪은 사람으로서, 이제는 평화의 시대를 사는 어른으로서, 사회과학을 배우고 비즈니스를 아는 경제인로서 책임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하나님 외에 그 누구에게서도 자유롭다. 하나님 말고는 두려울 것이 없다. 무엇이 의이며 무엇이 사랑인가? 우치무라는 대답한다. “성공을 바라지 않고 일해야 한다. 청빈을 위해 받은 실패는 명예롭다.” 비폭력을 따르던 본회퍼가 왜 히틀러 암살계획에 가담했을까? 정의와 사랑 때문이었다. 그리스도 예수도 사랑을 위해 안식일을 범하였고, 그들의 율법을 어김으로 손을 더럽혔다. 예수는 우리의 죄를 자신의 것으로 감당하셨다. 이상!」
⑦ 한국, 김복례, 「평화는 곧 사랑이다」
「전국집회를 이렇게 온라인으로라도 열 수 있는 일본무교회가 부럽습니다. 한국인에게 평화는 매우 특별합니다. 우리는 매일 미사일을 쏘고 협박을 일삼는 북한과 대치중이니까요. 여러분은 이런 한국을 불안하게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사실 우리는 종전이 아닌 휴전중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전쟁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이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평안을 귀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불안하고 문제가 많은 오늘이지만,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고 한대로 예수가 오심으로 이미 평화가 세상에 왔으니 우리도 평안을 느끼며 살아야지요. 한일교류를 위해 애쓰셨던 이진구 선생이 쓴 ‘평화는 사랑’이라는 글을 소개하고 마칩니다.
“평화를 위해서는 오래 참고, 친절하고, 시기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자신의 유익을 구하거나 타인의 악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그렇다. 사랑은 평화다.”」
좀 부드럽게 애드립도 하면서 말하면 좋았을 텐데, 원고 읽기도 벅차니 뭐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노트북 화면에 증명사진 크기로 작게 보이지만, 너무나 진지하게 듣고 있어서 심쿵했습니다.
각 지역의 보고답게 발표자들이 자신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하니 실감이 났습니다. 집안 풍경도 보이고, 단풍든 마당, 중고물품이 쌓인 매장 등 배경이 다양하여 현장감 최고였습니다. 온라인집회의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3) 소감 발표 시간
강의와 발표가 모두 끝나고 우리의 ‘감화회’와 같이 자유 발언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리야마 선생을 비롯하여 여러분이 말씀하셨는데, 그리스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우리부터 이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까지 그리스도인답게 비폭력 평화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4. 나가며
성서공부 모임으로 진행하는 한국무교회와는 달리, 주제를 정해두고 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펼친다는 점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우리 전국집회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주장한다거나 다른 나라가 침공해올 때 항복하고 비전을 선포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였습니다. 대부분 화들짝 놀라지 않을까요?
폐회사로 아라이 선생이 마이크를 잡았는데, 화면에 가득한 참가자들의 모습에 울컥하는 것 같았습니다. 준비과정부터 마지막까지 하나님의 은혜로 치를 수 있었노라고, 가슴이 벅차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였습니다.
일본무교회는 앞으로도 온라인모임을 기본으로 하여, 대면 모임과 병행하리라고 합니다. 전국집회를 중지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어쩌면 한 가지 힌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온라인으로 하루 종일 모니터만 바라보는 게 지루하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메시지도 주고받을 수 있고, 집안 일도 잠깐 볼 수 있는 등 나름 이런저런 재미가 있었습니다. 온라인집회가 아니었으면 저도 참가할 수 없었겠지요.
일본어 듣기와 말하기 실력이 부족하여 걱정이었는데, 자료를 미리 메일로 보내주어서, 전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내년에도 온라인 참여가 가능하다니 여러분도 함께 참석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이번 집회의 자료가 필요하신 분이 계시다면,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성서신애사로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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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일본 무교회 참가기를 잘 읽었습니다
그분들의 신앙은 내면의 신앙에 그치지 않고 사회성을 띠고 있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