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기 좋아하는 신부의 우당탕탕 동티모르 선교 이야기 2편 (학교 이야기)
이형우 루카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이른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에 수업을 하러 갑니다. 저는 저희 수도회 고등학교인 Ensinu Sekundario nos Senorha Dukarmo Lequiode(노스칼 고등학교)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수업을 가르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처음 공동체로부터 영어 수업을 맡아 달라고 했을 때 느낀 감정은 가르칠 자격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어디서 유학했다고 하면 하나 같이 먼저 하는 말은“오 영어 잘하시겠네요!”입니다. 그럴 때 제가 항상 하는 대답은“허허허, 저는 전형적인 실패한 유학생입니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 때 공부보단 주로 놀기 바빴고 성적도 중간 정도였으며 제 주위 친구들에 비해서 영어 실력이 월등히 잘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공부도 인생의 총량이 있는지 고등학교 때 공부를 너무 안 해서 결국 하느님은 저에게 신학교에서 10년을 다시 공부하고 석사까지 하게 했습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하느님께서는 ‘야훼이레’처럼, 제가 쓰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신 듯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곳 동티모르에서는 교사 중에서 저의 부족한 영어 실력과 학력이 나름 높은 수준의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부끄럽고 민망하기보단 오히려 감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사람이 인정받고 행복할 수 있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저는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만약 우리 학교가 없었다면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했을 아이들이라 그런지 서툰 저의 수업에도 똘망똘망한 눈으로 열심히 배우려는 아이들의 자세에 저도 자연스럽게 더 열심히 가르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면 저의 또 다른 직무인 기숙사 담당이 있습니다. 저의 고등학교는 여자 기숙사가 있습니다. 먼 곳에서 오는 아이들은 보통 근처 친척 집에서 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남자 아이들은 괜찮지만, 가끔 여자 아이들 중에서는 삼촌이나 친지에 의해 겁탈을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족 국가인 이곳은 아직 같은 가문끼리 근친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같은 일을 보호하고자 여자 기숙사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임무는 가족과 떨어져 사는 이들의 보호자이며 기숙사를 관리하고 더 중요한 일은 25명의 학생들을 놀아주는 것입니다. 저도 중학생 때 홀로 유학 생활을 하며 기숙사에서 살아서 한창 예민한 시기에 기숙사에 공동생활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가족 없이 외로울 아이들을 위해 생일 파티를 열어주고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스피커를 가져와 노래방처럼 만들어 주기도 하며 함께 축구도 하기도 하며 매달 방을 바꾸는 날에는 같은 방 아이들 사진을 찍어줍니다. 그리고 마을에 잔치가 있어 제가 초대받으면 염치 무릅쓰고 아이들을 차에 태워 함께 우르르 몰려갑니다.
이 친구들로 인해 저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습니다. 가끔 한국에 갈 때 전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던 화장품 가게나 인형 가게, 소품샵 등을“와…. 예쁘다….”하면서 들르는 것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비싸고 좋은 건 못 해주지만 자그마한 소품을 사 가곤 합니다. 머리핀, 립글로스, 세면용 머리띠, 예쁜 스티커, 비즈 용품 등을 바리바리 가져가면 다행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 저 또한 흐뭇해지곤 합니다. 한국이었다면 “에이, 이게 뭐예요~”라고 할 정도에 자그마한 것이지만 이 아이들에겐 너무나 큰 선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매일 매일이 행복한 일이 많습니다. 항상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