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론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신앙과 관련해서는 헷갈립니다.
우리 신앙과 유물론은 어떤 관련에 놓여 있는지요?
유물론은 모든 것을‘물질’로,‘물건’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말합니다.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이 물건입니다. 산이나 물도 물건이고, 아파트,
자동차도 모두 물건에 불과합니다. 정신적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정신 역시 물질적인 입자들끼리 충돌하여 파장을 일으키고
그 파장이 일정한 리듬을 타면서 우리가 생각하고 기억하고 감정을
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역시 물질에 불과합니다. 내 삶에서
이런‘물질’이 차지하는 위치가 어디쯤인지에 따라 유물론인지가
판가름납니다.
겉으로야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 유신론자이고 그분이 만물의
창조주임을 믿지만 이게 말처럼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하느님과
인간을 물건보다 뒷자리에 놓으면 그것이 실천적 유물론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생명의 복음’이 여기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유물론은 개인주의, 실용주의, 쾌락주의를 낳습니다. 오로지
중요한 목표는 자기 자신의 물질적 안락뿐입니다. 이른바‘삶의 질’
이라는 것은 우선적으로 경제적 효율성, 무절제한 소비주의,
육체적 아름다움과 쾌락으로 해석되며, 인간 상호 간의 영적
종교적 차원과 같은 실존의 더 심오한 차원들은 무시됩니다.”
유물론과 신앙은 결코 동행이 불가능합니다.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답은 이미 주어져 있습니다.
- 홍경완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