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첫 토요일, 교동동우회 멤버는 1년만에 다시 원거리 산행에 나섰다.
목적지는 강릉 오대산. 오대산엔 여러 갈래의 등반코스가 있지만 우리가 선택한 곳은 진고개 휴게소에서 출발하여 오대산 노인봉에 오르고 주위 풍광이 아름답기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소금강 줄기를 따라 걷는 비교적 장거리 트레킹이다.
한 지역이 아니라 서울, 인천, 남양주, 수원, 김포 등지에서 모여야 하는 회원 조직이라 이른 아침에 한자리에 모여 출발하려면 회원 각자가 첫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지 않고는 어림없는 일.
인천에서 오전 6시에 출발한 전세버스는 서울도착 예정시간이 오전 7시였지만 약속된 미팅장소를 잘못 판단한 버스는 강남터미날을 거쳐 강변터미날에 반시간 늦은 7시 30분에 도착.
부지런히 버스에 올라 인원을 점검하니 인천에서 참석한 회원은 달랑 3명에 회원의 친구들로 함께 참여한 비회원 5명에 서울과 수원, 남양주의 인원을 다 합쳐도 총 인원이 21명의 단촐한 여행이 되는 모양이다.
김포에 사는 친구들은 이른 아침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함께 가기를 포기했고 기상예보로는 비까지 내린다는 우울한 소식이 있었는데 첫새벽부터 부지런 떨어 이만한 인원이 모여준 것만도 천만다행이고 회원 여러분께 고마울 따름이다.
흐린 날씨 탓일까, 다행히 영동방향의 도로는 의외로 차량흐름이 순조로와 지체도 별로 없었고 10시 30분에 예정된 진고개휴게소에 도착, 금일의 산행을 완주할 회원들을 내려놓고 장거리 산행에 자신이 없는 여성회원들은 소금강분소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체력에 알맞을 정도로 소금강 지역의 명소를 찾아 한두 시간 산행을 즐기고, 완주하는 회원들을 기다릴 예정. 요즘 컨디션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최상옥 동우만이 산행의 완주를 포기하고 소금강분소로 출발.
노인봉을 향해 오르며 렌즈에 담은 진고개휴게소 모습. 날씨 탓인가, 한가로운 풍경이다.
당일의 일기예보와는 달리 하늘도 우리들의 안전산행을 도와주는지 잔뜩 흐리긴 했으나 비를 뿌리지는 않는다.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는 신통치 않으나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가. 한두 시간의 산행도 아니고 5~6시간의 장거리 트레킹에 비를 맞으며 걸으려면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고, 비가 온다고 중간에 짧게 걸을 우회로가 있는 것도 아니니 죽으나 사나 비를 맞으며 장시간의 산행을 각오해야 할 터.
노인봉으로 오르는 나무데크, 계단도 너무 많으면 힘이 드는가보다. 잠시 숨을 돌리느라 한자리에서.
드디어 따분한 나무계단 오르기는 끝이 난 모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이제부터 정상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길.
시간반이면 닿으리라 예상했던 진고개에서 노인봉까지의 오르막 코스가 거의 두 시간이 걸리고 이렇게 가다가는 금일의 산행 목적지까지 가는데 6시간이 아니라 7시간은 걸릴 것 같다는 예감에 낙오자가 생길까 은근히 걱정이다. 노인봉에 오르니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 "헌데 노인봉에 할아버지가 왜 안계신다냐?" "잠시 동네에 마실 가셨다"는 친구들의 김빠진 농담에 피식 웃어보는 실없는 친구들.
이곳 정상의 바위가 노인봉으로 붙여진 연유는 멀리서 이 바위를 보면 마치 노인의 하얀 머리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네. 덧붙여 우리가 올라온 나무계단 밑의 진고개는90년 이전까지만 해도 포장이 되지 않았고 비만 오면 땅이 질퍽거려 장화를 신지 않고는 다닐 수 없는 고개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네요.
정상에서 잠시 인증샷을 올리고 뿌연 안개로 가려진 조망을 안타까워 하지만 비가 오지 않는 것만도 천만다행.
날씨만 좋다면 정상에서의 조망이 그야말로 장관이건만. 정상에서 소금강 방향으로 뻗어내린 기이한 바위산의 신비로움에 주문진과 사천뜰이 이어지고 멀리 강릉 방향의 바다가 짙푸른 색으로 다가올 텐데 흐린 날씨에 안개비까지 내리니 눈요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할 판이다.
정상 바로 밑에 적당한 자리를 잡아 산에 오른 친구들과 간단한 음식에 정상주를 나눠 마시는데 술이 세기로 친구들 중 으뜸인 한기백 동우가 오늘은 멀찌감치 떨어져 가져온 김밥만 입에 넣으며 술잔을 사양한다. 연유인즉 갑자기 감기몸살이 와서 오늘의 산행을 포기할 생각이었지만 미리 간다는 약속을 했고 날씨까지 비가 온다니 산행친구들이 너무 적어 빈 버스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아픈 몸을 무릅쓰고 나왔다는 친구의 이야기. 이렇게 똘똘 뭉친 친구들의 끈끈한 정 덕분에 우리의 산행모임은 10여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변함없이 유지되는 모양이다. 다시 한번 친구들께 고마움을 표한다.
노인봉 정상을 내려와 대피소을 지나고 여기부터 낙영폭포가 있는 구간은 가파른 급경사의 내리막길이지만 산객을 위한 안전시설이 되어 있으니 그다지 위험구간은 아니다. 소요시간이 대략 1시간 30분 정도. 이어서 소금강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만물상까지 한시간여 완만한 경사의 무료한 트레킹을 계속해야 드디어 볼거리가 그득하다.
뿌연 안개만 시야를 가리더니 농도가 더욱 짙어지며 서서히 비로 변해 옷깃을 적시기 시작한다. 조금씩 발길을 재촉해 보지만 아직 목적지까지는 까마득한 거리이다.
중간중간 잠시 쉬면서 사진을 찍어보지만 안개비를 맞으며 걷는 산길은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닌가 보다.만물상에 다달으니 거의 네시간이 흘렀고 친구들 입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오기 시작. 근사한 경관이 시야에 들어오면 한결 기분도 좋고 피로도 덜 하련만, 가시거리는 20미터도 안되어 보이니 다리도 뻐근해질 터.
백운대를 지나 만물상에 이르니 흐린 날씨이긴 해도 희미하게나마 만가지 형상을 갖춘 만물상의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잠시 서서 사진을 찍고 거인상, 귀면암, 촛대석 등 온갖 형상을 갖춘 기암괴석을 감상하다 보니 지친 다리의 피로도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다.
삼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보지만 짙은 안개와 빗방울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엉망 그 자체.
여기서 다시 40여분 산길을 따라 내려가니 드디어 유명한 구룡폭포에 이른다. 이곳에는 아홉개의 폭포가 있고 구룡호에서 나온 아홉 마리의 용이 폭포 하나씩을 차지했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 구룡폭포란다. 지친 다리로 폭포를 다 탐사할 수는 없고 내려오는 길목에서 볼 수 있는 3개의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의 장관에 잠시 탄성을 지르며 기념사진을 한컷 박아보지만 안개비로 희뿌연 형상만이 보일 뿐이라 폐기처분.
그 사이 소금강 분소에서 산행을 시작한 상옥 동우는 여성동우들과 함께 구룡폭포, 만물상까지 다 구경하고 돌아갈 버스에 올라 위에서 내려오는 친구들을 기다린다고 빨리 하산하라는 독촉 전화를 두 차례나 날린다. 빨리 내려가곤 싶지만 아직도 목적지까지는 두 시간은 조이 걸릴 텐데 마음만 괜히 바빠진다.
조금 더 하산하니 부슬부슬 내리던 안개비도 걷히고 시야가 트이니 기분도 한결 나아 보이네.
발길을 재촉해 20여분 더 내려가니 넓이가 거의 50여평은 되어 보이는 식당암이 보인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고자 군사를 훈련시키며 밥을 지어먹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여기에 둘러앉는다면 백여명은 충분히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널찍하고 편평한 너럭바위가 펼쳐져 있다.
저물어가는 가을단풍과 기암괴석이 길게 펼쳐진 만물상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힘은 들지만 오기를 잘했다고 너도 나도 한마디씩.
다시금 발길을 재촉하니 소금강 유일의 사찰로 비구니들이 절을 지키고 있다는 금강사가 보인다. 이어서 연화담과 십자소를 지나니 금일의 대장정도 종착점에 다달았다. 산행소요시간이 자그만치 6시간 30분의 기나긴 여정이었다.
이번 산행에 참여해 주신 모든 동우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궂은 날씨에도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게 된 것 역시 동우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 덕이라 생각합니다.
다소 아쉬웠던 것은 산행을 마치고 가까운 해변가로 가서 회라도 한접시 먹고 귀경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인천에서 참여한 여성친구들이 귀가시간이 늦는다 하여 부득이 서둘러 버스에 오르게 된 점, 본의는 아니지만 주최자의 입장에서 사과를 드려야겠군요. 산행에서 제대로 채우지 못한 저녁은 이번 연말의 송년산행에서 보답해 드릴 예정이니 금년의 마지막 산행에도 빠짐없이 참여 바랍니다.
한편 이번 산행에는 황회장을 비롯한 황순호 동우, 전종옥 동우, 이찬희 동우의 특별찬조로 경비 걱정 없이 산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대산 산행 경비내역
수입액 회비수입 570,000 특별찬조 700,000 계 1,270,000원
지출액 버스비 700,000 저녁식대, 호두과자 기사식대 160,000 안주 주류 음료 등 여행준비물 242,000 계 1,102,000원
경비를 공제한 잔액 16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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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마니하셨네...
내 생애 13.5km 산행을 한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나 생각이 드는구만.. 그래도 힘이 들긴 했지만 완주 한것만이라도 다행이지..다만 아쉬운것은 엄청좋은 풍경을 날씨도 도와 주질 않코 몸도 지처서 감상할 여력이 없엇던 것이 매우섭섭하군..회장도 수고 마니 마니 했고, 보쌈고기까지 챙긴 총무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때마다 참석하여 애써준 사모님에게도 수고 많으셔다는 말을 전하면서 같이 산행을 하여준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네요. 건강들 하고 다음 산행에 또 만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