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돌아가실 때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부처님께서는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마음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마치 우리가 저녁에 잠들고 아침에 깰 때 마음에 큰 변화가 없는 것과 같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정신 질환이 있는 분들은 눈만 감으면 악몽을 꾸어서 저녁이면 덜덜 떨기도 하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두려움이 있어서 죽을 때가 되면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냥 일상처럼 대화하시다가 잠잘 시간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사람처럼 그렇게 열반에 드셨습니다. 평소와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은 무엇일까요? 다른 말로 하면 유훈이라고 할 수 있겠죠. 유언이라고 해서 세상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뭔가 후대에 당부 말씀을 남겼다고 이해하시면 안 됩니다. 아무런 고뇌가 없으신 분이었는데 미래를 걱정하시진 않았겠죠. 그래서 부처님은 사후에 어떻게 하라는 말씀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람들의 질문에 대해 대답만 하셨을 뿐이에요. 대표적으로 아난다 존자가 걱정스럽게 한 질문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돌아가시면 누가 교단의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까?’ 하고 묻자 부처님은 ‘그런 것은 필요 없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전에 데바닷타가 자신이 후계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도 필요 없다고 하셨어요. 승단의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수행자이기 때문에 부처님을 대신할 누군가는 필요 없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그래서 승가에는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주인이므로 만장일치로 의결을 하는 전통이 생겨났습니다.
다른 종교를 보면 2대 교주니 3대 교주니 하는 게 있죠. 그러나 불교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부처님은 항상 ‘내 손안에 쥔 비밀 같은 것은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걸 다 투명하게 드러내셨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조용히 무슨 밀지 같은 걸 주었다는 얘기가 없습니다. 왕위를 계승할 때도 ‘누가 책봉됐느냐?’ 하는 말이 도는 것처럼, 종교에는 항상 스승이 후계자에게 몰래 밀지를 남기고, 그것을 징표로 해서 후계자가 다음 대를 잇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경우에는 ‘내 손안에 움켜쥔 비밀 같은 것은 없다’라고 말씀하신 내용이 경전에 여러 번 나옵니다. 출가하고 수행해서 어느 정도 자기완성이 된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승가를 구성하기 때문에 불교에는 누군가가 통제하거나 관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불교에는 1대 교주, 2대 교주, 3대 교주 이런 개념이 없습니다. 다만 선불교에서는 역대 조사로부터 정법을 계승해 왔다는 개념이 있긴 합니다.
계속해서 아난다가 질문을 합니다. ‘수행자들은 늘 부처님을 생각하는데, 부처님이 안 계시면 누구를 생각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부처님께서는 ‘사성지를 생각하라’ 하고 대답하십니다. ‘부처님이 안 계시면 무엇에 의지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는 ‘나의 가르침과 계율에 의지하라’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이런 아난다의 질문을 보면 확실히 아난다가 깨달음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전해오는 얘기에 의하면 아난다가 아라한이 못 되었다가 나중에 경전 결집을 하기 전에 일주일 동안 용맹정진을 해서 합류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런 질문들을 보면 그런 얘기들이 나올 법하죠. 그러나 우리는 아난다의 질문 덕분에 좋은 법문을 들을 수 있습니다.
아난다가 ‘부처님이 안 계신 세상에서 누구에게 공양을 올려야 큰 공덕을 지을 수 있습니까?’하고 묻자 이번에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염려 마라. 배고픈 자에게 밥을 주고, 병든 자에게 약을 주고, 가난한 사람을 돕고, 외로운 자를 위로하고, 청정하게 수행하는 자를 외호하는 것은 여래에게 올리는 공양의 공덕과 같다.’
이렇게 아난다가 몇 가지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서 부처님께서 대답을 하셨는데, 우리는 이것을 부처님의 최후 유훈이라고 말합니다.
부처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물을 것이 있으면 물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살아있을 때 물어야지 열반에 든 뒤에 후회해서는 안 된다고까지 말씀하십니다. 세 번이나 ‘물을 게 있으면 지금 물어라’ 하고 말씀하셨어요. 사람들이 혹시 부담스러워할 수 있으니 ‘친구가 친구에게 묻듯이 편안하게 물어라’ 하는 말씀도 덧붙이십니다. 그래도 아무 말이 없자 아난다 존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이미 부처님께서는 저희가 의문을 가질 만한 것에 대해 모든 법을 다 설하셨습니다. 저희는 아무런 의문이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행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뭔가 더 배울 것이 있는 게 아니라 아직 다 행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마지막 말씀을 남기십니다.
‘세상은 덧없다. 부지런히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이렇게 말씀을 하시고 열반에 드셨습니다. ‘덧없다’라는 말은 허무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무상’을 번역한 말입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뜻입니다. 영원한 것이 없으니 붙잡고 있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보통 우리는 무상이라는 말을 자꾸 허무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허무하다는 것은 부정적인 마음이에요. 그것은 괴로움입니다. 세상은 허무하다는 뜻이 아니고 세상은 무상한 것이니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뜻입니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