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장위동 지점에 가면 수족관이 있습니다.
입구 유리벽을 뒤로 하고 놓여있는 수족관 앞엔 몇개의 의자가 또 있습니다. 그 의자에 앉으면 등을 수족관에 기댈 수 있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의 남은 시간은 항상 그 의자에서 보냅니다. 창구에 놓여있는 사탕을 집어와 입안에 털어넣고...
피곤한 날은 체면불구하고 까무룩히 잠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은...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친구와 동행해서 그 앞에 앉았습니다.
친구는...사는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가난해서.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자신이 사는 이유는 빚을 갚기 위해서라고도 했습니다.
빚 다 갚으면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수족관 안에 있는 물고기들을 정신없이 바라보다 <자살>이라는 표현에서 겨우 친구에게 생각이 집중되었습니다.
뭔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물었습니다.
죽을 건데 뭣하러 빚을 갚냐구.
친구는 가족들한테 자신의 빚까지 떠넘길 수 없다고 했습니다.
<<웃었습니다. 난. 그리고 가볍게 말했습니다.
넌 자살할 일은 없을 거라구...니 성격에 앞으로도 한참은 빚지고 살테니까 그 빚 다 갚으려면....
친구는 일어서서 나가버렸습니다. 수족관 유리를 통해서 친구가 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머리속에 있는 장면이 튀어나오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가끔 정말 난 ... 생각이 듭니다.
친구의 말은 진실일 겁니다. 절망감이 그대로 전해졌으니까요.
수족관 때문인지 친구의 말은 내게 공명을 일으키진 못했습니다. 무의미하게 흩어져 버렸지요. 은행안에서...
난 대화하기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봅니다.
인간성에 문제가 있나봐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