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제조업계를 시작으로 퍼져나간 협동로봇 -
- 협동로봇 통한 노동생산성 상승은 제조업 일본 국내로 불러들일 수 있을까 -
KOTRA 도쿄무역관은 2017년 4월 18일 게재한 '로봇과 인간의 공존, 주목받는 일본의 협동로봇'을 통해 일손 부족이 만연한 일본 기업의 생산현장에서 사람과 안전하게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s)의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한 일본 현지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일본에서 협동로봇이 기존 로봇과 다르게 주목을 끈 이유는 바로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이번 게시 글을 통해서는 협동로봇 도입이 필요한 일본의 사회상, 협동로봇을 실제 도입한 곳과 도입하기까지의 과정 등을 좀 더 자세히 전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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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의 도입이 필요한 일본의 식품제조업계
ㅇ 2016년 식품 공업의 일본 국내 판매액은 5214억 엔으로 4년 전 대비 18% 증가. 공작기계 일본 국내 시장 규모가 5305억 엔으로 집계된* 바, 일본 대표 산업으로 불리는 공작기계 시장에 맞먹는 규모로 성장 중인 일본의 중요 산업임.
* 산업별 규모는 일본 식품기계공업회, 공작기계공업회 자료 기반임.
ㅇ 산업의 중요성에도 저출산 고령화가 확연한 일본 사회에서는 시급 2000엔을 지급해도 식품제조 현장에 인력이 모이지 않고 있음. 덴소, 파낙, 야스카와 전기 등 산업로봇 업체도 새로운 유망시장으로서 식품제조업계용 로봇 판매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임.
- 향후 타 업종의 대기업 등도 고객에게 매력적인 신기술 개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식품 산업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전망
2012~2016년 식품 공업의 국내 판매액 추이
(단위: 백만 엔, %)
자료원: 일본 식품기계공업회 자료를 참고, KOTRA 도쿄 무역관 작성
□ 협동로봇의 식품제조 현장 도입 사례
ㅇ 식품을 재빠르게 선별하는 기계를 개발한 '오므론(オムロン)'
- '오므론'이 개발한 협동로봇은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흘러가는 대량의 고로케 중 상품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것을 잡아 다른 라인으로 옮기는 작업을 1분에 60개나 해냄. 모양이 망가지기 쉬운 고로케를 빠르게 온전히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
- '오므론'은 2015년 미국의 산업로봇회사 'Adept Technology'를 매수했고 현재는 로봇을 활용한 식품용 컨베이어의 피킹시스템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바, 지금까지 연구해 온 화상 센서나 모터 제어 등 원천기술을 결집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높은 성능의 협동로봇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함.
- 신형로봇은 튀김, 만두 등 대부분의 가공품을 선별해 옮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식품 공장에서 사용될 전망임. '오므론'은 신선식품이나 크기가 제각각 다른 가공된 야채 등 다루기 어려운 식품까지 취급대상을 확대해 인력 부족이 심각한 신선식품 가공공장에서 실용화할 전망
1분에 60개의 고로케를 깔끔하게 선별해내는 오므론의 협동로봇
자료원: 일본 경제신문
ㅇ 피자부터 도시락까지 생산라인을 변경하지 않고 작업하는 '가와사키 중공업(川崎重工業)'의 협동로봇
- '가와사키 중공업'에서 개발한 양팔 로봇 'duAro'는 사람과 함께 동일 생산 라인에서 작업 가능. 편의점 도시락을 만들 때는 반찬을 담고 밥 위에 참깨를 뿌리거나 뚜껑을 닫는 등의 다양한 행동을 사람처럼 양팔을 이용해 작업할 수 있는 것이 특징
- 산업용 로봇이 식품 공장 같은 곳에서 사용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부적합하다고 여겨져왔지만, 'duAro'는 손목 부분이 가볍고 부드러운 수지로 덥혀있어서 안전 울타리를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프로그램 재설정만으로도 다른 작업에 바로 투입시킬 수 있다는 것이 특징
- 'duAro'는 자동차, 전기 등 산업용으로 개발됐지만 편의점 주먹밥 포장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2000대 이상을 판매. 가격이 280만 엔으로 비싸지 않아 향후 패스트푸드점과 같이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식품업계에서 로봇으로 사용될 전망
사람 곁에서도 가동할 수 있어서 공간 절약이 가능한 양팔형 협동로봇 'duAro'
자료원: 일본 경제신문
ㅇ 타 업종과 중소기업에서도 식품제조기계에 개발에 적극 참여, 대표적인 기업인 '씬서매크(シンセメック)'
- 일본 식품기계업계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으로 고객 요구에 섬세하게 대응하는 전용기계 개발에 집중, 최근 타 업종의 중소기업이 진출하는 사례도 증가
- 정밀부품 가공기계 등을 다뤄온 '씬서매크'는 감자 '싹 자동제거기'를 훗카이도 국립종합연구기구와 함께 공동 개발. 껍질을 벗긴 감자를 2개의 카메라가 포착한 후 주위보다 진한 갈색인 부분이 싹이라고 판단되면 로봇 팔에 부착된 1분에 2000번 회전하는 지름 1센티 드릴로 제거. 시범 가동한 결과 일반 감자의 경우 1시간에 900개 정도 처리할 수 있어 사람 10명 분의 작업을 기계 1대로 대체 가능할 전망
- '씬서매크'는 '아이신 정밀기계 그룹' 등 수많은 유력 고객을 보유한 높은 기술의 정밀가공기계 메이커임. 30년 전부터 수요가 있었던 '싹 자동제거기'를 로봇과 화상처리기술의 진보를 통해 드디어 실현해낸 바, 연내 실용화할 예정
'씬서매크'의 감자 싹 자동제거 로봇 작동 모습
자료원: 토쿠오상사 유튜브 페이지 캡쳐
□ 시사점
ㅇ 일본은 업무추진 환경 상의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지금까지 기존의 산업용 로봇을 도입할 수 없던 업계와 노동 생산성 부족, 임금 상승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던 식품제조업과 같은 업계가 적극적으로 협동로봇 도입에 나서기 시작한 분위기
ㅇ 식품제조업체와 같은 사용자 측면에서도, 로봇을 제작·개발하는 공급자 측면에서도 새로운 방향성의 '협동로봇'이 새로운 식품 제조기계 시장을 형성해낸 바, 시장 활성화와 확대가 더욱 기대되는 상황임.
- 기존의 '중후장대(重厚長大)'한 로봇과 달리 '경박단소(軽薄短小)'한 협동로봇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공간 절약도 가능하며 안전성, 기동성도 모두 갖추었기에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실제 사업장 등에서 도입 검토 중
- 또한 로봇 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고객 수요에 섬세하게 대응한 한 전용기계 개발에 강점을 보이는 중소기업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 및 개척에도 호재, 타 업종의 진출도 늘고 있는 분위기
ㅇ 저출산 고령화가 만연해져 가는 산업 고도화 선진국들은 사회구조적으로 점차 일본과 같이 일부 산업에서는 임금 상승에도 고질적인 인력 부족, 낮은 노동생산성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바, 협동로봇의 수요는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확대될 전망
- 인력 부족, 임금 상승 등 식품제조업계의 고민은 결코 일본 국내 업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건비가 급등하는 아시아 등 해외에서도 일본식 '장인의 기술'을 응축시킨 식품제조용 협동로봇은 세계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할 전망
ㅇ 한국 역시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로 인식되고 있기에 협동로봇의 등장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문제 등이 향후 대두될 수 있으나, 일본과 유사하게 사회구조가 고도화돼 가는 과정에서 산업별로 노동생산성, 일자리 수요 등의 차이에서 로봇의 도입이 필요할 수밖에 없음. 일본의 케이스를 사례로 삼아 정부와 민간 양 사이드에서 지금부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음.
자료원: 일본 경제신문, 일본 생산성본부, 일본 식품기계공업회 등 KOTRA 도쿄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