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설에는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면 마취가 안된다고 하는데, 이는 속설일 뿐이다. 얼굴에 핏기가 없으면 '어디 아픈 것 같다'는 진단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손톱을 보면 건강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손톱 색이 불그스름하게 윤기가 나면 건강한 것이고, 반대로 거칠고 갈라지거나 반달무늬가 선명하지 않으면 병이 있는 것이다. 한의사들은 특히 손톱이 간 기능을 살피는 지표가 된다고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병원에서는 수술을 하는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가 깨어나기 전에 혈액순환 상태를 손톱의 색깔을 보고 확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도 이 때문에 속설이 생겨난 듯하다. 지금은 첨단장비를 써서 정밀하게 환자의 상태를 볼 수 있지만, 그래도 간단히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기에 요즘에도 손톱을 보는 일이 있다. 손톱을 손끝으로 눌렀다가 놓았을 때 재빨리 핏기가 돌면 혈액순환이 정상적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혈액이 신체의 말단부까지 잘 순환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만일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손톱 색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급히 수혈을 해야한다.
병원에서는 환자를 마취하기 전에 손톱의 매니큐어를 지우도록 한다. 매니큐어를 지우는 간호사를 보면서 환자나 가족들이 왜 매니큐어를 지우는지 물었다. 간호사는 얼른 "마취가 안되니까요"하고 답해버렸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백성에게 무엇을 시킬 수는 있어도 알게 하기는 어렵다." 깨우치기 어렵고 알 필요도 없는 것을 백성에게 가르치려 하기보다 그저 목적대로 하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간호사는 불필요한 설명보다는 수술을 잘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자의 말을 실천한 셈이다. 그런데 매니큐어는 아세톤으로 쉬 지워지지만, 봉숭아물은 무엇으로 지운단 말인가. 모르겠다. 그러니 백성들은 '봉숭아물을 들이면 마취가 안된다'고 생각할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