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빈곤퇴치의 날’ 맞아 만난 한국희망재단 이철순 상임이사
“빈곤은 인간 자유와 존엄성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빈곤과 차별 문제 해소 위해 평생 헌신
가난한 이들의 ‘자립의지’ 키우는 협력 강조
발행일2022-10-16 [제3314호, 21면]
“가난한 이들,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이들은 누구도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좌절하게 됩니다. 한국희망재단은 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주고 있습니다.”
이철순(마리아·68) 한국희망재단 상임이사는 2005년 재단 설립을 주도했다. ‘세계 빈곤퇴치의 날’(10월 17일)을 맞아 만난 그는 한국희망재단의 역할을 “가난한 이들에게 돈을 주거나 먹을 것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연대를 통해 그들의 자립의지를 키워 주는 협력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임이사는 평생을 인간의 빈곤과 차별, 특히 여성 빈곤과 차별 문제를 정면에서 제기하고 해소하는 일에 바쳐 왔다.
그는 “빈곤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빈곤퇴치를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면서 “빈곤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인권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빈곤퇴치의 날’은 1992년 유엔(UN)에 의해 제정됐다. 이날은 1987년 10월 17일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Trocadero) 인권광장에서 조셉 레신스키(Joseph Wresinski) 신부 주도로 10만 군중이 모여 교육 기회 부재와 가난으로 인한 희생자 추모비를 제막한 행사에서 유래됐다.
“가난한 사람들 대다수는 힘겨운 노동과 의식주 부족으로 고통받습니다. 그렇다 보니 가난을 물질적 외양으로 보기 쉽지만 가난이 궁극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자유의지를 존중하고 지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흔히 물질적으로 가난하고 교육 기회를 갖지 못한 빈곤국 주민들을 돕는 일을 ‘지원’이나 ‘원조’라는 말로 표현하지만 이 상임이사는 ‘협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원이나 원조라는 말에는 강자 또는 부유한 자가 약자, 가난한 자에게 시혜적으로 베푼다는 의미가 있어서다.
한국희망재단은 이 상임이사의 말대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빈곤국 주민들이 농장을 개척하고 식수 시설을 만들도록 돕고, 배움의 기회가 없던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기숙사를 짓고 있다. 자연재해와 코로나19가 닥쳤을 때는 긴급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사업들에 현지 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그는 “처음에는 어렵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 ‘우리가 만들었다’는 성취감과 협동정신을 심어 주는 게 필요하다”면서 “젖먹이 아이가 자라서 스스로 걸어 다니듯이 현지 주민들이 지속가능한 희망과 자립을 일구도록 함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상임이사는 한국교회와 신자들이 한국희망재단에 보다 많은 관심과 후원을 보내줄 것을 당부했다. “가톨릭 사제와 평신도들이 주로 참여해 한국희망재단을 만들었고, 교회 울타리를 넘어 가난한 이들을 돕고 있습니다. 후원자들의 마음까지 소중하게 전한다는 정신으로 일하고 있는 한국희망재단과 동행해 주십시오.”
※후원 및 문의: 농협 063-01-206556 (사)한국희망재단, 02-365-4673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