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불면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젊은데도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지만, 보통 나이가 들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나이가 들어도 잠자는 데에 어려움이 없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큰 축복이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었다. 그런데 한 친구의 조언으로 그 심하던 불면증을 깨끗이 벗어났다.
나는 젊었을 때 커피를 즐겨 마셨다. 하루에 대여섯 잔씩 커피를 마셔도 수면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저녁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럴 때는 하나, 둘, 셋 수를 계속 세거나 온수로 샤워를 하면 수면에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나이가 더 들어가면서 그런 것도 불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동네 의원에서 졸피뎀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했는데, 그것을 오래 먹으면 내성이 생길 뿐 아니라 건강에 아주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는 하루 이틀 정도 먹다가 그만두었다. 여기저기 의원에 가서 불면을 호소했는데, 거기서도 졸피뎀만을 처방했다. 멜라토닌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그것을 처방받아 복용해 보았지만, 그것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한번은 친구의 소개로 불면증 치료에 유능하다는 의사를 찾아갔다. 그는 내 증상을 듣고는 30분 이상 누워있는데도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일어나서 책을 읽는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온수로 샤워를 하라고 조언하고는 아무 약도 처방하지 않았다.
내 친구가 그 의사에게 내 증상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별로 심하지 않아서 몇 마디 조언하고 보냈다고 말하더란다. 실상 나는 심각한데. 그러면 나보다 훨씬 더 심한 불면증 환자가 많다는 말인가?
70대 후반에 접어들자 어떤 때는 새벽 2시나 3시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잠이 오지 않을 때의 고통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게 밤에 잠을 못 자면, 다음날 하루 종일 피곤하게 마련이어서 낮잠을 자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낮잠을 자면, 저녁에 잠이 안 오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래서 10시경에 자리에 누워서 한 시간쯤 지나도록 잠이 오지 않으면, 일어나서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기도 했다. 그래도 잠이 안 오면 자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기도해도 잠이 오지 않자 고린도후서 12장에서 바울이 육체의 가시를 제거해 달라고 세 번 기도하다가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라는 응답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기도 했다.
믿음이 부족해선지 나는 그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지금까지 나를 인도하신 하나님께 항상 감사하면서도, 불면으로 몸부림칠 때면 나에게 왜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것은 노년에 흔히 오는 증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보다 5년 연상인 형님에게 저녁에 잘 주무시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형님은 의외로 저녁에 눕기만 하면 그대로 주무신다고 답하셨다. 나는 왜 이럴까?
어떤 때는 새벽 2시까지 눈이 말똥말똥했다. 그럴 때는 음식을 먹고 잠을 청했다. 잠자기 전에, 더구나 새벽에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불면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랬더니 체중이 늘기 시작했다. 혈압약과 당뇨약을 복용하는 나에게 체중이 는다는 것은 금기사항이었다.
그래서 웬만하면 저녁에 음식을 먹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새벽까지 몸부림치다가 음식을 먹는 경우가 늘었다. 그 대신 낮에 먹는 음식을 줄였지만, 체중이 줄지 않았다.
그러던 중 대학 동기들과 만나서 하룻밤을 같이 자게 되었는데, 잠자리를 바꾸어서인지 그날 저녁에는 불면증이 더욱 심했다. 그래서 밤새도록 뒤척이거나 온수로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다음 날 아침에 친구들이 산책을 나갔는데, 나는 피곤해서 나갈 수가 없었다.
그것을 보고 한 친구가 자기도 오랫동안 불면증으로 고생했는데, 종합병원 신경과에 가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불면에서 벗어났다고 알려주었다. 그 말을 듣고 신경과를 찾았다.
담당 의사가 쿠에타핀정 12.5mg(환인)과 데파스정 1mg(종근당)을 처방해 주면서 잠자기 전에 약을 먹으라고, 그 약은 “내성이 없어서 오래 먹어도 되고 건강에 전혀 해가 없다”고 말했다. 6개월 후에 갔을 때도 그 약은 “오래 먹어도 되고 건강에 전혀 해가 없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나는 2년 반 동안 그 약을 먹고 있는데, 그의 말대로 내성도 부작용도 없이 그 지긋지긋한 불면증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다.
내가 불면에서 벗어나게 된 방법을 비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방법을 알기 전에 여러 해 동안 내 나름대로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그 고통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잠을 못 자는 것처럼 큰 고통이 없다. 친구가 그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도 지긋지긋한 고통 가운데서 나이가 든 것을 한탄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서 그 친구에게 내 마음 깊이 고마움을 표한다. 그리고 그 친구를 통해서 내 고통을 멈출 수 있는 길을 알려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