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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옷을 가져왔을 때에는 너무 너무 놀랐다. 정말 굉장히 놀랐다.
어떻게 이런 갑갑할 것 같은(?) 시대에 하늘하늘하고 풍성한 드레스부터 짧고 딱 달라붙는 드레스까지 있을 수가 있는 지.
아무래도 계급사회고 하다 보니 파티나 무도회같은 게 많이 열려서 드레스 문화가 발달한 것 같다.
"소베가 말한 남궁 영애시군요. 과연 특이한 생김새세요. 호호, 나쁜 말로 하는 게 아니랍니다."
"아, 네. 그냥 아가씨라고 부르세요. 영애라고 하시니 부담스럽네요. 그나저나 소베라면 아까 그?"
"네. 여관 관리를 맡고 있죠. 아가씨는 피부가 약간 까무잡잡해서 이런 연핑크색의 짧은 드레스를 입으면 섹시할 것 같은데 어떠세요?"
"아, 제가 태닝을 좀 했었거든요."
"태닝이요? 세상에. 그 돈 많은 귀족영애들만 받을 수 있다는 태닝을 하시다니…, 어떤 마법사께서 해주신거죠?
이 방면으론 미용 마법사이신 호호나베님이 유명하신데. 그런데 그만큼 비싸기도 하지 않나요?"
"잘 모르겠네요. 하하하. 이 곳에서도 태닝을 하나보죠? 아, 그러니깐… 전 제가 살던 나라에서 하고 왔거든요."
"아하, 그러시군요. 어쨌든 아가씨 피부색이 너무 예쁘세요. 요즘엔 하얀 게 촌스럽죠.
물론 깨끗한 하얀 피부라면 마다할 사람이 없겠지만 요즘 누가 깨끗한 하얀피부가 있긴 한가요.
아가씨는 피부색도 예쁜데 피부도 너무 좋으시군요."
"네, 뭐… 드레스 좀 여러개 보여주시겠어요?"
"음, 이 태닝한 피부색에는 골드 드레스, 베이지색 드레스, 연핑크 드레스같은 색이 어울려요.
드레스에도 훨씬 섹시하구요. 까만색도 나쁘지는 않아요."
"골드 색으로 짧고 달라붙는 걸로 주세요. 아, 이게 좋겠네요."
골드 미니드레스인데 좀 타이트하게 달라붙고 큐빅같은 게 가슴부근에 촘촘히 박혀있어서 꽤 섹시하고 예뻤다.
음, 내 나이 스물 하나인데 몸매도 되겠다 이런 거 못 입을 게 뭐람. (아, 여기서 나는 15살이다. 여기서도 우리가 흔히 아는
미국이나 유럽 쪽처럼 성장발달이 대한민국에 비해 빨랐고 이 곳의 신체나이에 맞추었을 때 나는 딱 15살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돈이 없어서 못 사 입었고 의욕이 없어서 처박혀 지냈지만..
태닝도 한국에 있던 친구가 억지로 끌고가서 같이 해버린 것이었다. 이상하게, 그 애 얼굴이 떠올랐는데도 그립지가 않다.
메이크업은 사실 가면 무도회이기 때문에 그다지 필요하지 않지만 피부 메이크업만 간단하게 하고 드러나는 팔 다리와
쇄골부분에 하이라이터를 발랐다. 그리고 작은 큐빅목걸이를 하고 긴 연갈색 머리카락을 풀고 가면을 썼다.
지금 시간이 11시 50분이니 여관주인이 준비해놓은 마차만 타고 가면 될 것이다.
"너무 예쁘세요. 추우니까 이 가디건 걸치세요. 들어가실 때 마부에게 맡겨놓으시고 3시에 맞춰서 나오시면 마부
가 대기하고 있을거랍니다."
"네, 고마워요. 그럼 출발하죠."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면서 이리저리 점검하고 좀 기다리자 커다란 저택이 나왔다.
밤이 늦어서인지 그다지 엄격하게 심사는 하지 않았고 거렁뱅이나 평민들만 쫓아내는 듯 보였다.
내가 가면을 쓰고 들어가자 아무도 붙잡지 않았다. 아, 완전 미성년자인데 클럽가는 기분이네.
안에 들어가자 모두 다 개성있는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정말 곡이 너무 신나고 즐거운 곡이였다.
조명은 마법 때문인지 어두우면서 실루엣 같은 것들만 살짝살짝 보이고 가까이 가야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에 분위기도 뜨거웠다. 정말 클럽온 기분이였다.
여자들의 옷을 보자 정말 드레스가 많이 발달해서인지 별별 드레스가 다 있었는데 내가 그렇게 꿀리진 않았다.
웨이터처럼 보이는 서빙하는 남자가 가져다 준 칵테일같은 음료를 마시고 난 곧장 음악이 나오는 무대로 갔다.
자기 개성대로 자기 신나는 대로 독특하게 다들 추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기분나는대로 마음껏 춤을 추었다.
옛날에는 정말 친구들이 춤을 추라고해도 내가 왜 여깄는지~하며 한숨만 푹푹 쉬었던 나인데
이곳으로 차원을 이동하니 의욕이 넘치고 뭐든 하고싶어지고… 기분도 예전처럼 쳐져있지 않고 뛰어올라있는 느낌.
한참을 추다가 지쳐서 무대를 나와 발코니로 향했다.
"아, 죄송합니다."
발코니에 가자 이미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가면을 벗고 있었고 그렇게 미남까진 아니어도 볼만한 미남이었다.
마치… 영화 하이스쿨 뮤지컬에 나온 존 애프론을 닮았다. 키가 좀 더 크고 체격이 호리호리한게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랄까.
나는 죄송하다고 발코니의 커다란 문을 닫았지만 그 사람이 다가와서 문을 잡았다.
"아닙니다, 시원한 바람이 쐬고싶어서 나오신 것 같은데 이 발코니가 아닌 다른 발코니들은 모두 연인들로 차 있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면 더 난감해지실 겁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실례할게요."
"……저 혹시, 제가 누군지 모르십니까?"
난 가면을 벗고 가면으로 인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그리고 손부채질을 하면서 말했다.
"보시다시피, 전 외국인이랍니다. 다른 대륙에서 건너왔죠. 세연 남궁이라고 합니다. 세연이 이름이고요."
"아, 그래서… 초대자 명단엔 그런 이름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몰래 들어왔어요, 즐기고 싶어서. 오랜만에 춤도 추고 놀고싶었어요. 그러는 당신은 누구시죠?"
"허반 후작가의 장남입니다. 지금 작위는 자작입니다. 비록 아직 중앙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비 허반이라고 합니다."
"비요? 이름이 비 인가요?"
"네, 그냥 편하게 비 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허반 자작께 제가 감히 이름을 불러도 괜찮을 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불러달라고 하셨으니깐 부를게요.
음... 뭐라고 해야될지 모르겠네, 아! 오늘 무도회 정말 즐거웠어요. 너무 재밌고 충분히 즐긴 것 같았어요.
마법은 따로 마법사를 부르신건가요?"
"아닙니다. 제 여동생이 한 것입니다. 그 아이는 지금 귀족 마법학교에 다니고 있거든요.
나이가 아직 17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4클래스 유저라 이런 간단한 마법들은 식은 죽 먹기죠.
음, 제가 남궁영애의 나이를 짐작할 수 없어서 그러는데 혹시 나이가…?"
"제 나이는 15살 입니다."
"아, 영애같이 생긴 타대륙 사람들은 생김새가 어리다고 해서 혹시 영애께서도 나이는 많으신가 했는데
제가 생각한 나이와 엇비슷하군요. 저는 21살입니다."
"그렇게 보였어요. 말 놓으세요. 세연이라고 부르시면 되구요. 지금 몇시인가요?"
"그럼 그렇게 해도 실례가 되지 않겠지? 지금 2시네. 가면 무도회가 끝나는 것도 1시간밖에 남지 않았군.
아, 여동생에게 마나구슬을 주러 가야겠어. 3시간 내내 이런 효과를 유지하는 마법을 하려면 마력이 장난아니게 들거든.
그럼, 어…"
"다음에 뵈요, 비. 안녕히가세요."
"그래, 세연."
비에게 인사를 해 주고 발코니에 멀뚱하니 서 있자 바람이 쌀쌀하게 불어왔다.
땀이 식어서인지 몸이 더 차갑게 느껴진다.
"그대가… 허반 자작의 약혼녀인가?"
"누구죠?"
뒤돌아보자 금발 머리에 하얀 피부, 그리고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매우 잘생긴 미남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좀 놀랐다는 표정을 짓자 미남은 커튼을 치고 문을 닫은 뒤 나에게로 다가왔다.
"허반 자작과 단 둘이 있던데, 무슨 사이지? 약혼녀? 아니면… (이 때 미남은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혹은 허반 자작과 즐기기 위해 초대된 접대부인가?"
"다시 한번 말씀해주실래요? 제가 잘못들은 게 아니라면…"
"접대부. 그렇게 보여서, 용모는 좀 특이하군. 네 몸값은 얼마지?"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그런식으로 튕겨봤자… 네 몸값을 올리진 못해."
그리고 남자는 힘으로 나를 억눌러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미친듯이 반항하자 그 남자는 내 무릎을 쳐서 넘어뜨린 뒤에 내 위에 올라가서 키스를 했다.
다리를 더듬는 손길이 느껴졌고, 위험하다고 생각된 나는 발길질을 하다 무릎으로 그 남자의 사타구니를 세게 쳤다.
"도… 도대체 뭐하는 짓이죠? 이게 성희롱이라는 건 알고 계신가요?"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앙칼진 접대부군. 허반 자작도 색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어 했나봐?
특이한 용모에 몸매는 좋고 잘 튕기는 그런 맛깔나는 여자를…."
"저 그런 여자 아니라고요."
"좀 특이하네. 처음에는 내 외모에 반해서 입을 벌리더니 튕기는 것도 일품이고…
여태까지 허반 자작이 만나온 여자들 중 특상품으로 분류해주지. 넌 오래갈 것 같기도 하니까.
내 이름은… 아니, 내가 직접 내 이름을 입에 담기엔 넌 너무 천박한 접대부니까.
진 공작이다, 이제 내가 누군지 알겠다면 앞으로 거부하지 않는 게 좋을거다.
그리고 돈은 허반 자작보다는 내가 더 많으니까 내게 오면 더 좋고.
난, 비 허반 그놈이 나에게 하나하나 빼앗겨가며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즐기거든."
"당신…"
"너에게 빼앗길 시간이 아쉽게도 지금은 더 이상 없군. 그럼."
진 공작이 나가자 마자 바로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뭐… 저런 또라이같은 새끼가 다 있을 수 있는 지, 내가 볼 때 저 미친놈은 분명 허반 자작을 증오했다.
그리고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위험인물.
나는, 진 공작이 앞으로 나를 아주 힘들게 할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첫댓글 잘 봤어요
감사해용ㅋㅋ!
어떤 내용으로 전개가 될런지;;; 어쨌든 기대할께요..^^
네..기대해주세요^^
저런 ^*$%#%$^#*!!!
여기도 태닝이란 게 있었군요.. 으악 허접한 마법사에게 맞겼다간 피부가 홀라당 타버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ㅎㅎ
미..미성년자인데 클럽가는 기분.. 뭔가 지금 주인공의 기분을 한마디로 잘 압축한 듯 싶어요 ㅎㅎ
당당해져! 넌 21살이잖아!! 클럽 가도 되!! ㅎㅎㅎㅎ
...저 진 공작인가 뭔가 하는 ^%*@^&$&*는 정말.. 가다 하수구에나 빠져랏!!(말이 심했나? ㅎ하하)
ㅋㅋㅋㅋㅋ이번 편에 나오는 저 두 사람이 여주에게 도움을 주는인물, 그리고 해가되는 인물이죠!
앞으로도 나온단 말인가요..
이런 ㅎㅎ 주인공이 마음고생(?)이 심할 듯이요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당~^^
땅콩님 ㄷㄷ.. 지금 계시나 보시네... 채팅창 구경이나 와주시지
아이공..죄송해요ㅠㅠ이제봤네요 이건! 댓글만 달아드리고 바로 나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