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과 함께 살 수 없어요―
물론 살 수도 있겠지요―
선반 뒤켠 저만치 처박힌
그런 삶 되겠지만―
헌 도자기엔 금 가기 마련이니까요
교회지기가 열쇠를 쥐고―
우리의 삶― 도자기마냥―
치워놓겠지요
한물갔다고― 아니면 깨졌다고―
아낙네가 버린―
찻잔처럼 말이에요―
쎄브르 신상품이 즐거움 주고―
헌 도자기엔 금이 가기 마련이니까요―
나는 당신과 함께― 죽을 수 없어요―
한사람은 기다렸다가
다른 이의 눈 감겨줘야 하잖아요―
당신은― 못할 거예요―
그러면 나는― 나는 당신 옆에 서서
죽음의 특권 없이
서리로 스러질 권리도 없이―
당신이― 굳어가는 걸― 지켜볼 수 있을까요?
나는 당신과 함께― 부활할 수도 없어요―
당신의 얼굴이
예수를 능가해―
당신이 예수보다
더 가까이서 비출 때를 빼고는―
당신을 그리워하는 내 눈엔―
새로운 은총조차
밋밋하고― 낯설게 빛날 테니까요―
어떻게든 우리는― 심판받겠지요―
알다시피 당신은― 하늘나라 섬기거나―
좇기라도 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어요―
당신이 온통 내 시야를 적셔―
천국같이
답답한 완벽함에는
눈길조차 가지 않았으니까요
나에겐 지옥이니까요
당신이 지옥에 떨어진다면
아무리 내 이름
명예로이 천국에 울려퍼진다 한들―
나 역시 지옥에 있는거나 마찬가지죠―
그리고 당신이 ―구원받는다면 ―
그러면 나는― 저주받겠지요
당신 없는 곳에 있는― 그 자아가―
나에겐 지옥이니까요 ―
그래서 우리는 떨어져 만나야 해요 ―
당신은 거기― 나는― 여기에―
바다 같은 그 문 살짝 연 채 ―
기도와―
절망만을 ―
하옇게 이어가며 ―
[가지 않는 길],창비, 2014.(손혜숙 엮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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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과 함께 살 수 없어요 /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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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04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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